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픽사의 7단계 비밀

2015.07.23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사람의 감정을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의 다섯 캐릭터가 조종한다는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인사이드 아웃]을 보다 보면 정말 사람의 감정을 조종하는 것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픽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995년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열다섯 번째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에 이르기까지 픽사의 작품들은 매번 관객에게 희로애락을 모두 선사하고, 결국 어느 한 부분에서 관객을 울려버린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놀라울 정도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확한 시간대에 표현된다. 픽사 20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마는 그들의 메커니즘을 인포그래픽과 글로 정리했다.


* 이 기사에는 픽사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1. 일상의 반복: 기본 설정은 빠르게 설명한다
픽사의 작품들은 이야기에 필요한 기본 설정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토이스토리]나 [몬스터 주식회사]처럼 개성 있는 주조연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만 하나씩 잡아 제시하고, [인크레더블]처럼 전사(前史)가 중요한 작품은 과거의 가장 눈부신 순간과 현재의 찌든 삶을 연이어 배치해 대비시키며 시간을 단축시킨다. 이 설명들은 모두 영화 시작 10분 안에 이뤄지는데, 픽사는 이 부분도 다양한 구성을 통해 웃음부터 감동까지 다양한 감정을 끌어낸다. [업]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엘리와 주인공 칼 할아버지의 부부 생활을 대사 없이 압축해 5분가량의 시퀀스로 보여주는 것은 그중에서도 대표적. 구름을 보며 2세 계획을 짜던 부부의 모습이 불임 통보를 받고 좌절하는 상황으로, 장례식장에서 슬퍼하는 칼의 뒷모습이 혼자 쓸쓸히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으로 전환된다. 그의 지난 인생을 한 번에 압축한 이 장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겼다.

2. 뜻밖의 모험: 주인공들은 항상 어디론가 떠난다
러닝타임 20~30분대가 되면 주인공은 모험을 시작한다. [벅스라이프]의 발명가 개미 플릭은 메뚜기를 물리칠 전사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라따뚜이]의 레미는 거주하던 집의 할머니가 쏜 총을 피하다 가족과 이별하고 하수구를 떠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떠나지 않았지만, 몬스터의 세계에 들어온 인간 ‘부’의 출연이 모험의 역할을 한다. 시간상으로 이 구간은 모험이 시작된 이유와 주인공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필요한 동시에, 관객들의 집중력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모험의 시작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끌며 앞부분에서 보여준 설정을 기반으로 주인공의 삶이 바뀌는 계기를 만들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3. 주인공의 좌절: 주인공은 반드시 불쌍해진다
픽사의 스토리 작가들은 스토리텔링 법칙 중 하나로 ‘주인공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언급했다. 픽사의 작품들은 러닝타임 50~60분대에 주인공을 강한 좌절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토이스토리]에서 버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고 자신만만해 하다 자신과 똑같은 장난감들이 마트에서 수십 개씩 진열돼 있는 것을 보고 절망에 빠지는 장면은 주인공의 좌절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 이 순간 버즈의 망연자실한 표정은 그 전까지 자칫 얄미울 수도 있었던 버즈의 행복을 관객 스스로 절실하게 바라도록 만든다. 작품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이 지점은, 주인공의 모험이 어느 정도 진척됐을 때로 캐릭터의 내적인 고뇌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클라이막스로 가는 강한 추진력을 만든다.

4. 신스틸러의 활약: 주인공이 우연히 시련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픽사 영화에는 주인공 외에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조연들이 등장한다. 귀여운 [월-E]의 모나 [업]의 케빈처럼 귀여운 캐릭터도 있고, [니모를 찾아서]의 초식하는 상어처럼 엉뚱한 캐릭터도 있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피부를 자유자재로 바꿔나가던 랜달이나 [토이스토리 3]에서 버림받고 비뚤어진 곰인형 랏소는 악역임에도 캐릭터 상품으로 인기리에 판매된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은 러닝타임 60분대쯤에 주인공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하거나, 큰 시련을 안겨주는 역할을 한다. [토이스토리]에서 무섭게만 보였던 시드의 장난감들이 결정적인 순간 도움을 주는 것이 그 예. 이런 조연들의 활약은 관객에게 보다 다양한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픽사의 스토리텔링 법칙 중 하나인 “주인공이 시련을 우연히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 주인공이 겪는 시련이나 위기 극복에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주는 것이다.

5. 깨달음: 주인공은 성장한다
뜻밖의 모험을 시작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결국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귀결된다. 픽사의 스토리텔링 법칙 중 하나인 “왜 이 스토리를 꼭 전해야 하는가? 당신의 신념은 무엇인가? 스토리의 중심이다”가 비로소 구현되는 시점. 전체 러닝타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70~80분대에 배치돼 있고, 이는 총 러닝타임의 3/4 지점 부근으로 수렴된다. 기승전결 중 이야기를 새롭게 전환시키는 ‘전’의 역할에도 부합하는데, 주인공은 깨달음을 통해 자신의 내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이를 통해 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린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각각의 감정에 대한 깨달음, [토이스토리] 시리즈에서 우디가 장난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의 결론을 내리는 지점이 이 부분. 때로는 마치 잠언처럼 들리기까지 하는 이 깨달음은 픽사 제작진이 자신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얻은 답을 이야기하는 과정이자, 기술적으로 치밀한 픽사 작품에 영혼을 불어넣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업]에서 칼이 죽은 아내가 남긴 스크랩북을 보며 진정한 모험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그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6. 액션 타임: 픽사의 블록버스터 액션!
픽사의 스토리텔링 법칙 중에서도 가장 정확하게 지켜지는 구간. 영화 끝나기 10~20분 전에는 웬만한 실사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가 반드시 등장한다. 감정적으로 빠지기 쉬운 후반부에 클라이막스 액션을 배치해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 것이 포인트. [카]나 [인크레더블]처럼 설정상 액션 시퀀스가 필수적인 작품뿐만이 아니다. 물고기의 바닷속 모험담인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멀린과 도리가 펠리칸의 힘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토이스토리 3]에서는 장난감들이 쓰레기 소각장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준다. [라따뚜이]에서는 레미가 쥐의 몸으로 레스토랑의 주방을 누비며 화려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액션 시퀀스를 대신한다. 이 구간이 마무리되면 작품들은 사실상 마무리 과정으로 접어들고, 작품에 따라 감동적인 장면이 한 번 더 들어가기도 한다. 가령 [몬스터 주식회사]나 [월-E], [토이스토리 3]는 가장 감성적인 장면이 액션 시퀀스 뒤에 추가로 등장하지만, [인크레더블]이나 [업]은 이런 장면 없이 액션의 역동적인 이미지만을 남긴다.

7. 다른 일상의 시작: 삶은 계속된다. 하지만 조금 달라진다.
픽사의 모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막연한 낙관주의를 전달하는 대신 깨달음을 얻은 주인공들이 새로운 삶을 사는 것에 가깝다. 가령 활쏘기를 좋아하는 딸 메리다에게 규율을 강요하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엘리다 여왕은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딸과 함께 말을 타는 것으로 바뀐다. 또한 주인공의 후일담을 길게 늘어놓기보다는 핵심만을 남겨 간결하게 묘사해서 엔딩에 해당하는 부분은 언제나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적인, 그러나 사람의 감정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픽사의 능력.

글. 임수연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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