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전]│① TV 시대 이후의 예능

2015.08.04


김영만의 승리가 아닌 시청자의 승리다. 첫 출연 만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전반전 인간계 1위를 차지했던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은 지난 7월 25일 방영분에서는 천상계 백종원을 누르고 최종 1위를 차지했다. 두고두고 인용되는 “이제는 어른이 다 됐으니까 쉬울 거예요”라는 멘트와 전반전 인간계 1위를 기록하고 돌아서서 눈물을 닦는 모습, 그리고 절대강자 백종원을 누른 결과까지 모든 것이 김영만 원장을 중심으로 돌아간 감동 서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일의 진정한 주체는 시청자, 좀 더 정확히 말해 네티즌으로서의 시청자다. 이미 그가 출연하기 전부터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 옛날 김영만 종이접기 선생님이 나오면 좋겠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실제로 출연한 그의 모습에 한 세대의 네티즌들은 성별과 정치색을 막론하고 기어코 힘을 모아 김영만의 방을 시청률 1위에 올려놓았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유의미한 여론으로 형성해 TV 안에 구현하고 그 성과를 눈에 보이는 지표로 만들어내는 생산자로서의 시청자의 등장. 이것은 또한 [마리텔]이 기존의 TV 예능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마리텔] 기획이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아프리카 TV로 대표되는 인터넷 방송에 지상파가 숟가락을 얹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각 방의 진행자들과 네티즌의 소통 과정을 숙련된 자막과 매끈한 편집으로 윤색한 1화 방송은 인터넷 방송과 차별화된 지상파의 단련된 내공을 보여줬지만, 기본적으로 전 출연자들이 아프리카 TV BJ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방송을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마리텔]이 진정 인터넷 방송에 빚을 졌다면, 그들이 만든 포맷을 TV 예능으로 효과적으로 이식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TV 예능의 한계를 넘기 위해선 TV라는 플랫폼 너머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마리텔]의 성공이 증명하는 것이다. 포털 다음을 통해 선행 인터넷 방송을 하고, 해당 소스로 TV 버전을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마리텔]은 TV 바깥에 있던 네티즌들을 프로그램으로 끌고 들어온다.

“인터넷 하는 사람들을 잡겠다고 대놓고 생각하고 기획했다.” [마리텔] 연출자인 박진경 PD는 [아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것은 단순히 네티즌들을 TV 앞에 앉히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이어 “타 프로그램은 정말 화제가 돼봤자 일주일에 한 번이라면, 우린 방송 녹화도 실시간으로 공개를 해버린다”고도 말했다. [마리텔] 채팅창에 친 재밌는 ‘드립’이 프로그램의 일부로 활용되는 과정이 네티즌을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자로 끌어들인다면, 실시간 방송 공개는 네티즌을 자발적인 여론 생산자로 끌어들인다. 앞서 김영만의 경우 TV 방송이 나오기 전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화제가 되었고, 최종 시청률에서 백종원을 꺾었다는 사실 역시 인터넷을 통해 공유됐다. 이것은 스포일러보다는 오히려 효과적인 예고편에 가깝다. 과연 김영만이 어떻게 백종원을 이겼다는 것인가. 일요일 인터넷 방송과 다음 주 토요일 TV 방영 사이, 인터넷에는 [마리텔]에 대한 궁금증이 애드벌룬처럼 떠다닌다. 일차적으로 이 궁금증은 토요일의 시청률로 흡수되지만, 이 명백한 효과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현시대에 시청률은 콘텐츠의 효과를 증명하는 지표가 더는 아니기 때문이다.


평균 시청률보다는 소비자층의 타깃 시청률이 광고주들에게 더 중요하다는 건 이제 업계의 상식이다. 또한 단순히 보는 것뿐 아니라 본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만들어지는 버즈의 양 역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CJ E&M과 리서치 업체 닐슨코리아는 시청률에 해당 프로그램 관련 뉴스 구독과 버즈의 양까지 포함한 콘텐츠 파워지수라는 새로운 지표를 만들기도 했다. 화제가 된다는 건, 대중이 자발적으로 이야기할 거리를 준다는 것이다. [마리텔]은 이 지점을 영리하게 공략한다. 요리연구가 백종원, 마술사 이은결, 최근의 김영만이나 보컬 레슨을 하는 EXID의 솔지처럼 ‘꿀팁’을 주는 출연자가 강세를 보이고 또 방송 이후 훨씬 큰 관심을 받는 건 우연이 아니다. 계속 채팅방 참여자와 소통해야 하는 [마리텔] 포맷에선 끊임없이 자기 콘텐츠를 꺼내는 사람이 유리하기도 하지만, 방송 후 이들의 콘텐츠는 ‘백종원 까르보나라’, ‘이은결 낚시마술’처럼 직관적인 키워드가 되어 인터넷에서 재생산된다. ‘화생방 클레오파트라’처럼 얼굴이 가려진 출연자의 가명을 일종의 떡밥으로 활용하는 MBC [일밤] ‘복면가왕’ 역시 일부 공유하는 전략이다.

그래서 다시, 이건 시청자의 승리다. [마리텔]의 지난 시청률은 9.3%(TNMS 기준), 높은 편이지만 10%에 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마리텔]로 실질적인 방송 데뷔를 한 백종원은 올해의 인물로 꼽아도 될 만큼 하나의 현상이 되었고, 김영만은 누구보다 ‘핫’한 컴백을 보여주었으며, 솔지는 EXID에 하니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건 아니지만 가장 큰 화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리텔]은 수동적으로 TV를 보고 시청률을 올려주는 존재가 아닌,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띄워주는 능동적인 존재로서의 시청자의 자리를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마련했다. 이것은 TV가 가장 강력한 플랫폼일 수 없는 시대에 TV가 시도한 가장 흥미로운 확장이자 공존이다. 주는 대로 보던 TV 시청의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글. 위근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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