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귀신님], ‘밝히는 여자’ 박보영의 가능성

2015.07.31

박보영은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이른바 ‘밝히는 여자’ 나봉선을 연기한다. 재료를 보고 느끼라는 강선우 셰프(조정석)의 말에 팔뚝을 주물럭거리고, 토마토소스를 함께 젓다 주방에서 격정적인 키스를 하는 상상을 한다. 정신이 혼미한 선우가 실수로 한 키스를 횡재다 싶어 더 길게 끄는 봉선은 [늑대소년]의 첫사랑에 빠진 소녀는 물론 어린 비혼모지만 밝은 소녀의 모습을 강조한 [과속 스캔들]과도 다르다. 스물다섯에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처럼 10대 소녀를 연기하던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자신의 출연작 중 처음으로 성적 욕망을 드러낸다.

봉선이 원래 ‘밝히는 여자’인 것은 아니다. 봉선이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처녀귀신 신순애(김슬기)에게 빙의됐기 때문이고, 순애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야 이승에서의 한을 풀고 승천할 수 있다. 봉선이 남자들의 벗은 몸을 보고 흐뭇해하고, 선우에게 달려들어 “한 번만 하자”고 외쳐도 그것은 봉선이 아닌 순애의 말이다. 빙의가 풀리는 순간 봉선은 소심하고 연약한 성격에 큰 눈에서 금세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얼굴로 돌아온다. 이것은 박보영이 이전에 보여준 이미지와 비슷하다. 코믹한 이미지의 김슬기가 순애를 연기하는 것은 빙의라는 설정이 의미하는 바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김슬기의 코믹한 이미지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고, 빙의는 박보영이 기존의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야한 여자’가 될 수 있는 프리패스가 된다.


20대 여자의 성적 욕망이 빙의가 돼야만 드러날 수 있다는 설정은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20대 여자의 성적 욕망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MBC [내 이름의 김삼순]의 김삼순(김선아)부터 KBS [연애의 발견]의 한여름(정유미)에 이르기까지,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여자들은 대부분 30대로 설정됐다. 그들은 이 작품 속에서 20대 시절 산전수전을 겪은 뒤, 30대에야 성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다양한 경험과 자기 이해를 통해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깨닫고 말할 수 있는 성인의 기준이 드라마에서는 서른인 셈이다. 박보영처럼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배우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도 성적 욕망은 아예 배제시키는 경우도 많다.

[오! 나의 귀신님]의 빙의는 작품 속 봉선의 성적 욕망을 표현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순애의 것이다. 그러니 봉선을 연기하는 박보영은 이 설정을 통해 ‘아무것도 몰라요’ 같은 표정으로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보다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다. [오! 나의 귀신님]의 빙의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거침없이 욕하곤 했던 김슬기의 캐릭터를 박보영에게 덧씌우면서 그가 성적으로 보다 개방적인 캐릭터를 부담 없이 연기하도록 만들었다. 박보영에게도, 여자의 성적 욕망을 다루는 드라마로서도, 빙의를 다루는 작품으로서도 아주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이 이 세 가지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오! 나의 귀신님]은 주어진 한계 내에서 매우 영리한 선택을 하고 있다.

칼질을 하다 말고 그만하자며 그의 품에 달려들어 “좋다!”를 외치는 봉선의 모습은 박보영의 다른 작품이 그렇듯 귀엽다. 여자의 성적 욕망을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표현하는 것은 [오! 나의 귀신님]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자가 성적 욕망을 가지는 것에 대해 끈적거리지만 않고 밝고 유쾌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오! 나의 귀신님]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하다. [오! 나의 귀신님]은 해방된 성적 욕망으로 귀여움을 표현하고, 박보영에게 성인 여자로서 또 다른 얼굴을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정도라면, 과감하게 한 발은 아닐지라도 영리하게 반 발쯤 나아간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글. 심하림
사진 제공. tvN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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