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최시원, 왕자님은 유쾌하기도 하지

2015.04.06

드라마 속 주인공이라 해도,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비난깨나 받았을 것 같다. 재력의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같은 팀 멤버들이 “조금만 더 스케줄을 뛰면 SM 엔터테인먼트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할 만큼 부잣집 아들에다,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10년째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이다. 짙은 눈썹과 뚜렷한 골격, 매끈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 훤칠한 키가 어우러진 외모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미남이라 할 만하고, 인맥은 성룡과 애드리언 브로디를 아우를 정도로 국제적이다. 심지어 잠깐 숙소생활을 하던 시절, 다른 멤버들이 자신의 화장품을 몰래 쓰는 걸 알면서도 흐뭇한 마음으로 더 큰 용량을 사다 놓을 줄 아는 넓은 아량마저 갖췄다. “다 가진, 최시원 씨!” MBC [라디오스타]에서 규현의 소개말처럼 정말로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 아직 서른 살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노블레스’라는 단어 그 자체인 것 같은, 그 덕분인지 아이돌로서는 이례적으로 유명 수입차 브랜드의 홍보대사로 발탁되기도 한 남자. 다만 딱 하나, 팬덤이 아닌 대중들의 호감은 그가 갖지 못했던 것이었다. 유난히 선이 굵은 얼굴은 MBC [무한도전]에서 직접 읽은 ‘악플’처럼 느끼하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였고, 하체의 특정 부분이 이상하게 도드라진 탓에 ‘최시원 포춘쿠키’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사진처럼 가끔은 놀림거리가 됐다. 아무리 해외에서 영화를 많이 찍어도, 슈퍼주니어의 노래가 대만 차트에서 100주 연속 1위를 기록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Twins’로 데뷔했을 때부터 최시원은 무대에서 보컬이나 댄스로 도드라지는 멤버가 결코 아니었다. 드라마를 꾸준히 찍긴 했으나 철없는 허당 톱스타 역을 맡아 주목받았던 SBS [오 마이 레이디]나 [드라마의 제왕] 정도를 제외하면 배우로서의 개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편도 아니었다. 게다가 토크쇼나 잡지 인터뷰 대부분에서 정석적인 답변을 내놓는 최시원의 태도는 모범적이지만 다소 지루해 보이기 십상이다. 글로벌 스타지만, 냉정하게 말해 국내에서 아주 ‘핫’하지는 않은 연예인이었던 것이다.


잘생겼지만 느끼하고, 부유하다는 것 외엔 딱히 알려진 것도 없다. 선천적으로 위트를 타고난 성격도 아니다. 하지만 “원래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그는 놀랍게도 점잖은 왕자님의 봉인을 스스로 해제할 줄 안다.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어벤져스] 캐릭터 분장을 한 채 입국하는가 하면, MBC 뮤직 [우상본색]에는 슈퍼마리오의 동생 루이지로 변신해 나타났다. 단점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가지고 노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재산이나 인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수줍어하며 어쩔 줄 모르지만, 끝까지 정색하지 않고 도리어 뻔뻔한 농담을 던지며 매력적인 캐릭터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가령, 자신을 경계하는 규현에게 이런 우스갯소리를 했던 것처럼. “([라디오스타] MC 되면) 저 무료로 할 건데요? (규현 씨는) 왜 그렇게 돈을 좋아해요?” 그래서 예능에서의 그는 자신의 배경과 이미지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불편함이나 기분 나쁜 위화감을 자아내지 않는다.

최시원은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온몸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난 부자고, 글로벌 스타고, 느끼한 것도 맞아. 그런데 쿨하고 유쾌하기까지 하지!” 중국어 개인 교사를 대동한 채 다녀야 하고, 때로는 LA와 한국을 오가야 할 정도로 꽉 찬 스케줄이지만 [무한도전]에 꼭 합류하고 싶다며 얼굴을 망가뜨리거나 느끼한 영어대사를 던진다. 흑역사라 불리는 사진이 등장해도 도리어 사진 속 포즈를 재현하며 눈을 찡긋거리고 한 손으로 테이블을 쾅쾅 치며 호탕하게 웃는다. 다른 사람들이 비웃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호방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 빈틈투성이예요. 바보고 찐따고 찌질이예요.” 지나치게 거만하지도, 필요 이상으로 겸손하지도 않은 선에서 어쩌면 이것은 다 가진 자이기에 가능한 여유일지도 모른다. “해외에서 많이 있었으니까 조금 더 재밌는 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싶은 거죠”라고 스스로 밝힌 것처럼 예능은 그에게 ‘재미있는 것’인 동시에, 최시원이라는 캐릭터를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심심한 왕자님 같기만 했던 최시원의 일탈을 지켜보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꽤 즐거운 일이다. 아마도 전 세계를 누벼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식스맨’으로 뽑히기는 힘들겠지만, 이 쾌남이 가진 글로벌 스타로서의 능력만큼은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의외의 한 수로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건 스타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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