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당신의 집을 공개할 수 있나요?

2015.03.13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하 [내 친구의 집])의 장위안은 “원래도 너희에게 마음을 열었었지만, 이번 여행으로 인해 내 마음을 더 많이 열었다. 영원한 친구가 되자”고 한다. 이 방송의 출연진은 JTBC [비정상회담]의 부분집합이고, 이미 비즈니스에서 시작된 친분이 있었다. 달라진 것은 사적인 영역을 자세히 노출했다는 점이다. 알고보니 장위안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대학 입시를 준비했고, 이혼한 부모님에게 각각 집을 사드렸다. 물 흐르듯 사생활이 공개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의도하지 않은 부분까지 공개된다. 훈훈한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알았던 사촌 여동생은 어렸을 때 오빠와 엄청 싸웠다며 장난스럽게 눈을 흘긴다.

[사생활의 역사](조르주 뒤비 작)에서는 ‘동네’를 체면의 공간들이라고 규정했다. 자신이 어떤 위스키를 구입하고,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 자연스레 이웃들에게 노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직장이나 학교생활에서도 적용되고, 그래서 자신만의 사생활을 담은 집은 당사자의 입이나 SNS를 통해 공개되는 것보다 훨씬 날 것에 가깝다. [내 친구의 집]의 출연진들이 다른 여행지에서 동네 주변으로, 동네 주변을 거쳐 비로소 친구의 집으로 이동하는 수순이 퍽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집으로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이들의 심리적 거리도 점점 가까워진다.

물론 집을 공개하는 것은 그렇게 편한 일이 아니다. 거주하고 있는 동네와 아파트는 그 사람의 재산을 가늠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고, 순서 한번 흐트러진 적 없이 정렬된 세계문학전집만 있는 책꽂이와 꼬깃꼬깃한 ‘옥중수고’나 알튀세의 책이 꽂혀져 있는 서재의 차이는 그 주인들의 중요한 부분을 말해주기도 한다. 구체화된 공간에는 그 곳에서만 파악 가능한 특별한 정보들이 있다. 누군가 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면 전에 없던 친밀감을 느낄 수 있지만, 역으로 아무런 진전이 없을 수도, 심지어 극도로 악화시킬 수도 있다.


[내 친구의 집]의 출연진들이 집을 방문한 후 “우리는 정말 친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그렇게 집을 공개할 때의 공포감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교 대상으로 삼을 아파트나 가구 브랜드도 잘 알지 못하고, 집 주인의 취향을 읽어낼 만큼의 배경 지식도 없다. 무언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어도 타국의 독특한 문화로 먼저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것 또한 장벽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합리적인 소통을 가능케 했던 토론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출연진이었다. 내 친구의 집에 놀러간 후 더욱 친해질 수밖에 없는 관계다. 친구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 집 주인은 상대가 밀어내지 않는다면 자신의 날 것을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장위안은 중국 친구보다 더욱 편하게 다른 문화의 친구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서 [내 친구의 집]은 KBS [해피선데이]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일종의 관찰 예능인 동시에 우리가 평소에 생각지 못했던 집과 사람에 대한 시선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성장할수록 타인에게 집을 보여주기 힘들고, 동시에 집에 들일 만큼 편안한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 이 지점에서 [내 친구의 집]은 누군가의 집을 편하게 관찰하고, 거기서 보다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동시에,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의 시선에서는 전혀 다른 가치로 누군가의 집을, 또는 그 사람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외국인 출연자의 고향 집을 방문하지만 [내 친구의 집]은 [비정상회담]처럼 외국인을 통해 우리의 현실, 내가 사는 집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과연 누구에게 집을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왜 나는 집을 보여주기 어려운가. 국적이 전부 다른 외국인이 아니라면 어른들이 서로의 집을 찾아간다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하지만 [내 친구의 집]은 집을 공개하는 것에서 각자 다른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단은, 그것만이라도 시작하자는 듯이 말이다.

글. 임수연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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