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하니가 너무해

2015.04.13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다 잘하니까, 얄밉죠”라고 말한 강남이 이해가 간다. 예쁘고, 몸매 좋고, 섹시하게 춤추다 찍힌 ‘직캠(팬이 직접 찍은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1,200만을 넘겼다. 그 결과 자신이 속한 그룹 EXID의 ‘위아래’가 역주행을 하면서 늘어난 팬들이 붙인 별명, ‘패왕색’. 포미닛의 현아도 가진, 압도적으로 매혹적인 힘. 다시 말해 정말 섹시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하니는 무대 아래에서 섹시함 대신 다른 것을 보여준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는 성조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중국어를 읽거나 “다시 해보니까 재미있다”며 미적분을 풀었고, 농구도 남자 못지않게 잘한다. 심지어 2005년, 대한철인3종경기연맹에서 주관하는 공식 대회에서도 3위에 입상했다. 흔히 말하는 ‘사기캐릭터’, 또는 미디어에서 ‘엄친딸’ 같은 수식어를 붙이기 딱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서 유재석은 “대단하다, 하니야!”라고 했다. 하니가 입을 가리지 않고 하품을 하거나 트림을 하고 나서 한 말이었다. JTBC [크라임씬 2]에서 하니가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자 장동민은 “글은 알아?”라고 물었고 홍진호는 “지켜주고 싶은 아이”라고 했지만, 정작 하니는 추리 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지어 하니는 [크라임씬 2]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만만한 대상으로 홍진호를 꼽았다. 미디어는, 예능 프로그램의 남자들은 하니에게 ‘위아래’의 ‘직캠’에서 보여준 아이돌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하니는 섹시함이나 애교를 보여주는 대신 치마를 입고 팔자걸음을 걷고, 남자에게 보호받는 대신 싸워 이길 준비가 돼 있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에서 문자 그대로 ‘금발 미녀’인 엘 우즈는 자신이 예쁘기만 할 뿐 머리가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편견을 깼다. 엘 우즈가 그랬던 것처럼, 하니는 무대 위의 섹시함으로 주목받았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모두의 기대와 편견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대 위에서 섹시하거나 여성적인 모습을 보여준 걸 그룹 멤버가 무대 아래에서 상반된 모습으로 인기를 얻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러나 ‘반전 매력’이라 일컬어지는 모습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과장된 캐릭터처럼 활용된다. 무대에서는 극도의 섹시함을 보여주다가 무대에서 내려오면 극도로 귀여운 이미지만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여러 모습 중 귀여움이나 털털함 같은 한 가지 모습만 더 부각되고, 무대 위아래의 매력이 서로 상반돼 매력을 더한다. 섹시함을 보여준 걸스데이의 혜리처럼 MBC [일밤] ‘진짜 사나이’ 이후 애교가 하나의 캐릭터가 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하니는 무대에서의 이미지를 이어가지도, 확실히 반대에 있는 이미지를 가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카메라 앞의 매 순간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때로는 털털하고, 때로는 똑똑하고, 때로는 예쁜 얼굴을 완전히 일그러뜨린 표정도 짓는다. 무대를 내려오면, 하니는 ‘위아래’의 모습과는 독립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니는 그냥 하니다.

하니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그 날의 게스트와 가상의 연애를 하는 JTBC [나홀로 연애중]에 출연했을 때, “그녀와 단둘이 집에서 영화를 보다 찐한 키스신이 나왔다! 당신의 반응은?”이란 질문이 나왔다. 그때 하니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답변은 ‘키스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키스를 한다’였다. 그리고 하니는 “뭘 그런 걸 물어?”라며 먼저 키스를 했다. [나홀로 연애중]의 여자 게스트 중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고, 패널인 성시경은 “(출연한) 역대 여자친구들 중에서 나를 가장 좋아해 주는 것 같아”라며 감동했다. 타인이 나에 대해 기대하는 것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무대를 벗어나도 카메라 앞에서는 ‘콘셉트’와 ‘캐릭터’가 필수처럼 된 쇼 비즈니스 산업에서, 하니는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업계의 통념을 깨면서도 사랑받는다. 무대 아래에서 ‘영업용’ 표정을 짓는 대신 마음대로 웃고 운다. 그래도 인기는 갈수록 높아간다. 세상이 바뀐 것이든 하니가 세상을 바꾼 것이든, 전에 없던 일이다.

그래서 하니가 JTBC [스토리셀러, 당신의 1분]에서 “7년 후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소속사 대표에게 말하며 “(연예인을 준비하면) 어린 나이에 몰라도 될 걸 아는 친구들이 많다. 엔터테인먼트 심리전문가가 되겠다”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섹시한 춤을 추든, 예쁜 척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이 아이돌은 언제든 자신의 인생을 찾아 나갈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 데뷔 전, 하니의 어머니는 “너(하니) 예뻐. 그런데 너 정도 생긴 애들은 길거리에 많다. 너 노래 잘하는데 너 정도 잘하는 사람은 많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시절 연습생으로 있던 JYP 엔터테인먼트에서는 퇴출됐었다. 그러나 하니는 결국 어머니를 설득했고, “문득 그들의 판단이 왜 내 결정이 됐으며, 왜 스스로의 가능성에 한계를 둘까”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미디어에서 ‘대세’라 한껏 치켜올리는 지금, 하니는 여전히 사이버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 중이다. 남들이 무엇을 기대하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간다. 정말 너무하다. 뭐 이렇게 끝내주는 사람이 다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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