퍼스널리티

박나래에게 내일은 없다

2015.11.02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처음 출연한 박나래와 장도연은 “이 방송을 마지막으로 여기서 하차할 겁니다. 막방이에요”라고 말했다. 김구라와 야오밍으로 분장하고 등장해 턱을 떼고 이마를 씌우며 거침없이 비속어를 쏟아낸 이들의 방은 ‘[마리텔] 최후의 날’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생방송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아슬아슬한 수위에 PD가 주의를 주자 방송 내내 “노잼이다”, “못생겼다”고 놀려대던 채팅방 유저들은 “PD야, 왜 박나래 기죽이냐”며 역성을 들었고, ‘박나래&장도연의 박!장!대쇼’는 전반전 2위를 차지했다. 

10년 만의 ‘대세’다. 박나래는 2006년 KBS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했지만 주목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수염을 그리고 배를 드러낸 채 몸을 던져 연기하고 춤췄지만 ‘너무 독하다’는 말을 들었다. 방송에서 종종 얘기하듯 ‘코만 빼고 다’ 고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하지만 예뻐진 뒤에도 박나래는 여전히 외모 때문에 무시당하는 캐릭터를 연기했고, 계속 수염을 그린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썸&쌈’에서 ‘쌈’ 파트를 맡았을 때는 이진호에게 끈질기게 들이대며 혼자 헛물켜는 여자 역으로 인기를 끌었고, ‘중고&나라’에서는 남자로 분장할 때마다 화제가 된다. 148cm의 박나래가 패딩을 겹쳐 입고 180cm에 근육질의 마동석으로 변신한 모습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는 것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체격 차이를 뛰어넘어 당당하게 건들대는 태도 덕분이다. 피부가 약한 탓에 수염과 눈썹을 지우고 인공 피부를 뗄 때마다 고생하지만 발진을 견디면서도 오혁, 통 아저씨, 마이클 조던에 도전한 그의 분장 코미디는 단순하지만 압도적이다. 꾸준히 분장을 연구해왔고 네이버 TV캐스트 [언니네 핫 초이스]에서 ‘금손 언니’로 메이크업 실력을 보여주기도 하는 박나래가 [마리텔]에서 분장 토크쇼를 선보인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텔]에서 박나래가 보여준 것은 분장 실력만이 아니다. 지난 9월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술과 술버릇, 전 남자친구에 관한 에피소드로 스튜디오를 평정하며 “지금 웃음에 대한 전투력이 제일 높은 개그우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스스로 ‘예능계의 단두대’라고 표현한 [마리텔]에서도 쫄지 않았다. 출연자보다 스태프가 더 예쁘다는 말에는 “야, 그게 말이 되냐. 여자 연예인인데~ 야, 얼굴에 들인 돈이 사천만 원이야~”라며 호탕하게 웃어넘기고, 안 웃기다는 반응에는 “박나래만 웃는다고 하는데 괜찮아요, 나라도 웃으면 됐지 뭐”라고 태연히 받아치는 기세로 웃음을 끌어냈다.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조마조마해하며 “나래야, 방송이다”라고 속삭이게 했던, 밑도 끝도 없이 센 멘트들이 ‘MBC용’과 ‘인터넷 방송용’ 사이를 비집고 터져 나왔고 박나래와 장도연은 방송 분량 대신 자신들의 스타일로 웃기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박나래는 오랜만에 코미디계에 등장한 ‘센 캐릭터’다. 한때 선배 신봉선과 후배 박지선 사이 ‘계보’에 들었다던 그는, 분장과 수위 높은 멘트가 특기라는 면에서 오히려 조혜련과 안영미의 대를 잇는 쪽에 가깝지만 동시에 김구라가 최근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한 예능인이기도 하다. 거의 전부가 삐 처리된 사투리 욕설 연기로 모두를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저의 ‘섹드립’은 밑도 끝도 없이 더러워요. 방송에 못 씁니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이 진기한 여성 코미디언은 그동안 응축된 에너지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일단 “오늘 한번 더럽게 노는 거야~”라던 박나래의 ‘오늘’을 따라가 볼 수밖에.

글. 최지은
사진 제공. MBC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놀면 뭐하니?' 효리X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