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③ ‘갑’과 ‘을’의 먹이사슬 게임

2015.03.31

SBS [풍문으로 들었소] 한정호(유준상)의 집은 마치 한 마을이나 거리를 옮겨놓은 것처럼 넓다. 이 넓은 집에 집사, 비서, 가사 도우미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고, 이들 사이에는 위계가 존재한다. 마치 생태계 먹이사슬 피라미드와 같은 이들의 관계는 한정호의 아들 한인상(이준)의 아이를 가진 서봄(고아성)이 한정호의 성과 같은 집에 들어오며 균열이 생긴다. 한정호와 아내 최연희(유호정)는 이 집단의 최고 권력자이지만 자식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이 비서(서정연), 독선생(허정도) 등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합심하면 그들의 의도대로 상황을 바꿀 수도 있다. 권력자는 힘을 가졌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뜻대로 살 수 없고, 일하는 사람들은 상황을 조종할 능력은 있지만 권력자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래서 [풍문으로 들었소]는 얼핏 보면 ‘갑’에 있는 사람들의 힘이 두드러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느 쪽이든 그들만의 위계 안에서 끊임없이 물고 물리는 관계다. 그래서 [아이즈]에서는 이들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먹이사슬’에 빗대 표현했다. 사자와 같은 절대 강자도 다른 동물들 없이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정글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 룰
- 각 플레이어들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위치에 따라 본인의 위치가 정해진다. (결혼 시 예외)
- 각 동물은 각자의 승리 조건이 있다. 승리자는 다수일 수 있다.
- 하위 동물은 상위 동물에게 노동력을 제공한다.
- 상위 동물은 하위 동물을 고용하지 않는 것으로 하위 동물을 공격할 수 있다.
- 상위 동물이라고 해도 특이사항에 위배되는 행동은 할 수 없다.

※ 동물별 전략
1. 한정호(사자)
최상위 포식자다. 한씨 집안의 독자로, 손톱 밑 거스러미 하나 생긴 적 없이 자랐기에 언제나 일정 수준의 노동력을 제공받아야 생존 가능하다. 그래서 박 집사(토끼)와 아주머니(사슴)가 자신이 가둬둔 한인상(하이에나)을 돕더라도 그들을 함부로 공격할 수가 없다. 또한 양 비서(원숭이)는 그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쥐락펴락하고, 대신 온갖 더러운 일들을 처리해준다. 최연희(악어)와는 설령 싸우더라도 자신의 명예 때문에 이혼할 수 없으니 어찌 됐건 잘 지내야 하고, 핏줄을 중요시하니 아들을 가르치는 독선생(까마귀)의 말을 따라야 한다. 게다가 육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어 손자에 대해 “배고파서 우는 거였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에 어렵게 데려온 유모(쥐2) 역시 머리 위에 모시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한진영(뱀)은 “귓가에 쟁쟁거리고 눈에 어른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잖아!!”라고 말할 만큼 이미 한정호의 약점이 되었다. 이쯤 되면 지는 게 이기는 거다.

2. 최연희(악어)
최연희는 한정호의 어머니가 왕자님 옆에 올려놓기 위해 선택한 공주님이다. 격식과 예의가 몸에 배어 있어 자신의 아들 한인상과 서봄이 혼인신고를 하는 급박한 순간에도 예를 갖춰 옷을 입고 나가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우아하게 살려면 타인에게서 노동력을 제공받아야만 하고, 친구들에게 책 잡혀서 자존심이 구겨질 수 없으니 예의와 남의 눈치에 빠삭한 개인비서 이 비서(악어새)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연희는 자신의 입을 벌리고 가장 수치스러운 부분마저 악어새에게 보여줘야 하는 악어처럼, 이 비서와의 연합이 필요하다. 서봄에게 “넌 수치심도 없니!”라며 소리 지르려 해도 이 비서의 손이 나타나 그의 입을 꾹꾹 틀어막고, “돌아가신 큰 사모님께서도 아랫사람들에게도 실수 뒤에는 꼭 사과하셨어요”라는 충고까지 한다. 하지만 최연희가 힘들 때 손을 주물러주고, 문자도 대신 해주는 가장 큰 지원자 역시 이 비서다. 그러니 최연희가 이 집의 승자가 되려면 이 비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언제나 함께 가야 할 동지다.

3. 서봄(고양이), 한인상(하이에나)
한인상은 한정호처럼 자라, 과외받으며 서울대에 들어갔다. 그만큼 혼자 무엇을 해본 적이 없기에 한정호나 최연희와 단둘이 남으면 100% 진다. 하지만 서봄은 무엇이든지 혼자 해오고, 아이 낳는 법부터 모유 수유까지 공부하며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 서봄이 한인상과 함께하면서 그도 부모의 공격 앞에서 무력해지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독선생은 한인상과 서봄에게 걸린 특별 미션인 최고점 사시 합격과 최연소 사시 합격을 위해 이들을 돕고, 한정호와 최연희는 어쩔 수 없이 독선생에 약하다. 그리고 박 집사와 아주머니는 아기 때부터 한인상을 돌봐 부모의 심정으로 이들을 돕는다. 다만 한정호의 수행비서 김 비서(쥐), 한정호의 업무비서 양 비서, 최연희의 개인비서 이 비서는 한정호와 최연희의 지배력이 커져야 본인들도 편하기에 마냥 서봄과 한인상의 편을 들어줄 수는 없다. 이들은 한정호의 집안에서 높은 계급에 속하지만, 사실은 대립과 화해를 반복하는 부모,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잘 처신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아기와 함께 이 거대한 집에 들어온 서봄은 더더욱.

4. 하위 동물
사실상 이 게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다. 포식자 동물들은 꾸준히 이들의 노동력을 제공받아야 하고, 이들이 연합이라도 하면 아무리 포식자 동물이라도 꼼짝없이 뒤통수를 맞는다. 서봄이 한정호의 집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민주영(카멜레온)이 몰래 한인상에게 서봄의 위치를 가르쳐줬기 때문이고, 한인상이 공부방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박 집사의 도움과 독선생의 침묵 덕분이었다. 반대로 이 비서가 한인상이 서봄과 싸워 침대에서 쫓겨난 사실을 최연희에게 알리면 한인상과 서봄이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 게다가 이들은 집단으로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지금 돌아가는 상황과 판세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물론 이들이 한정호와 최연희보다 더 권력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한정호와 최연희가 이들을 해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할 사람이 없을 만큼 실력 좋고 가문의 비밀을 속속들이 아는 그들을 내치는 것은 상당한 타격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일해야 할 것은 많지만, 그들은 함께 뭉치면 이 집의 조용한 지배자가 될 수도 있다. 서봄과 아이의 등장은 그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한 것이다.

5. 한진영(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모든 동물의 경제력과 노동력을 제공받는다. 하지만 누구도 아기를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집의 최고 권력자인 한정호의 목줄을 쥐고 있다.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한진영 앞에서는 모두가 약한 것이다.

글. 이지혜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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