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에게 EDM이란 대체 무엇일까

2015.08.03

MBC [무한도전]의 ‘가요제’는 더 이상 ‘평균 이하’들의 도전이 아니다. 출연 뮤지션의 과거 노래가 음원 차트를 지배하는 수준이고, 멤버들은 더 이상 유명 뮤지션에게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오히려 멤버와 뮤지션들의 갈등을 이유로 열린 ‘긴급 회동’에서 뮤지션들이 입으로 ‘EDM’을 구사하고 정준하의 작문을 랩으로 승화하는 ‘무한도전’을 한다. 멤버들은 계속 자신에게 음악을 어울리게 고쳐달라는 요구를 한다. 물론 윤상이 말한 대로 곡을 고쳐달라는 요구는 어느 가수나 기획사와 일할 때 늘 일어나는 일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 분량, 갈등이나 웃음을 위해 상황을 조금 더 과장되게 부각시킬 수도 있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명수의 방식은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돼야 할 필요가 있다.

유재석의 ‘댄스 한풀이’나 정준하의 ‘족장 힙합’은 박진영이나 윤상에게 까다로운 요구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중음악 작곡가에게 일상적인 상황이다. 정형돈과 혁오도 마찬가지다. 그가 혁오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웃음을 일으키려는 것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형돈은 결국 혁오가 만들어 온 곡 중 하나를 고른 것이고, 함께 무대를 꾸미는 관계라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박진영도 자신과 유재석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윤상도 결국 해낼 것이다. 뮤지션 출연자의 창작 과정에 직접 개입한 것은 박명수뿐이다. 아이유에게 EDM을 강하게 요구하던 그는 ‘긴급 회동’에서 아이유의 곡을 후반부 BPM을 끌어 올리고 “까까까”로 마무리하는 버전을 들고 나왔다. 좋게 표현하면 ‘물리적 결합’이고, 더 직설적으로는 ‘접붙이기’ 수준이다. 이 편곡이 ‘긴급 회동’에서 웃음의 소재가 된 것은, 누가 들어도 억지스러운 전개였기 때문일 것이다.

박명수가 음악으로 웃음을 유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진지하더라도 예능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욕심을 가지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박명수가 아이유의 음악을 직접 고칠 수 있는 것은, 그가 스스로를 EDM 뮤지션이라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G-Park’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인 DJ 활동 중이고, Mnet [4가지쇼]나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에 출연하며 디제잉과 댄스 음악에 대한 진심을 역설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에게 곡을 주는 미션도 그가 음악에 제대로 도전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가 아이유에게 EDM을 밀어붙일 때도 자신이 EDM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작업을 돕는 뮤지션도 고용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까까까”의 반복이다. 웃음을 위한 시도였다면 뮤지션으로서 다른 뮤지션이 만든 곡에 장난친 것밖에 안 된다. 장난이 아니라면, 박명수는 뮤지션 대 뮤지션으로 아이유의 음악에 손대지 말았어야 했다. 


박명수는 가요제가 대규모 공연이고, 공연에서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EDM처럼 신나는 음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요제의 곡들은 공연을 보는 관객들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싱글이기도 하다. 가요제가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벤트라는 것을 생각하면 초대 뮤지션의 개성이 묻어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까까까”로 선명하게 드러난 박명수의 접근법에는 클럽이나 페스티벌에서의 디제잉과 대중적으로 발표할 싱글 트랙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EDM을 하면서도 아이유의 색깔을 녹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최근 EDM이 대중적으로 크게 부상한 데는 아비치나 데이비드 게타처럼 출중한 멜로디와 댄스 비트를 결합하는 방식이 호응을 얻은 것이 결정적이다. 아비치의 ‘Wake Me Up’은 R&B 보컬리스트 알로에 블라크를 기용하고, 켈틱 포크 기반의 어쿠스틱 기타와 멜로디를 써서 크게 성공했다. 요컨대 대중적 접근을 원하는 DJ에게 스스로 곡을 쓸뿐더러, 피처링 보컬로서의 상업적 역량을 증명하고도 남은 아이유보다 훌륭한 협업 상대가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G-Park’은 상대를 정말 잘 골랐다. 문제는 아이유에게 아무런 방향도 제시하지 못한 채 “까까까” 같은 방식만을 밀어붙인 그에게 있다.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입DM’을 선보이는 장면은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 록이 장발과 난폭함, 고음 보컬과 저항적 태도 정도로 평면화, 박제화, 희화화되던 전통과 겹쳐 보인다.

TV 쇼에서 특정 장르에 대한 몰이해와 재미를 위한 단순화는 불가피한 것일 수도 있다. 박명수의 디제잉에 대한 열정과 녹음 과정에서 보여준 노력이 거짓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지도가 EDM의 대중적 이해에 도움이 되길 원한다는 겸손한 그의 태도와 방향성 없는 EDM 고집의 결과로 나온 기형적 트랙은 모순처럼 보인다. 그에게 EDM은 BPM만 높여 분위기를 띄우는 음악인 걸까. 그러니 공식 공연에서 스스로를 ‘One of the Top DJ in SOUTH KOREA’로 소개하는 박명수에게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박명수, 아니 G-Park에게 EDM이란 무엇입니까?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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