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넛, ‘일베’가 낳고 [쇼 미 더 머니 4]가 키운 괴물

2015.08.13

Mnet [쇼 미 더 머니 4]에 출연 중인 블랙넛은 과거 발표한 ‘졸업앨범’에서 동창생을 강간하고 살인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친구엄마’에서는 친구의 어머니를 향한 성적 욕망을 원색적으로 드러냈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불가능한 가사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블랙넛이 [쇼 미 더 머니 4]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상에서는 반대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쇼 미 더 머니 4]에서 가장 화제의 인물이 됐고, 페이스북의 블랙넛 팬 페이지의 ‘좋아요’ 숫자는 현재 11만에 달한다. 또한 그를 좋아한다고 밝혔다가 이에 실망했다는 팬들의 반발을 겪은 유명인들도 있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가사와 상당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제와 인기를 얻는 또 한 명의 유명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싫어하는 래퍼들 생각하면서 막 잡아 패고 칼로 찔러 죽인다는 생각하면서 쓰기도 한다.”([힙합플레이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공공연히 할 만큼, 블랙넛이 랩으로 담는 내용은 상당수 위협적이거나, 특정인에 대한 공격적인 메시지가 많다. 최근 발표한 ‘Higher Than E-Sens’에서는 “OOOOO 마누라 껀 딱히 / 내 미래에 비하면 아스팔트 위의 껌딱지 (no diss)”라며 특정인에 대해 성적 모욕까지 했다. 그러나 블랙넛은 스윙스 입대 후 저스트 뮤직의 임시 수장임에도 스스로를 ‘찌질이’로 연출하며, 특정인에 대한 공격을 못 가진 자의 질투심 정도로 희석시킨다. “키는 70을 간신히 넘기네 / 몸무게는 60도 안 되는 멸치에 / 못 생겼고 성격은 PUSSY라서 / SHOW ME THE MONEY보단 / 어울려 UNPRETTY에” (‘MY ZONE’) “여자들은 다 너만 보고 / 거리엔 니 노래가 흘러 / 질투심이 날 괴롭혀도 / But I'm fxxkin higher than E-Sens”(‘Higher Than E-Sens’) 블랙넛의 팬들이 그의 랩에 대한 비판에 “진지하게 대응하면 선비”라는 식으로 변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못난 남자가 질투심에 찌질한 농담을 했을 뿐이니 화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블랙넛 역시 스스로 유명인을 디스한 뒤에는 “No diss”라는 멘트를 붙이며 모든 것을 농담으로 돌려 버린다.

그러나 농담이라는 이유로 특정인, 또는 특정 성별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혐오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이를테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이용자들이 여성 및 특정 지역을 혐오하는 것에 대해 그들은 장난이라고 하지만, 실천적으로는 폭력인 것과 같다. ‘졸업앨범’과 ‘친구엄마’같은 가사를 쓰고 농담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그의 팬들이 유머는 유머일 뿐이라고 대응하는 것은 그동안 ‘일베’의 각종 혐오 게시물을 ‘병맛’ 코드라며 웃음의 대상으로 치부하고 변호하던 ‘일베’의 논리와 같다. 그 점에서 블랙넛은 명백한 ‘일베 래퍼’다. 단지 그가 ‘일베’에 자신의 작업물을 올려서가 아니다. 그가 공격하는 대상, 공격을 포장하는 방법, 그것을 방어하는 논리까지 모두 ‘일베’의 그것과 닮아 있다.

[쇼 미 더 머니 4] 7회 팀 배틀에서 블랙넛은 상대 팀의 송민호가 랩을 하던 중 죽부인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상대방이 랩을 하는 중에 시선을 분산시키는 행위는 송민호가 속한 팀뿐만이 아닌 다른 프로듀서들도 비판한 사안이었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죽부인을 들고 나와 산부인과 논란을 비판하는 랩을 했는데 편집 당했다”, “송민호도 가사 실수를 했는데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았다”는 루머가 퍼졌다.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지만, 루머는 블랙넛의 잘못을 흐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역할을 했다. 명백한 잘못이 ‘찌질이’라는 캐릭터 속에서 희화화 되고, 때로는 조작된 루머까지 동원해 가해자가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된다. ‘일베’의 게시물이 논란이 됐을 때 벌어지는 일들이 매스미디어를 기점으로 보다 확대된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쇼 미 더 머니 4]가 블랙넛화 됐다.” [쇼 미 더 머니 4]에 출연한 래퍼 자메즈가 블랙넛이 경쟁의 룰을 어겼음에도 판정단의 선택을 받은 것에 대해 했던 말은 의미심장하다. 룰은 무너지고, 혐오도 재미있으면 용인된다. [쇼 미 더 머니 4]의 문제는 단지 몇몇 문제 있는 가사를 방송에 내보낸 것만이 아니다. 블랙넛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가사를 ‘엔터테인먼트’로 포장한 것처럼, [쇼 미 더 머니 4]는 재미를 위해 용인해서는 안 되는 “블랙넛화”된 방식들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일베’의 정서와 행동 방식을 그대로 가진 채 매스미디어에서 활동하는 래퍼가 탄생했다. 더 이상 농담이 농담이 아니게 된 것이다.

글. 임수연
사진 제공.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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