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칼로리 플래닛], 음식이 이루는 삶

2015.08.28

스모 선수는 생각보다 덜 먹는다. 체중을 늘리려면 무리해야 하지만 원하는 무게가 된 후에는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다. 스모 선수 미야비야마가 188cm에 181kg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하루 3,500kcal에 불과하다. 티베트에서 야크를 치는 167cm, 61kg의 카르살의 5,600kcal보다 2,100kcal나 적다. 고산지대에서 중노동을 하는 유목민이 아무리 운동선수라도 도시에서 충분한 휴식을 누리는 사람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과 숫자로 짚어주는 것은 다르다.

800kcal부터 12,300kcal까지, [칼로리 플래닛]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30개국 80명의 하루 음식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케냐의 목축인 눌키사루니의 식사는 겨우 800kcal로, 하루 한 끼만 먹는 인도의 탁발 고행승 시타라니보다 200kcal나 적다.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옥수수죽 한 그릇과 바나나 한 개, 홍차 두 잔과 흙탕물 2리터 옆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는 마사이족 여성의 사진은 새삼 충격이다. 80명의 당사자들도 자기가 먹는 게 생각보다 적거나 많아서 놀랐다는데, 나의 하루치를 찍어도 아마 그럴 것이다.

이 책의 기획 의도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영양 결핍보다 과잉이 문제지만 굶는 사람도 아직 많다. 운이 좋아서 음식을 고를 수 있다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얘기는 분명 지당함에도 고까운 데가 있는데, 이 책의 지은이들처럼 고소득 고학력에 날씬하기까지 한 백인이 말하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보다 크게 이 책은 말한다. 인간은 먹는다. 누구의 삶이든 먹는 것 위에 성립하고, 반대로 먹는 것을 나열하면 삶을 재구성할 수 있다. 중국의 곡예사 샤오리처럼 식단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사람이 있고, 나미비아의 비아혼드처럼 어쩔 수 없이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 미국의 고도비만환자 릭은 위 밴드 수술을 앞두고 다이어트 중인 반면, 일본의 준은 자전거 택배원이라는 직업 때문에 많이 먹고 그럼에도 날씬하다. [노화 끝내기]라는 책의 공저자인 마이클은 칼로리 제한으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하고 있는데, 검색해보니 여전히 1,800kcal를 지키고 있으며 요리사 여자친구와 사이도 그대로다.

음식의 이야기는 자동으로 삶의 이야기가 되는데, 그것은 너무나 다양하지만 모든 훌륭한 이야기가 그렇듯 보편적이기도 하다. 전 세계 어디든 가난할수록 탄수화물이다. 사람들은 죽이나 빵이나 밥만 먹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에이즈 판정을 받은 언니를 간호하다 에이즈에 감염된 마블은 14세의 조카가 배급받는 음식으로 가족 넷이 생활한다. 방글라데시의 열두 살 소년 알라민은 더 이상 먹여줄 수 없다는 엄마에게 쫓겨나 도시에서 노숙하며 하루 1달러를 번다. 그러나 이 돈으로 사는 하루 두 끼의 채소 카레와 담배 5개비는 시골집에서보다 훨씬 잘 먹는 것이다. 똑같이 1,900kcal를 소비하는 캐나다의 코코와 미국의 티파니는 나이와 체격도 비슷하다. 그러나 중산층 부모를 둔 채식주의자 코코는 과일과 야채, 콩과 저지방 우유를 먹는 반면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티파니는 8달러나 하는 시저 랩 샌드위치와 과일 스무디 대신 버거킹과 타코벨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10년 후 그들의 직업은 물론 체중도 딴판일 텐데,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그들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음식 사진들일 것이다.

정은지
책과 음식과 쇼핑에 관한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책과 음식을 쇼핑한다. 책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 [내 식탁 위의 책들]을 썼고, [아폴로의 천사들] [피의 책] 등을 번역했다.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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