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음식의 언어], 입술과 혀와 구강으로 하는 모든 것

2015.08.07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요즘 베이컨 아이스크림이 인기인 모양이다. 뭐든 베이컨을 넣으면 맛있어진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베이컨 브라우니나 베이컨 사탕이나 베이컨 도넛보다는 그냥 지글지글 구워서 밥에 척 얹는 게 더 맛있지 않나. 한국에도 낯설지 않은 괴식 열풍을 이 책은 음식의 문법으로 설명한다. 언어에 단어를 조합하는 규칙으로서 문법이 존재하듯 요리에도 재료를 조합하는 암묵적 규범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베이컨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베이컨을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서가 아니라, 디저트는 달아야 한다는 문법을 파괴하는 게 신나고 재미나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에 사무치게 밴 문화 규범을 깬다는 사실이 문자 그대로 색다른 맛을 주는 것이다.

[음식의 언어], 이것은 입술과 혀와 구강으로 하는 두 가지에 대한 책이다. 댄 주래프스키는 버클리 학부에서 언어학을 전공했지만 박사 학위는 컴퓨터 과학으로 받았다. 음식 인문학을 표방하는 다른 작가들이 도서관 서가를 뒤질 때 그는 컴퓨터를 켠다. 그러고는 옐프에 실린 식당 품평 백만 건과 비어애드버킷에 올라온 맥주 논평 오백만 개를 분석했다. 이 정도 규모에서 리뷰는 더 이상 의견이 아니라 데이터다. 긍정적 리뷰일수록 섹스에 대한 은유를 많이 쓰는데, 특히 비싼 음식일수록 그렇다. 반면 정크 푸드 얘기에서는 마약이나 중독 관련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엉뚱하게 음식 탓을 하며 설탕 범벅의 튀긴 음식을 먹는 죄에서 스스로를 분리하는 것이다. 여성이 마약 은유를 남성보다 자주 쓴다는 데이터는 여성에게 음식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하고 그 결과 죄책감 또한 크다는 통념을 입증한다.

매니저, 고객, 돈, 계산서, 태도, 실수. 부정적 리뷰에 주로 등장하는 것은 정작 음식과는 무관한 단어들이다. 그리하여 음식 품평이라기보다는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둥, 계산이 틀렸다는 둥 나쁜 일을 당한 이야기가 되는데, ‘우리’라는 대명사가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트라우마적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우리’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치유받고 싶은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처럼, 많은 언어에서 긍정적 단어보다 부정적 단어가 다양하고 자세하다. 그럼에도 식당 리뷰에는 ‘대단한’, ‘맛있는’, ‘놀라운’이 ‘평범한’, ‘나쁜’, ‘끔찍한’보다 세 배에서 열 배까지 더 자주 등장하며, 평균 평점도 5점 만점에서 4점에 가깝다. 음식뿐 아니라 책이든 영화든 다 마찬가지이고, 구글이나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도 ‘좋은’이 ‘나쁜’보다, ‘행복한’이 ‘불행한’보다 흔하다.

이것은 우리의 본성이 긍정적임을 알려주는 신호다. 긍정성으로 기우는 어휘적 편향은 인터넷으로 인한 최근 경향이 아니다. 언어학자들이 찾아낸 가장 강력한 보편성 중 하나이고 수천 년에 걸쳐 우리의 언어를 형성해왔다. 주래프스키의 결론이 한층 흥미로운 것은 어떤 성찰이나 감상이 아닌 엄밀한 분석의 결과물이기 때문인데, 인문학이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아무 데서나 남용되는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정은지
책과 음식과 쇼핑에 관한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책과 음식을 쇼핑한다. 책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 [내 식탁 위의 책들]을 썼고, [아폴로의 천사들] [피의 책] 등을 번역했다.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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