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조 “오십 살에 망하면 오십 한 살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

2015.03.13
뮤직비디오는 심의에 걸렸다. 방송 출연은 거의 하지 않았다.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맡아줄 회사도 없다. 하지만 지난 2월 23일 공개된 노라조의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200만을 넘겼다. ‘무조건 대박난다’는 최면과도 같은 노래와 상상 이상으로 괴이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영상, 시도 때도 없이 SNS에 뮤직비디오 링크를 올리며 클릭을 부탁한 노라조의 자가 홍보, 그리고 입소문이 합쳐진 결과였다. 독특하고 웃긴 콘셉트는 여전하지만, 사실 2년 전부터 이들은 소속사에서 독립해 온갖 일들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중이다. ‘노라조 프로덕션’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는 겁 없는 두 남자, 조빈과 이혁을 만났다. 둘은 올해엔 초반부터 기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니 팔자야’는 사실 예전에 만들어놓은 노래라고 들었다.
조빈
: 5년 전쯤 ‘카레’로 활동할 때 만든 곡이다. 당시 굉장히 특이하지 않을까 해서 소속사 사장님한테 들려드리고, 방송국에 가서 모니터링도 해봤는데 전체적인 반응은 “노래가 뭐 이래?”였다. 이제는 우리가 회사에서 독립한 상태니 다시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세에 관련된 노래라 시기적으로 연초에 내야 할 것 같아서 사운드 정리를 좀 한 다음 올해 드디어 발표한 거다.

디지페디와는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된 건가. 노래와 뮤직비디오의 싱크로율이 굉장하더라.
조빈
: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 EXID의 ‘위아래’, 배치기의 ‘두 마리’ 뮤직비디오를 봤다. 처음엔 같은 감독이 연출한 건지 몰랐는데, 보다보니 색감이 약간 비슷하더라. 그런데 우연히 우리 앨범에 코러스를 해주는 친구가 디지페디 분들과 친하다고 하고, 작곡가도 디지페디랑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줬다. “에이, 아이돌들만 하니까 비쌀 것 같아” 하면서 주저하다가, 예산이 얼마든 거기에 맞춰서 아이디어를 잘 내주신다길래 친분이 있다는 친구에게 살짝 물어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노라조와 작업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의외로 디지페디 쪽에서 너무 좋다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는 답이 왔다.

영상이 상당히 난해한데, 콘셉트를 짜는 과정이 어렵진 않았나.
조빈:
우리가 제안한 건 몇 가지 밖에 없다. 첫 시안이 약간 아트적인 느낌으로 왔길래 이번 싱글에 같이 수록돼 있는 ‘노래들으면서 부자되기(조빈의 명상음악)’를 앞에 붙여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 디지페디 감독님들이 짜온 여러 가지 시안의 몇 가지 부분들을 섞어 달라는 것, 거기까지만 이야기를 했다. 나머지는 아무 터치도 하지 않았는데 감독님들이 다 알아서 만들어 주신 거다. 촬영을 할 때도 우리는 어떤 영상이 나올지 상상도 못 했다.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시키는 동작을 따라했을 뿐이다. 편집도 알아서 너무 잘해주셨는데 심의를 넣고, ‘빠꾸’를 먹은 거다. (웃음)

뭐가 문제였던 건가.
조빈
: 앞부분이 최면술 같은 콘셉트이지 않나. 유통사인 Mnet 쪽에서 “최면은 과학적으로 그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뮤직비디오 화면 하단에 ‘이 말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같은 문구를 계속 넣어달라”고 하더라. 어쨌든 우린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이 노래를 유료구매하고 싶어진다”는 식으로 설득을 하고 있는데 그런 문구가 같이 들어가 버리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럴 수는 없겠다고 말했다.
이혁: 난 아예 심의 통과는 기대도 안하고 있었다. 너무 세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봤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뮤직비디오를 두 번 정도 보다 보니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처음엔 ‘이게 뭐야?’ 하다가도 계속 보는 것 같다. 한번 봐선 다 이해할 수 없는 그림들이 있으니 계속 클릭을 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조회수가 올라간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장면이 그렇게 세다고 느꼈나.
이혁
: 겨드랑이랑 다리 쪽에서 털이 막 나오는 거. 그리고 로또 당첨 번호 구슬이 변으로 나오는 거나, 눈에서 손이 나오는 장면들도 살짝 징그러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대부분 “특이해요” 하고 넘어가더라.
조빈: “노라조 뮤직비디오 진짜 좋아!” 이런 게 아니더라도, 친구한테 “야, 노라조 거 한번 볼래? 완전 더럽고 완전 이상해” 하면서 보여주는 것도 어쨌든 홍보가 되는 거다.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 않은 수준이라면 아예 안 들려주겠지. 뭐가 됐든 사람들 입에 계속 오르내릴 수 있다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만큼은 이혁이 조빈만큼이나 과감한 이미지를 많이 소화하던데.
이혁
: 그래서 어떤 분들은 “얘도 정신 줄 놨네. 이제 끝을 보여주는구나” 하신다. (웃음) 주변에서도 부담스럽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왜 어울리지? 진작 좀 하지” 그런 분위기다. 다음에는 또 뭐가 나올지 궁금해 하기도 하고. 망가져서 좋아한다기보단, 내가 이런 걸 한다는 게 신선했나보더라. “오빠, 눈이 여섯 개 달린 것도 어울리는 것 같아요. 훨씬 멋있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뭐지?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인가?’ 싶어서 묘하다. (웃음)
조빈: 나는 나름 노라조를 알 것 같아, 나는 걔네한테 내성이 생겼어, 그런 마음이 무색해지는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될 것 같다. 무조건 독하게 가겠다, 그런 게 아니라.

그래도 노라조로 데뷔했을 땐 엽기적인 콘셉트에 대한 부담이 있지 않았나.
이혁
: 내 경우엔 그랬다. 이게 내가 제대로 걷고 있는 건가? 싶었는데 3, 4개월쯤 지나니까 불안감도 사라지고 재미를 느끼게 됐다. 밴드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 있으니까 후회하지 말고 가자, 그랬던 거다. 열심히 하다가 안 되면 그땐 조금 후회할지 몰라도, 노라조라는 팀이나 콘셉트에 있어서는 불만도 부담감도 전혀 없었다. 인생 뭐 있나, 그냥 가는 거지. 하다하다 안되면 다시 하면 되잖아. 내가 하루살이처럼 하루만 살고 죽을 건 아니니까, 오십 살이 돼서 망해도 오십 한 살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두려운 게 없다. 다만 요즘은 시간이 좀 빨리 지나간다는 게 야속하긴 하다. (웃음)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이제 거의 없어졌겠다.
조빈
: 처음에도 그런 인정에 목매진 않았다. 노래 실력이야 혁이가 있으니까 알아주겠지, 싶었고. 만약 거기에 심하게 집착했다면, 아마 우리는 중간에 다른 노선을 타고 가서 결국은 사라졌을 거다. 우리 음악이 신난다는 건, 우리가 부르는 것 자체도 듣기 싫지 않다는 뜻 아니겠나. 그런 생각이 있으니까 꿋꿋이 갈 수 있는 것 같다.

해외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는 걸까. 일본에 이어서 중국 진출도 추진 중이라던데.
조빈
: 일본에도 의도적으로 진출한 건 아니었다. 우연히 일본에 가게 됐고, 그쪽 분들이 우리를 특이하고 신선하다고 평가해주셔서 조금씩 더 많은 공연을 하게 된 거다. 그쪽 기획사나 음반사 등과 계약을 맺은 상황은 아니었다. 이번엔 중국 쪽도 시도해 보려고 하는데, 일단은 노크를 해보러 가는 거다. 상황을 보고 가야지 무조건 중국에 진출해야 하니까 회사를 컨택하고, 거기랑 관계가 틀어지면 ‘에이, 중국 진출 안 할래’ 이러는 건 우리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길게 보는 거지. 아이돌 같으면 군대 문제도 있지만, 우리는 다 지난 나이니까 천천히 가는 게 좋다.

기존 소속사에서 독립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할 만한 것 같나.
조빈
: 하나부터 열까지 다 우리가 컨트롤해야 하니까 나름 재미가 있다. 그 전에는 노래 이외의 영역은 우리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은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다 신경 써야 한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한 번 믹싱을 해볼 수 있는 권한도 생긴 거니까 어려우면서도 더 재밌는 거다. 이게 정말 진정한 ‘내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리고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 중 가끔 1, 2년 정도 하다가 사정이 어려워지면 남의 돈을 빌리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렇게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간 이도저도 안되고 회사에 다시 들어가야 하니까. 어딘가에 소속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보단 우리의 자율성을 발휘해보고 싶은 거다.

그래도 홍보 같은 건 역시 회사에 맡기는 게 편하지 않을까.
조빈
: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 덕분에 ‘이렇게도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심의에 걸리는 바람에 우리 회사 유튜브 계정에만 뮤직비디오를 올렸는데, 구독자수가 2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너무 막막한 거지. 일단 뭐라도 해야 되니까 SNS에서도 홍보를 하고,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에게 링크도 막 보냈다. 그때부터 굉장히 부지런해진 거다. 그런 식으로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점점 올라가면서 200만을 넘겼다. 이 경험을 나중에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겠지. 큰 회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아, 방송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가수를 할 수 있어. 

그게 회사를 직접 만든 궁극적인 목적인 건가.
조빈
: 그렇다. 특히 아이돌을 꿈꾸는 친구들은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처럼 큰 회사에 가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환경이 그렇게 돌아가니까.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야하고, 방송에 뮤직비디오가 깔려야 하고, 이런 게 안 되면 초조해하는 거다. “이거 안 되면 어떡하지?” 하면서 음원차트만 보게 되고.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 공연으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꼭 비싼 스튜디오에 가서 앨범을 만들어야 되는 건 아니다. 장소나 상황과 별개로, 그걸 만지는 사람의 마인드나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퍼렐 윌리엄스의 ‘Happy’도 그냥 컴퓨터로 만든 건데, 물론 기술이 뛰어났겠지만 사용된 장비들을 리뷰해보면 그냥 작업실 사양이다. 이렇게 차츰 누구나 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데뷔 때부터 이런 계획을 갖고 있었나.
조빈
: 원래부터 나는 제작에 생각이 있었다. 단순히 ‘내가 돈 있으니까 제작을 하자, 수익을 내겠어’ 그게 니라 내가 듣고 싶은 장르나 목소리, 음악을 눈앞에서 보고 싶은 거다. 물론 그런 분들도 우리한테 인생의 어느 부분을 맡기는 거니까 허투루 했다가 “아, 미안해. 안 됐네” 이러고 싶진 않다. 어떻게든 체계적으로 작업을 해서 작지만 탄탄한 회사를 만들어야지. 이번에 ‘노라조 EXPO’라는 팀을 만들었다. EXPO가 박람회 아닌가. 이 명칭을 크게 걸고 페스티벌 같은 느낌을 내는 게 목표다. 아직 오버로 올라오지 못한 팀들 중에 우리 같은 콘셉트도 많다. 그런 친구들과 같이 공연을 해서 많은 분들에게 소개도 시켜드리고, 그들이 우리처럼 독립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일종의 도제수업 같은 거지.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본인들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조빈
: 스태프들에게 기본적인 월급은 주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진 못하다. 그렇다고 남의 돈을 빌려서 쓸 수도 없다. 그러면 이걸 메우려고 저기서 또 당겨쓰고, 돈에 질려서 눈빛도 변하고 이렇게 될까봐. 우리는 그때그때 벌어서 그때그때 쓴다. 내 생각에 회사가 망하진 않을 것 같다. 빠듯하겠지만 앨범을 만들면서 계속 갈 순 있을 것 같긴 한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직원들이 ‘노라조 프로덕션에 다녀서 정말 좋아’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때, 드디어 좀 회사다운 회사가 됐다는 생각이 들겠지.

회사를 위해선 무엇보다 둘의 관계가 계속 원만해야겠다. (웃음)
조빈
: 함께 활동한 지 10년이 됐지만 우리는 싸운 적이 거의 없다. 그냥 서로 다르다. 그래서 일만 잘하면 서로 굳이 참견하지 않는다. 범법행위만 하지 않으면 술을 왕창 마시든 어쨌든, 그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스케줄만 잘 하고 가면 되는 거다.
이혁: 사생활에 대해서 존중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형한테 “집에서 강아지만 너무 껴안고 있지 말고 나가서 사람 좀 만나” 이럴 수 없다. 형한테는 강아지가 사람보다 더 위로를 주는 거겠지. 형도 나한테 “문신이 너무 많으니까 좀 지워” 이러지 않는다. 음악을 만들 때도 형이 뭘 넣어보자고 하면 일단 따른다. 나중에 들었을 때 이상하면 빼도 되고, 넣어서 곡이 더 좋아지면 또 좋은 거니까.
조빈: 혁이가 많이 참아준다. 내가 하는 얘기들을 그러려니 하고 넘겨주기 때문에 싸울 일이 많이 없다. 처음엔 우리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노라조를 시작했다. “너무 힘들었으니까 제발 우리라도 좀 살자. 이게 진짜 마지막이다.” 노라조라는 팀이 100% 내가 원했던 콘셉트가 아닐 순 있지만, 하다보면 분명히 나중에는 내 꿈을 이루는 날이 올 거란 생각으로 버텼다. 그래서 서로 참을 건 참고, 좋은 게 오면 그때 한번 웃고, 그걸로 또 계속 갔던 것 같다. 그러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도 느끼는 거고.

그럼 역시 관건은 오래 갈 수 있는 체력일까. (웃음)
조빈
: 내 경우엔 노라조를 하면서 체력이 조금씩 느는 것 같다. 무대에 한번 올라갔다 오면 땀이 쫙 난다. 율동 자체로도 이미 유산소 운동이다. (웃음)
이혁: 형이 힘들지 나는 뭐 하는 게 없으니까, 비타민이나 영양보충제를 항상 챙겨준다.
: 밥 먹고 차를 타고 가다보면 뒤에서 손이 쑥 나온다. 혁이가 비타민이랑 영양제를 한 움큼씩 먹으라고 주는 거다. 나는 잘 받아먹지. 나중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까. 아까 인터뷰하러 오면서 본 건데, (이)승환 형 공연 현수막이 크게 붙어있더라. 그 형은 진짜 대박이다. 체력관리도 잘하고, 기본적으로 타고 나서 잘 늙지도 않고, 성대도 쌩쌩하고. 혁이한테 “우리 저 형처럼 늙자” 그랬다.

글. 황효진
사진. 이진혁(Koi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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