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 배신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

2015.08.07

tvN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이하 [더 지니어스 4])의 오현민은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 이를테면 그는 ‘생선가게’ 게임에서 연합한 사람들끼리 모두 같은 가격을 적어 똑같은 액수를 나눠 갖는 전략을 고안하는 식이다. 그러나 ‘생선가게’에서 오현민과 연합하기로 했던 김유현과 최연승은 다른 사람과 팀을 이루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가넷도둑’에서는 최정문과 김경훈이 스파이 역할을 하며 팀과의 약속을 어겼고, 막판에는 신의를 지켜왔던 최연승마저 꼴찌가 되지 않기 위해 팀을 배신했다. [더 지니어스 4]의 출연자들은 매 게임마다 다수의 사람이 승리하기 위해 연합을 결성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연합은 배신으로 끝난다.

[더 지니어스 4]에서 연합과 배신의 관계는 게임이론의 ‘죄수의 딜레마’와 매우 흡사하다. 각자 격리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두 죄인은 서로의 죄를 침묵하면 무죄, 두 사람이 모두 자백하면 똑같은 형을 받는다. 반면 한 사람만 자백하면 자백하지 않은 사람이 침묵한 사람의 형을 살고, 자백한 사람은 석방과 함께 포상금을 얻는다. 이때 두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함께 침묵하는 것이지만, 각자에게 가장 큰 이익은 혼자 자백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을 무조건 믿지 않는 한, 상대방이 자백하는 경우도 생각한다. 결국 죄수는 함께 좋은 선택을 하는 대신 혼자 살거나, 함께 형을 사는 것이 전략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다. [더 지니어스 4]도 마찬가지다. 우승자의 상금은 결승까지 출연자들이 남긴 가넷의 개수로 결정되기에, 출연자들은 연합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가넷을 버는 것이 좋다. ‘생선가게’에서도 출연자들이 모든 라운드에서 협력했다면, 모든 사람이 가넷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지니어스 4]는 단독 우승자에게는 탈락자를 가리는 데스 매치에 가지 않는 포상을 주고, 반면 꼴찌는 무조건 데스 매치에 간다. 이것은 개인에게 모두 가넷을 버는 것보다 강력한 유인이 된다. 또한 ‘죄수의 딜레마’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배신해 꼴찌가 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오현민은 ‘생선가게’에서 김유현, 최연승과 협력하면서도 단독 우승을 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두 사람 역시 오현민의 배신 가능성을 생각해 역시 배신을 선택했다.

물론 ‘죄수의 딜레마’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중 하나는 ‘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만약 상대방이 배신하면 다음 턴이 돌아올 때 응징하고, 배신했던 사람일지라도 다시 협력하면 용서한다. 이것은 [더 지니어스 4]에서 장동민이 배신자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전략을 썼을 때 가장 높은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더 지니어스 4]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게임이고, 매회 탈락자가 정해진다. 특정인을 배신해서 탈락시키거나, 마지막 순서에서 배신하면 상대는 응징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이를테면 휴게소에 있는 식당이 동네 식당보다 맛있기 어려운 것과 같다. 맛없는 음식을 제공한다 해도 손님들이 다시 그 집을 찾지 않는 것으로 보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단 한 명만이 우승하는 게임인 만큼 배신이 필수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애초에 공생보다 배신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더 지니어스 4]의 출연자들은 모든 플레이어가 최후에 배신한다는 것을 알고, 결국 그 바로 앞 라운드에서 배신을 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 된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 모든 라운드에서 모든 플레이어들은 배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더 지니어스 4]에서 배신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없다. [더 지니어스]는 단 한 명의 우승자가 남아 있는 가넷을 독식하기에 우승이 가장 큰 보상이다. 우승하기 위해서는 생존이 절대적인 만큼, 라운드마다 개개인의 안전한 생존을 넘어서는 보상은 없다. 결국 배신은 필연적이다. 최연승처럼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던 플레이어도 결국 배신을 선택하는 것이 [더 지니어스]다. 그것이 최적의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더 지니어스]가 같은 출연자로 시즌을 무한하게 거듭하며 게임을 하는 것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출연자들에게 마지막 라운드의 의미는 없어지고, 합의만 이룬다면 번갈아가며 우승할 수 있다. 굳이 배신을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다만 사회에서는 가능하다. 실제 사회생활은 대부분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그만큼 배신은 사회생활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사회에서는 [더 지니어스 4]만큼 배신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이익을 바탕에 둔 관계에서 배신이 일어나는 사회란, 그만큼 배신에 대한 보상은 큰 반면 응징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더 지니어스 4]는 승자독식 사회의 위험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한 명의 승자가 모든 것을 얻고, 탈락자에게는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마지막 생존자에게는 누구도 죄를 물을 수 없는 세상. 이런 곳에서는 모두가 모두를 배신하고 상대의 것을 빼앗게 되는 것이다.

글. 임수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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