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미 더 머니 4], 여기 나온 우린 너무 멍청해

2015.08.24

Mnet [쇼 미 더 머니 4]는 탈락자가 생존자보다 더 박수를 받는다. 이 래퍼들의 서바이벌에서 서출구는 마이크 하나를 놓고 래퍼들이 몸싸움을 벌여야 했던 사이퍼 미션에서 유일하게 마이크를 양보한 의인이 됐고, 한해는 미션을 통과했음에도 판정 번복으로 탈락하자 분노 대신 넓은 이해심을 보여줬다. 인크레더블은 다른 팀과의 배틀에서 패배했지만, 그가 발표한 ‘오빠차’는 음원차트에서 역주행 끝에 1위를 차지했다.

사이퍼에서 마이크를 쥐려면 랩 실력 이전에 물리적인 힘이 세야 한다. 블랙넛이 디스전의 상대였던 송민호의 랩 도중 다른 퍼포먼스로 방해하는 것 역시 랩 이외의 방식으로 승리를 추구한 것이다. 심사위원인 버벌진트와 산E가 자신의 팀원으로 한해 대신 블랙넛으로 결과를 번복한 것은 경쟁의 룰 자체를 엎은 것과 다름없다. [쇼 미 더 머니 4]는 쇼가 기운 운동장처럼 불공정한 경쟁의 장이었고, 제작진은 그것을 제지하는 대신 흥행의 수단으로 삼았다. 사이퍼를 기획한 것도, 판정 번복을 긴 시간 동안 방영한 것도, 송민호에 대한 블랙넛의 행동을 다른 출연자들의 멘트까지 넣어 논란을 확대한 것도 제작진이었다. [쇼 미 더 머니 4]는 지난 17일 CJ E&M과 닐슨 코리아에서 발표한 콘텐츠 파워 지수에서 3위를 기록했다. 제작발표회에서 “논란도 관심”이라는 입장을 밝힌 제작진으로서는 만족스러운 결과일 수 있겠다. 다만, [쇼 미 더 머니 4]에 승리한 영웅은 사라졌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쇼 미 더 머니 3]는 승자가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바비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의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초반부터 디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L4L(lookin For luv)’과 ‘연결고리#힙합’, ‘가드올리고 바운스’를 통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어 나갔다. 그가 랩으로 경쟁자를 하나씩 이겨 나가며 가족에게 성공을 약속하는 모습은 YG 소속임에도 마치 어린 록키 같은 느낌을 줬고, 그의 경쟁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고 말했다. 욕설도 디스도 정해진 룰 안에서 이뤄졌고, 경쟁 뒤에는 참가자들이 감정을 풀었다. 제작진이 바뀐 [쇼 미 더 머니 4] 역시 YG의 송민호와 초반부터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를 외친 블랙넛을 통해 아이돌과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대립 구도를 반복했다. 두 사람이 붙은 세미파이널에서는 바비가 그랬듯 그들이 가족을 만나는 모습을 통해 인간적인 면도 강조했다. 그러나 그들이 세미파이널에 이르기까지 [쇼 미 더 머니 4]는 그들이 마이크 쟁탈전을 벌이고, 여성 혐오 가사를 쓰고, 판정 번복을 통해 부활하고, 상대를 이기기 위해 반칙에 근접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여줬다.

송민호가 세미파이널에서 태양을 게스트로 선택한 것은 피처링할 뮤지션을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의 룰 안에서 한 일이다. 태양 같은 톱스타를 소속사의 승인 없이 송민호가 데려오고 싶다고 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는 마치 [쇼 미 더 머니 4]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반복됐고, 쇼는 판정 번복마저 재미의 일부로 소화했다. 이런 맥락 속에서 태양의 송민호 지원은 룰을 지켰느냐의 여부와 별개로 송민호가 승리를 위해 더 큰 힘을 빌린 것처럼 비쳤다. 반면 송민호와 블랙넛의 대결 구도 속에서 또 다른 결승 진출자 베이식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팀 대결에서 인크레더블의 ‘오빠차’가 송민호와 블랙넛의 곡들을 제친 것은 상징적이다. 상대방을 공격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랩을 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말리기는커녕 재미로 포장한 제작진들이 만든 이 ‘아사리판’에서, ‘오빠차’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 주력했다.

바비는 [쇼 미 더 머니 3]에서 우승하며 “적이었지만 동료 같은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디스와 배틀이 난무했음에도 랩이라는 무기만으로 승리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것은 당시 제작진이 온갖 논란으로 이른바 ‘어그로’는 끌어도 최소한 경쟁을 번복하거나, 래퍼끼리 몸싸움을 하는 일은 없도록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송민호와 베이식의 결승을 앞둔 [쇼 미 더 머니 4]에서 누가 이기든 바비처럼 멋진 마무리 멘트를 하기는 어려워졌다. 심사위원이었던 박재범이 ‘ON IT + BO$$’에서 “여기 나온 우린 너무 멍청해”라는 가사는, 차라리 예언이었다. 그리고 그의 팀도 탈락했다.

글. 심하림




목록

SPECIAL

image '놀면 뭐하니?' 효리X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