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심사를 옹호한다

2015.03.16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연 심사위원이 펼치는 언어의 예술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독설가’ 사이먼 코웰이 마치 사람을 죽고 살리는 파라오의 손가락 놀음처럼 매주 그 무자비한 혀끝으로 참가자들을 웃고 울리는 장면은 오디션 프로의 상징적 이미지가 됐다. 한국에서도 사이먼 코웰을 벤치마킹한 이승철이 무표정한 선글라스 너머로 가차 없는 악평을 날렸는가 하면, 김태원은 달관한 어조로 ‘아름답다’는 간지러운 형용사를 심사평에 끌어들였다. 이런 심사위원들의 모습은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유한 색깔 그 자체가 됐다.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의 박진영은 이 중에서도 단연 논쟁적인 심사위원이다. 그의 발언과 평은 늘 호사가들의 먹잇감이 되고, 그 자체로 마치 하나의 예능이라 불릴 만하다. ‘K팝스타’의 출연자 이진아의 심사에 대한 논란처럼, 이것이 인터넷의 댓글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뮤지션과 평론가가 거드는 양상으로 확대가 되는 점은 흥미롭다.

박진영에 대한 비판은 박진영의 메시지와 태도가 만드는 불협화음, 그리고 연예인 박진영의 행보에서 누적된 대중들의 비판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이다. 박진영이 때로 범하는 팩트의 오류 혹은 과장, 때로는 지나치다 싶은 찬사는 피해갈 수 없는 비판의 지점이다. 심사위원의 리액션 자체를 셀링포인트로 삼는 ‘K팝스타’의 예능적 성격 탓도 있지만, 매주 새로운 음악 천재를 만들어내며 감동에 겨운 듯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그의 말은 진심의 여부를 떠나 억지스럽게 느껴질 법하다. 모든 가치를 미국 음악에 두는 지나친 맹종 역시 얄밉고, 그래서 더더욱 무리할 정도의 미국 진출을 감행하며 결과적으로 원더걸스나 지소울 등 소속 가수들을 ‘소모’시킨 것은 무책임하다는 종합적 이미지는 박진영의 평을 필요 이상으로 매도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점만큼이나 장점과 차별성이 부각되는, 적어도 ‘독특한’ 심사위원이다. 박진영의 심사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음악계 내부에서 사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담론 방식의 일부를 끌어들였다. 이제는 그를 조롱하는 단골 레퍼토리가 된 ‘공기 반 소리 반’ 같은 것은 현장에서 다소 다르게 묘사되기는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보컬 디렉팅을 할 때, 특히 R&B 보컬의 톤과 관련해 종종 언급되는 포인트다. ‘열린 고음’이나 ‘말하듯 부르기’ 등 박진영이 집착하는 조건들 역시 대중들에게는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현장의 보컬 트레이너들이 곧잘 지적하는 디테일들이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의 정승환을 주목하면서 “누구도 생각이 나지 않는 가수를 찾았다”며 보낸 이례적인 찬사, 박윤하를 언급하며 “겉멋부리지 않는 가수”라고 말했던 것은 음악 프로듀서들이 신인 가수를 발굴하며 찾는 가장 중요한 덕목 두 가지, 즉 모창하지 않는 독창적인 목소리와 나쁜 습관이 없는 창법과 연관된 평가다. 표현들이 다소 애매하거나 부풀려진 면이 없지는 않지만 결코 근거가 없는 발언들은 아니다.

특히 박진영의 평가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에 비해 ‘음악적’이다. 비록 논란을 낳긴 했으나 이진아의 ‘냠냠냠’을 언급하면서 대위법과 화성악을 언급한 것이나 박윤하의 ‘슬픈 인연’을 듣고 그녀가 가진 목소리의 앰비언스(공간감)를 굳이 언급한 것은 ‘참 잘했어요’ 수준을 넘어선 분석적인 태도다. 그레이스 신의 ‘10 Minutes’을 듣고 “가성과 진성을 오가지만 거친 부분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든지, 정승환의 ‘제발’을 비평하면서 “멜로디 사이에 공간이 많아서 불안한 음정이 드러나 감정까지 잃어버렸다”는 언급은 일반인들이 곡을 들으며 막연하게 느낄 수는 있지만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전문가가 취할 수 있는 평가의 방식이다.

‘K팝스타’가 세 시즌을 거치는 동안 어느덧 음악을 따로 배우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이 참가자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보컬과, 화음과, 연주와, 가사가 어떻게 좋고 나쁜지를 분석하게 된 것은 박진영이 이끌어낸 흥미로운 경향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재능의 장단을 알아보는 그의 안목은 대부분 틀리지 않았다. 적어도 보컬의 측면에서 그가 지적한 단점들은 해당 참가자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고, 시즌 3의 한희준처럼 기존의 명성에 구애받지 않고 박진영의 조언을 받아들여 창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 자체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기도 했다. 박진영은 ‘K팝스타’가 예능과 음악의 두 영역을 애매하게, 때로는 매력적으로 넘나들 수 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분명히 과장되고, 편협하고, 단정적이며, 가끔은 틀린 말도 한다. 하지만 박진영의 심사를 마냥 깎아내리며 비난해서만은 안 될 일이다. 사람은 미워해도, 심사는 미워하지 말자.

글. 김영대(대중음악평론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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