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재판’이라는 엔터테인먼트

2015.03.11

한국인은 언제 어디서나 국민 참여재판을 경험할 수 있다. 재판은 인터넷에서 열리고, 유죄와 무죄는 댓글 또는 멘션으로 판결한다. 증거는 [디스패치]나 [더 팩트] 같은 매체들이 공개하는 당사자들 간의 문자나 인터뷰다. 김현중의 아이를 가진 전 여자친구는 [디스패치]와, 김현중의 부모는 [더 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양측 모두 서로의 ‘언론플레이’를 거론했다. 언론을 택해 중요한 정보를 주면, 기사를 본 대중은 한 쪽을 지지하거나 비난한다. 이병헌, 클라라, 김준호, 최근의 이태임 등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대중의 판결 대상이 됐다.

[디스패치]가 이병헌과 그에게 협박을 한 여자 측이 주장한 내용을 담은 기사에 네이버에는 현재까지 64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이병헌이 문자로 보낸 것으로 알려진 ‘로맨틱, 성공적’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자막으로도 쓰였다. 언론이 제공하는 자료는 판결의 근거가 되고, 판결이 확정되면 잘못한 쪽의 책임을 묻고 조롱할 수 있다. 편의점 주인과 아르바이트 직원과의 분쟁도 인터넷에 CCTV부터 SNS 대화 내용까지 모두 올려 여론에 호소하는 시대다. 대중은 이 재판에서 수사관이자 판사이며 코미디언이 될 수 있다. 연예인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많은 사람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됐다.

최근 연예 관련 매체가 대중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스타일의 기사를 쓰는 것은 특정인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디스패치]는 클라라, 이병헌, 김현중 등의 사건을 문자 형식의 이미지로 구성했다. 이 이미지들 사이에 “그들의 만남에서 적극적인 건, 단언컨대 이병헌이었다”는 식의 주석이 달린다. 취재 내용을 재구성한 이미지는 명확한 팩트처럼 보이고, 그 사이의 주석은 읽는 사람에게 한 쪽의 입장을 강조한다. 반면 [더 팩트]는 김현중의 부모가 인터뷰를 통해 김현중 전 여자친구의 입장을 반박한다. 양측이 내놓는 증거는 엇갈린다. 그러나 매체는 그 중 한 쪽의 입장을 강하게 전달한다.

김준호와 그가 경영에 참여한 코코엔터테인먼트 주주 사이의 분쟁이 일어났을 때, [디스패치]는 코코엔터테인먼트의 3년 치 통장 내역을 공개했다. 김준호가 코코엔터테인먼트를 위해 4억을 빌렸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였다. 반면 다른 매체에서는 김준호가 4억을 어떤 식으로 빌렸고, 통장 내역의 의미를 설명하며 김준호가 피해자라는 근거를 제시하는 계약서가 공개된다. 모두 주장을 뒷받침할 팩트는 명확하다. 대신 상대방의 반박은 검토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대중이 이 사람을 비난해도 되는가의 여부뿐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누군가에 대한 재판이자 놀이는 마치 업계의 표준처럼 변해간다. 


이병헌이나 김현중은 톱스타고, 그들의 사건은 협박과 폭력 등 법적인 문제와도 얽혀 있다. 사생활의 어느 부분까지 보도해야하느냐는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집요한 취재가 어색한 일은 아니다. 대중의 관심사를 쫓아야 하는 매체들이 이런 사건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태임이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 중 예원에게 욕설을 한 것은 어떤가. 그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이다. 하지만 이것이 방송사에 현장 상황을 담은 영상을 요구해야할 만큼 엄청난 사건일까. 이태임이 예원에게 사과한 뒤에도 목격자들의 증언을 수집해 굳이 잘잘못을 가릴만한 일인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심지어 JTBC [비정상회담]의 장위안이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불성실했다는 주장마저 기사화 된다. 근거는 장위안과 계약에 실패한 학원 측의 주장뿐이다. 이제 유명인들은 작은 일 하나에도, 심지어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말할 기회조차 없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디스패치]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폭로하기 시작했을 때, 연예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도해야하느냐는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월간지부터 데일리 매체까지 상당수의 매체들이 연예인의 사생활 공개를 넘어 그 사생활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도록 만든다. 누군가 마음먹으면 특정인의 잘못을 꼬집으며 “얘 욕해주세요”라고 외칠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이 꽤 잘 통한다. 이제는 남이 직장에서 욕한 일도 누가 잘못했는지 따질 만큼.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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