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푸드 앤 더 시티], 도시인의 식량 생산법

2015.09.18


나는 전형적인 도시인이다. 식량 생산보다는 소비에 최적화된 인간으로서 할머니가 되어도 트위터나 하지, 귀농은커녕 취미로라도 텃밭을 가꿀 일은 없을 것이다. 나를 필두로 나약한 도시인들이 먹기에만 열중하는 사이 도시농업은 성장하고 또 성장했고, 어느덧 취미나 이념의 수준을 넘어섰다. 도시에서 정서나 환경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농사짓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무슨 소리지? 도시인 일동은 어리둥절하다. 애초에 논밭이 없어진 게 수지가 안 맞아서잖아?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변한다. 도시농업의 비교우위는 무엇보다 시장의 거리에 있다. 아침에 딴 토마토를 점심 장사에 쓸 수 있다면 고급 레스토랑은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한다. 그뿐인가? 가뭄에도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고, 고라니나 멧돼지에 짓밟힐 염려가 없으며, 시골보다 기온이 높아서 작물에 따라 삼모작까지 가능하다.

농사로 수익을 내려면 규모를 키워야지 소농은 망한다는 게 상식이지만 도시영농은 얘기가 다르다. 2000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스핀 농법은 곳곳에 흩어진 작은 땅 여러 뙈기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시스템이다. 고가의 농기구가 필요 없으며 작물과 입지가 다양해서 기후 이상을 비롯하여 여러 변화에 탄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스핀 농법은 이념이 아니라 수익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자 프랜차이즈다. 수직농장은 초고층 건물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영농법이다. 거대 도시에 식량을 공급하는 방법으로서 오래전 제안되었지만 현실적 문제로 실제 구현되지 못했다. 2010년 낡은 육가공 공장 건물을 매입해 출범한 시카고의 ‘더 플랜트’는 4층밖에 안 되지만 수직 농장으로 가는 초기 단계다. 수직농업의 핵심은 통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이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막고 인공조명으로 재배하는데, 밤낮을 바꿔 전기료가 싼 밤에 불을 켜서 비용을 절감한다. 밭뿐 아니라 어류 양식 수조와 제빵, 양조 시설도 철저한 계획 속에 운영되는데, 예를 들어 효모의 발효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식물 생장지로 보내지고 양조에서 발생되는 방대한 양의 맥아즙은 퇴비가 된다.

디트로이트에서 농업은 도시의 쇠퇴를 막기 위해 제안되었다. 경기가 기울며 1950년대에 200만이던 인구가 2012년에는 80만까지 감소했다. 공식 실업률 30퍼센트에 재정 적자로 경찰이나 소방 같은 기초적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상류층은 교외로 이동하고 도시는 공동화되었다. 2009년 존 한츠가 제안한 한츠 팜스는 폐허가 된 공한지에 농장을 건설해 다시 살 만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28헥타르라는 지나친 규모는 토지 수탈에 대한 의심과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더구나 한츠는 인구의 82퍼센트가 흑인인 도시에 사는 백인 백만장자인 것이다. 그는 선각자일 수도 있고 사기꾼일 수도 있는데,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도시농업은 자본주의적 영농의 대안이 아니다. 도시양봉 성행의 이면에는 파리 오페라 극장 옥상에서 채취한 113그램짜리 꿀 한 병이 15유로나 한다는 현실이 있다. 도시농업은 꼭 낭만적이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도 않는다. 아직은 다양한 실험 단계고 앞으로 어떤 길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도시는 다시 농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고, 그 양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리라는 것이다.

정은지
책과 음식과 쇼핑에 관한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책과 음식을 쇼핑한다. 책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 [내 식탁 위의 책들]을 썼고, [아폴로의 천사들] [피의 책] 등을 번역했다.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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