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 지금 단 한 명의 팝스타

2015.04.13

왠지 배철수 선생 성대모사가 하고 싶어지는 문장이다. 마크 론슨 피처링 브루노 마스의 ‘Uptown Funk’는 4월 8일자 빌보드 차트에서 14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빌보드 차트 역사상 14주 연속 1위는 모두 7곡이다. 그리고 2010년대에는 오직 ‘Uptown Funk’ 뿐이다. (‘Blurred Lines’는 12주였다.) 최장기 1위 기록은 16주 연속의 ‘One Sweet Day’ 뿐으로, 단독 2위의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 이 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흥겹고 재미있는 노래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게으른’ 노래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Uptown Funk’가 80년대 Funk/R&B에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실은 단순히 그 시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거나 유산을 활용하는 정도가 아니다. 예를 들어 다프트 펑크가 ‘Get Lucky’에서 자신들의 기본적인 작법과 나일 로저스의 기타를 결합하는 방식처럼 말이다. 대신 마크 론슨은 특정 시기와 스타일에 익숙하다면 어디선가 들어본 거의 모든 요소를 4분 30초짜리 노래에 쏟아 넣는다. 이 노래에는 익숙할수록 더 신난다는 일종의 역설이 작동한다.

하지만 마크 론슨 혼자서 이런 마법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가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성공 뒤에 있던 것처럼, 그의 개인적인 작업 역시 유명 가수들의 도움 없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Uptown Funk’의 성공은 브루노 마스를 빼놓을 수 없다. 데뷔 3년 만에 2장의 앨범을 모두 대성공 시키며, 현재 남성 솔로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그의 인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지금 유명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왜 유명하게 되었는지가 ‘Uptown Funk’의 성공에도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브루노 마스는 장르와 시대에 따른 취향을 초월하는, 모든 이에게 환영 받는 팝 아티스트다. 하지만 그는 유행을 선도하거나 대중들 스스로도 몰랐던 그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마치 ‘8~90년대 팝 스타’가 한 사람의 몸을 빌려 재현된 존재처럼 보인다. 자신의 밴드 훌리건스를 대동하여 무대에 오르고 춤과 노래를 모두 소화하고 특정한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다. 전형적인 R&B 발라드(‘Grenade’, ‘It Will Rain’), 유유자적한 레게풍의 포크(‘The Lazy Song’), 잔잔한 피아노 발라드(‘When I Was Your Man’), 밴드를 활용하는 록 넘버(‘Locked Out of Heaven’, ‘Gorilla’) 모두 가능하다. 그 음악들 모두 현재의 유행이라기보다, 90년대 빌보드 차트를 늘어놓은 것 같다.


심지어 음악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그렇다. 그가 본격적인 데뷔 이후 첫 번째 수입으로 캐딜락 자동차를 산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20대 팝스타가 아버지뻘의 팬을 갖는 것도 어렵겠지만, 그 팬과 비슷한 취향으로 차를 선택하는 건 희귀한 일이다. 그러니 첫 싱글 ‘Just The Way You Are’가 카세트테이프를 주요한 시각효과에 활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데뷔 당시에는 그의 상업적인 위치를 모호하게 했던 인종적 배경은 이제 일종의 상징처럼 보인다. 아틀란틱 레코드 사람들은 어느 인종의 사람들이 주로 듣는 라디오방송에 그를 홍보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브루노 마스는 특정한 장르나 스타일이 아니라 ‘팝 음악’에 헌신한다. 대중음악이 힙합, R&B, 전자음악과 동의어가 된 시대에, 제임스 브라운을 좋아하던 할아버지와 마이클 잭슨을 즐기던 아버지, 그리고 현 세대의 아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이유다.

그러니 ‘Uptown Funk’가 브루노 마스의 노래일 수밖에 없다. 이 노래가 특정 시대와 장르에 대한 백화점식 구성을 가진 것은 마크 론슨이 개별적인 아티스트 이전에 DJ이자 프로듀서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정당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노래를 이해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은 브루노 마스의 역할이다. 브루노 마스 덕분에 이 노래는 디스코나 Funk를 주로 선보이는 복고적인 취향의 프로듀서 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히트곡이 된다. 여기서 ‘레트로’는 스타일이나 취향의 영역이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Fun)의 영역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대중성을 가진다. ‘Uptown Funk’가 처음으로 1위를 했던 직후의 엘렌쇼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이 노래가 이미 기록적인 히트의 자격이 있었다는 증거다. 빌보드 1위 노래라고 관객들이 모두 안무를 같이하고 자기도 모르게 코러스를 넣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팝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알 정도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공연에서 ‘Uptown Funk’를 커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럴 법 하다. 브루노 마스의 다른 노래들이 그런 것처럼, 이 노래도 우리 곁에 오래 머물 것이다. 언제 다시 들어도 ‘One Sweet Day’가 지겨운 적 있던가?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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