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제2의 기계 시대], 30년 후 당신의 직업은 안전할 것인가

2015.08.14

산업혁명과 기술 혁신이 한창이던 1810년대 영국. 이곳에는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믿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기계를 때려 부셔라. 그러면 일자리가 돌아올 것이다. 공장을 습격해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은 일자리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은 역사적인 헛다리로 두고두고 조롱받았다(특히 격렬하게 놀린 인물 중에는 자본주의의 수호자라고 보기는 힘든 칼 마르크스도 있다). 19세기의 기술 발전은 분명 인류사에 존재한 적이 없던 초고속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었다.

새로운 기술은 사람이 하던 일자리를 없앤다. 하지만 대체로 기술 발전이 새로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훨씬 많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거의 언제나 신기술의 지지자였다. 놀라운 변화는, 기술 발전을 기회일 뿐만 아니라 위협으로도 받아들이는 진지한 학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러다이트’라는 조롱을 각오하면서도 말한다. 오늘날 기술 발전은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해체하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영역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며, 가까운 미래에 우리 중 대다수는 기계와의 경쟁에서 패할 것이다.

기계는 ‘패턴화되지 않은 일’에 약하다. 노인 돌봄 서비스가 만나는 노인의 요구사항이나, 환경미화원이 맞닥뜨리는 쓰레기의 분포는 좀처럼 패턴화하기 힘들다. 하지만 당신의 직업이 무언가 ‘반복적이고 패턴화가 되는 일’이라면, 그걸 30년쯤 더 하리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이것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라는 익숙한 구분법과는 다르다. 육체노동이라도 패턴화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는다. 환경미화원이 그렇다. 정신노동이라도 패턴화가 되면 잡아먹힌다. 기자가 그렇다. 눈물 좀 닦고 다시 쓰자.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가 쓴 [제2의 기계 시대]는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중요한 질문을 다룬 책이다. 저자들은 인류가 기술 발전의 새로운 도약기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정보 기술은 폭발적인 혁신의 초입에 들어섰고, 따라서 부도 상상을 뛰어넘어 늘어날 것이다. 단, 부를 가져갈 사람도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일자리가 따라 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는 생산성은 높아지는데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책은 휘황찬란한 낙관과 우울한 비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권에 묶어 보여준다. 분명 진지한 연구의 결과물인데도 역설과 악취미로 도배된 문학을 읽는 기분이다.

위기이자 기회라는 표현은 무척 진부하지만, 노동의 미래를 물을 때만큼은 이보다 적절한 격언도 흔치 않다. 기술 혁신은 폭발적인 부와 거대한 실업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산업 사회에 맞게 고안된 노동시장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노동의 미래를 두고 국가 지도자가 던지는 화두라면 이런 정도 시야는 보여줬으면 하는 게 무리한 기대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대통령은 그 싫어하는 기자회견까지 검토해가며 노동개혁 담화문을 발표했다(질의응답은 결국 없던 일로 했다). 들여다보면 결국 임금피크제 빨리 하자는 얘기다. 당장 중요하지 않은 이슈라고는 못 하겠지만, 대통령의 화두치고는 어째 잔망스럽다.

천관율
[시사IN] 기자. 6년 동안 정치 기사를 썼다. 2014년 11월부터 사회 기사를 쓴다. 농땡이를 보다 못한 조직이 발로 뛰는 부서로 보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정확하다.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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