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레드벨벳 좋아요 VS 싫어요

2015.03.23
청순하거나 섹시하거나. 이제 걸그룹 데뷔에는 마치 공식이 적용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레드벨벳은 데뷔 당시부터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그룹이었다. 데뷔곡 ‘행복’은 ‘행복’이라는 두 글자 외에는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고, 후속곡 ‘Be Natural’은 정반대의 이미지였다. 아이돌 그룹이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명확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레드벨벳은 정확히 반대의 노선을 보여줬고, 이것은 그들의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의도를 궁금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이것은 아이돌에 관한 한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진 회사의 새로운 실험일까, 아니면 그들의 실수일까. 그리고, ‘행복’과 ‘Be Natural’에 관한 다양한 시선이 나오는 가운데 레드벨벳은 두 곡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듯한 ‘Ice Cream Cake’‘Automatic’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의견은 분분하고, 전망도 제각각이며, 그와 별개로 음원차트 성적은 상승했다. [아이즈]가 이들의 데뷔 당시 했던 ‘레드벨벳 좋아요 VS 싫어요’를 다시 한 번 기획한 이유다. 요즘 시장 상황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 중인 이 걸그룹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좋아요’를 대중음악평론가 서성덕, ‘싫어요’를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가 맡아 그들의 입장을 펼쳤다.


레드벨벳, 복잡하고 오묘한 소녀의 세계
레드벨벳의 데뷔작 ‘행복’과 그에 이은 ‘Be Natural’의 문제는 두 곡이 소속사 SM의 선배 중 누가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행복’은 f(x)가 데뷔곡으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고, ‘Be Natural’은 레드벨벳이 에프엑스와 무엇이 다른가 묻는 사람들에게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라고 말하는 듯했지만, 역설적으로 S.E.S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SM은 레드벨벳에게 ‘행복’과 ‘Be Natural’의 노선을 동시에 반복시켰다. ‘Ice Cream Cake’가 ‘행복’의 환상 속에서 사는 밝은 소녀들의 모습을 잇는다면, ‘Automatic’은 어두운 배경을 활용한 뮤직비디오의 톤까지 ‘Be Natural’을 연상시킨다.

자존심의 회복을 위한 것인지, 레드벨벳의 콘셉트를 이어가기 위한 시도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결과물이 성공적인 것은 분명하다. 이를테면 ‘Ice Cream Cake’의 발랄한 사운드는 데뷔의 건강함을 담고 있지만, 과거 소녀시대부터 EXO가 그랬던 것처럼 팬이 아닌 대중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는다. 연애의 감정을 비유적으로 담는 가사는 f(x)와 샤이니의 가장 좋았던 순간들이 자산이 되었다는 증거다. 반면 ‘Automatic’은 곡 자체로는 데뷔 초의 걸그룹에게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Ice Cream Cake’와 더블 타이틀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리듬 변화가 심한 ‘Ice Cream Cake’와 달리 대중적인 접근성이 높고 세련된 R&B 스타일의 ‘Automatic’은 신인 그룹에게 더욱 풍부한 맥락을 선사한다. 다시 말하면, ‘Ice Cream Cake’와 ‘Automatic’은 ‘행복’과 ‘Be Natural’의 문제가 방향이 아닌 완성도일 뿐이었음을 SM 스스로 증명한다. SM은 태민, 규현, 종현, 엠버 등 솔로 활동을 통해 콘셉트와 음악, 퍼포먼스의 결합이라는 고유의 장점을 집중력 있게 보여줬는데, 레드벨벳에서도 이것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Ice Cream Cake’의 금발, ‘Automatic’의 통일된 의상 등으로 두 뮤직비디오가 멤버들의 개성을 죽이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인 경우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어떤 식으로든 멤버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킨다. 하지만 SM의 스태프들은 통일된 스타일링으로 신선함과 개성을 무력하게 만들고, 대신 통제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Ice Cream Cake’에서 일상 속에서 환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소녀들, ‘Automatic’의 어두운 분위기의 소녀들의 이미지는 멤버의 개성 이전에 작품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소녀의 캐릭터다. 그래서 이들 뮤직비디오에서 중요한 것은 전략적인 콘셉트나 캐릭터가 아니라 촬영과 편집이라는 영상 자체의 문제다. ‘Ice Cream Cake’에서 어느 벌판 위에서 수많은 공들이 터져 나가는 장면은 누군가 비슷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찍을 수 있느냐다.

‘행복’과 ‘Be Natural’의 레드벨벳은 대체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노선을 유지한 채 완성도를 높인 ‘Ice Cream Cake’와 ‘Automatic’은 복잡하고 모호한 소녀의 세계 그 자체를 담아내면서 SM의 걸그룹이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는 걸그룹과 무엇이 다른지 보여준다. SM의 걸그룹은 섹시와 청순이라는 유사연애의 양대 축 말고도 다른 길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2015년 SM 아이돌의 데뷔’란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이제 이 팀으로 무엇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생겼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레드벨벳, 얼굴 없는 아이돌
기괴한 동요 같은 ‘행복’과 ‘Ice Cream Cake’, 고혹적인 어두움의 ‘Be Natural’과 ‘Automatic’은 너무나 다르다. ‘혹시 양극성 장애 콘셉트인 걸까’ 생각마저 드는 이 기묘함은, 정체성이 불분명한 신인인 레드벨벳보다는 더 큰 층위에서만 통합된다. S.E.S.의 리메이크라지만 사실상 재녹음에 가까웠던 ‘Be Natural’에 그 답이 있다. SM은 이 곡에서 혁신 콘텐츠와 전통, 과거 곡의 훌륭함 등을 과시했다. 곡의 주체는 레드벨벳이 아닌 SM이라는 ‘자아’였다.

이 곡이 일회성이었다고 믿었다면, ‘Automatic’은 그것이 본심이었다는 확증이다. 화면비마저 4:3으로 조인 채 15년 전의 같은 곡을 다시 만든 듯한 이 곡은, 모든 면에서 ‘Be Natural’의 시퀄임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다. 흑백 의상은 멤버들 간의 디테일 차이가 심지어 전작보다도 적고, 멤버들의 얼굴은 얼룩 낀 거울에 가려졌다가는 다른 얼굴에 겹쳐진다. 무표정을 거두는 것은 짧은 순간 지나가는, 더 과장된 빈티지풍의 화면뿐이다. 후반 들어 16:9로 넓어진 화면 속에 스팟 조명 외엔 아무것도 없는 차가운 공간, 멤버들은 작디작은 존재감으로 가히 익명에 가까워진다.

‘Ice Cream Cake’는 훨씬 생동감 있다. 영롱한 뮤직박스 사운드와 동요적인 멜로디에 폭발하듯 찢어지는 디스토션의 비트가 몰아치고, 곡은 숨 돌릴 틈 없이 앞으로만 나아간다. 순진무구한 얼굴과 황량한 공간이 키치한 색감으로 맞물리고, 빛나는 비치볼과 거대 고양이는 입에 넣는 솜사탕과 함께 멤버들이 입고 있는 흰색 퍼 의상으로 이어진다. 많은 이들이 f(x)를 떠올리는데, 단순히 콘셉트를 ‘빼온’ 것은 아닐 것이다. f(x)의 기억을 포함해서, SM이 아니라면 이렇게 난폭하고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세계를 만들어낼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SM이란 자아는 이미 소녀시대를 소재로 ‘I Got A Boy’라는 작품을 내놓아, ‘분절된 곡 구조를 시도한 H.O.T. 당시의 우리가 옳았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소녀시대는 멤버 각자가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한 상태였고, 레드벨벳은 경우가 다르다. ‘행복’에서 얼굴을 구별하기 어렵게 해두었던 전략은 지금도 유지되고, 양극의 콘셉트는 팀 정체성을 흐린다. 지금 레드벨벳은 ‘얼굴 없는 아이돌’이다. SM으로선 이례적인 추가 멤버까지 염두에 두면, 이들은 멤버이기보다 부품이다. 소속사의 에고 표현을 위해 익명으로 만들어진 멤버들을 재료로 동원한 걸까? 이 미니앨범은 ‘그거 맞습니다’라는 확인 도장이다.

SM의 역사는 대중음악에서 필연적인 성공과 부진의 교차를 시스템으로 극복하려는 역사와 같다. 그리고 SM은 지금 스타의 산실이 아닌 스타 콘텐츠의 산실로 이행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Ice Cream Cake’와 ‘Automatic’은 숨 막히게 매력적이다. 그런 시스템화가 SM의 미학이라면, 유달리 기획사 충성도가 높은 팬들 또한 이 새로운 세계에 매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거기에 레드벨벳 멤버들에 대한 애정의 자리는 (거의) 없다.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를 즐기는 입장객에게 미니마우스 가면 속의 사람이 아무 의미 없듯, 이 ‘사람’들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사원에 불과한 것이다. 하긴, 서른이 넘어도 좋은 대학, 좋은 회사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쏟아내지 않곤 못 견디는 사람도 흔한 게 우리 사회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돌에게서 보고 싶은 것도 정녕 그런 것일까?
글. 미묘(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사진 제공. SM 엔터테인먼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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