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사회│② 전두환의 3S 시대 vs 박근혜의 검열 시대

2015.04.07

과거 전두환 정부 시절에는 이른바 3S(SEX, SCREEN, SPORTS) 정책이 있었다. 국민의 정치적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대중문화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운 것이다. 물론 이것은 독재정권의 산물이고, 그 의도에 있어 몇 번을 비판받아도 부족한 일이다. 하지만 2015년 레진코믹스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warning.or.kr이 떴고, 작년에는 영화 [아메리카 허슬]의 포스터가 여배우의 가슴골이 문제가 돼 가슴 크기를 줄인 후에야 심의를 통과했다. 심지어 청소년들은 일정 시간이 넘어가면 게임조차 즐길 수 없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영화 [다이빙벨] 공개 문제로 집행부가 흔들리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다. 전두환 정부 시절에는 정치를 막는 대신 쾌락을 풀었다면, 박근혜 정부는 검열을 통해 정치와 쾌락 모두를 막고 있다. 그래서 두 시대의 문화 정책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물론 그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절대로 아니다. 대신 비교할수록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문화에 있어서는 지금이 30여 년 전 독재정권 시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말이다. 누가 더 최악인가를 뽑는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정치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유흥을 권했던 3S 시대 vs 세수를 위해 유흥을 억제하는 검열 시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출범한 프로야구 운영 계획을 만든 당시 이상주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은 “국민들이 정치적 관심이 굉장히 많았어요. 정치적 관심이 과잉됐다고 볼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그래서 프로야구를 만들면 “국민들의 화제도 건실해지고 우리나라 문화도 훨씬 건전하게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다.(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스포츠로 지배하라!-5공 35정책’) 전두환 시대가 허용한 유희는 군부 정권을 향한 분노나 설움이 발현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권장한 것이었다. 교복과 두발 규제에서 해방된 학생들은 전자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겼고, 야간통행금지 해제로 자정이 넘어도 집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나자 이들을 수용할 호프집이 성행했다. 물론 3S 정책이 허락한 자유에서 정치적 표현은 제외됐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후, 유흥은 세수 증대를 위한 가장 만만한 세원이 됐다. 국민의 건강에 해롭다며 담뱃값을 올리고, 심지어 일부 정치권에서는 주류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게임 역시 각종 단체가 권력을 행사하면서 경계 대상이 됐다. 진중권 교수는 “학부모단체는 공부를 안 하는 게 게임 때문이라고 말하고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은 선과 대비되는 악으로 본다. 의사단체는 치료해주겠다면서 병을 만든다. 이런 흐름을 잘 봐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예전에는 권장됐던 유흥을 억눌러야만 한다.

자유의 시대가 왔다는 환상을 심었던 3S 시대 vs 합의도 없이 자유를 제한하는 검열 시대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스트레스를 야구장에서 풀던 80년대, 외야 스탠드에서 소주를 마시고 삼겹살도 구워 먹었지만 딱히 통제는 없었다. 청계천 세운상가에서는 암암리에 빨간 책과 빨간 테이프가 유통됐고 포르노그래피가 대중들에게 크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문화적 검열이 느슨해졌다. 비록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개봉했을 만큼 정치적 문제를 연상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단어마저 바꿀 만큼 엄격한 검열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전두환 정부는 자유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환상을 심어주려 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개인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성질의 일마저 통제하려 한다. 야구장에서는 SAFE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캔맥주, 아이스박스 등의 반입을 규제하고 소지한 가방 크기도 제한한다. 불량식품이 4대악에 포함되면서 문방구에서 팔던 불량식품도 사라지고 있다. 이달 16일부터 시행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음란물을 배포하는 웹하드, P2P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과태료를 올린다. 물론 야구장에서 술에 취해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안 될 일이고 불량식품이나 불법 다운로드도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의 실행 과정에서 합의가 전혀 없기에 사회적인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를테면 불량식품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게 내려지면서 위생 조건을 준수하는 중소업체도 단속을 피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한다. 또한 교복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학교주관 구입제도를 시행하다 보니 개인이 다른 디자인의 교복을 사는 것은 아예 금지되는 일이 벌어진다. 설사 그 목적이 좋은 것이라도, 정부의 일방적인 지시만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것이 옳은 일일까.

성인물 검열은 느슨했던 3S 시대 vs 없는 음란함도 상상으로 만들어내는 검열 시대
1982년 한국영화 흥행 1위였던 [애마부인]의 정인엽 감독은 “애마부인 기점으로 (검열이) 완화됐다”고 말한다. 검열이 느슨해지자 방대한 양의 성인 영화가 제작됐고, 그해 개봉작 56편 중 35편이 에로영화였다. [색깔 있는 남자]는 동성애 코드를 녹여내기도 했는데, 이것은 동성애에 관대해서라기보다는 에로티시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작품이 제작되면서 본래 3S 정책의 의도와 무관하게 우연히 탄생한 결과물에 가깝다. 반면 2015년의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은 여고생끼리 했던 키스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안건에 올라갔다. ‘풍만한 가슴’을 대놓고 강조하던 [애마부인] 포스터가 무리 없이 세상에 나오던 시절과 달리, 요즘엔 영화 [아메리칸 허슬]의 포스터에서 제니퍼 로렌스와 에이미 아담스가 가슴골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가슴 크기를 줄이고 단지 남녀가 키스하는 모습이 나왔을 뿐인 [폼페이]의 포스터가 심의 반려된다. 야하지 않은 작품에서도 기어코 선정성을 찾아내는 그 상상력은 이제 1980년대의 검열을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역사가 거꾸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런 것 아닐까.

글. 임수연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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