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미 더 머니]가 래퍼에게 놓은 함정

2015.07.13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쇼 미 더 머니 4]의 참가자 블랙넛의 가사처럼 송민호는 방송 전부터 프로그램의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대형 기획사인 YG 엔터테인먼트의 소속 가수로 다양한 무대 경험이 있고, 다수의 심사위원과 깊은 친분을 맺고 있는 만큼 송민호에게 [쇼 미 더 머니 4]는 여러모로 유리한 게임판이다. 그리고 그룹 위너의 멤버 자격이 아니라 “가둬놨던 M.I.NO 산책 좀 시키러” 나왔다고 참전의 포부를 밝힌 그는 자신만만한 태도와 참신한 펀치라인을 선보이며 “여유가 넘친다”, “파워가 다르다”는 심사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3차 오디션에서 송민호가 선보인 “딸내미들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는 프로그램 바깥에서 문제가 됐다. 한 줄의 가사로 개인의 신념과 의식 수준 전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욕설과 수위 높은 소재에 너그러운 것이 힙합 문화의 특징이라는 주장 역시 어느 정도 근거를 갖는다. 그러나 여러 층위의 의견과 해석들을 종합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래퍼는 본인이 쓴 가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송민호의 가사가 저속한 발상과 질 낮은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돌이라는 계급장을 떼기 위해서 메이저에서 활동 중인 젊은 래퍼들이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송민호만의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은 참가자들의 문제일 때도 있지만 지난 3번의 시즌을 거쳐 오면서 [쇼 미 더 머니]가 스스로 만들어낸 일종의 화법이다. 번번이 실력자들을 강조하지만 방송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가십에 적합한 감정싸움의 장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돌 그룹 소속의 래퍼들이 가진 각각의 서사와 캐릭터는 뭉뚱그려지고, 힙합이라는 장르의 침입자처럼 몰아세우기 간편한 아이돌이라는 라벨링만 두드러진다. 결국 래퍼들은 주목받기 위해 아이돌을 공격하고, 아이돌은 방어하기 위해 위악의 목소리를 꾸며내야 한다. 플로우와 가사, 목소리와 전달력 등 래퍼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많지만, 만들어지고 길들여진 것이라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벗어내기에 급급한 참가자들은 성급하게 야생의 날 것을 증명하려 애쓴다.


블랙넛은 이러한 게임의 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해 [쇼 미 더 머니]의 주목을 놓치지 않는다. 프로그램 바깥에서 그는 훨씬 더 지독한 가사를 쓰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방송에 보이는 블랙넛은 바지를 벗고 심사위원들을 놀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기지 않는다. “불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타블로는 평가했지만 사실상 블랙넛의 진짜 재주는 불편하게 하는 정도를 조율하는 것에 가깝다. 수많은 참가자가 무턱대고 아이돌을 공격할 때, 블랙넛은 공공연한 강자인 송민호를 저격했다. 하지만 정작 송민호와의 맞대결을 피하며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을 이야깃거리로 활용한다. 여기에 겉치레 없이 도전적인 태도에 호응을 보내주는 심사위원들이 더해지면서 블랙넛은 방송이 수용 가능한 캐릭터로 다듬어진다.

그러나 방송을 위해 적당함을 가장할 줄 아는 인물이 동시에 무례하고 선정적인 가사를 쓰면서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무모할 정도로 진솔하게 노출 시킨다는 본연의 캐릭터를 병행하기는 어렵다. 여성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가사를 쓴 송민호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소녀 팬들을 위해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 그룹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쇼 미 더 머니]에서는 랩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방송에 필요한 인물이 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버금가게 명심할 것은 ‘악마의 편집’에 희생될 꼬투리를 제공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쇼 미 더 머니]의 법칙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휘둘리는 동안 래퍼들은 자신을 증명하기는커녕 본래 가진 것들마저 잃을 위기에 놓였다. 기다리는 것은 결국 송민호와 블랙넛처럼 고만고만하게 실망스러운 래퍼들로 평준화되는 것이다. 래퍼들에게 이것은 너무나 위험한 덫이자 늪이다.

글. 윤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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