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크러쉬│② 엠버부터 크리스틴 스튜어트까지, 여자를 홀리는 여자들

2015.03.10
취향에는 성별 없고, 반하는 건 한순간이다. f(x)의 엠버와 포미닛의 현아, 판빙빙, 크리스틴 스튜어트, 존 졸리 피트 등 다섯 명의 여성들은 각자 다른 매력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저격한다. 그래서 [아이즈]는 무엇이 여성들을 그들에게 ‘크러쉬’하게 만드는지 탐구했다. 만약 이들 다섯 명이 아닌 다른 여성에게 반했다고 해도, 존중한다. 취향이니까.

사진. SM 엔터테인먼트

엠버, 소녀와 소년 사이
하늘하늘하거나 육감적인 걸 그룹들 사이에서 엠버는 한결같이 특별했다. f(x)의 데뷔곡 ‘라차타’ 뮤직비디오에는 스포티한 캡을 쓰고 등장했으며, 무대에선 짧은 커트에 긴 앞머리로 한쪽 눈을 가린 채 낮은 목소리로 랩을 했다. 그가 모자를 무대 아래로 던지거나 어딘가 아련아련한 눈을 내리깔며 카메라를 응시하면,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흠모했을 법한 멋진 선배 언니의 얼굴이 재현되고는 한다. f(x)가 처음부터 일반적인 걸 그룹 노선의 바깥에 위치할 수 있었던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소녀의 이미지에서 가장 동떨어진 엠버의 존재감 덕분이기도 했던 셈이다. 솔로 활동에서도 달라진 건 전혀 없다. 왁스를 발라 깔끔하게 넘긴 머리카락과 똑 떨어지게 갖춰 입은 슈트, 혹은 헐렁한 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엠버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친다. 언제나 톰보이였던 그의 모습은 콘셉트가 아니라 그 자신의 퍼스널리티였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길거리 농구와 보드 타기에 능숙하고,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잊으시오”라며 소 같은 눈동자로 울망울망하는 엠버는 아직 철들지 않은 어린 소년 같기도 하다. 그렇게 잘생긴 언니와 귀여운 남동생 사이의 어디쯤 있는 이 여자는 왜 치마를 입거나 더 여성스럽게 꾸미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엠버는 싫어하는 건 안 합니다.” Yes, Amber. You’re just you.

사진. 큐브 엔터테인먼트

현아, 도발적인 빨강
‘미쳐’로 돌아온 포미닛은 과감하다. 예쁘장하게 보이기를 일절 포기한 패기는 놀랍고, 그 중심에는 현아가 있다. 그는 눈썹을 있는 대로 씰룩거리고 눈을 부라리며 이 노래를 따라 하라고 외친다. 유혹의 눈빛을 보내지도, 신체의 특정 부위를 부각시키지도 않지만 보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돌이켜보면 현아는 늘 도발적이었다. 교태를 부리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섹시한 포즈를 취하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예쁘고 섹시한 스스로에 대해 마음껏 애정을 드러낸 것에 가까웠다. 현아가 무대 위에서 돋보이는 건, 일부의 지적처럼 유난히 야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이유에서다. 솔로곡 ‘버블팝’에서는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날 바꾸려 하지 마 / 아니면 차라리 다른 사람 만나”라고 노래했으며, ‘빨개요’에서는 걸 그룹 멤버로선 드물게 자신을 빨갛게 매력적이라고 어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현아를 지켜봐온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얀 얼굴과 빨간 입술, 까만 머리카락과 자그마한 몸집으로 사람을 홀리면서도, 비에 젖은 무대가 미끄럽단 이유로 하이힐을 벗어던지면서도, 자신이 섹시한 줄 모르겠다고 무방비하게 웃을 수 있는 건 현아뿐이니까. 그래도 얄밉지 않은 것 역시 지금으로선 현아뿐이니까.

영화 [런어웨이즈]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틴 스튜어트, 돌아온 제임스 딘
어떤 사람들에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저 그런 하이틴 스타, 또는 얄미운 여우 같은 여자애였을지도 모르겠다. 겨우 열여덟의 나이에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톱스타가 되더니, 상대역인 로버트 패틴슨과 연인 사이임을 선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의 감독 루퍼트 샌더슨과도 스캔들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하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늘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었다. 짙은 머리카락과 서늘한 눈동자를 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사를 툭툭 내뱉는 그의 연기는 [트와일라잇]의 벨라 스완이 가진 약점을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실존 밴드의 전기 영화인 [런어웨이즈]에서는 강렬한 스모키 메이크업과 삐뚤빼뚤한 단발머리를 한 채 건들거리는 태도로 록스타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그 와중에 인형 같은 얼굴과는 다르게 강인한 턱선, 단단해 보이는 어깨는 그의 중성적인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이었다. 누구라도 감탄할 만큼 아름답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것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 것만 같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스타일은 소녀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짧아진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고 한 손엔 담배를 든 채 걸어가거나, 새로운 스캔들 상대인 여자친구 알리시아와 함께 있는 최근의 그는 옛날 청춘스타 제임스 딘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언니, 언니가 로버트 패틴슨보다 훨씬 더 잘생겼어요.

사진. 셔터스톡

존 졸리 피트, 본 투 비 보이
지난해 12월, 안젤리나 졸리가 연출한 영화 [언브로큰]의 프리미어 행사에서 제일 주목받은 사람은 여덟 살의 샤일로 졸리 피트, 아니 존 졸리 피트였다. 푸른 눈과 빛나는 금발, 오동통한 입술 등 엄마, 아빠의 가장 빛나는 부분만 골라 빚은 듯한 존은 까만 슈트를 입고 짧은 머리로 등장했다. 자신을 향해 터지는 수많은 카메라 플래쉬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앞을 바라보는 표정 하며, 자연스럽게 슈트 팬츠에 찔러 넣은 양손 하며, 마치 태어날 때부터 슈트 입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던 사람 같았다. 아니, 심지어 세상의 모든 일들을 일찌감치 터득해버린 성숙함마저 느껴졌다. 세 살 때부터 자신을 ‘샤일로’라는 이름 대신 ‘존’이라고 불러주길 원했다는 이 여자아이는, 평소에도 여동생 비비안이 입는 것 같은 프릴이 달린 드레스 대신 그래픽이 그려진 티셔츠나 진을 입는다. 그리고 늘 불퉁한 표정과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한 채 파파라치에게 포착되곤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존이 거미를 좀처럼 무서워하지 않는 데다가 박제된 동물을 모으는 취미마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담대하고 늠름한 어린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교육 방침에 대해 우려를 내비치는 시선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우린 그저, 존이 빨리 자라 안젤리나 졸리의 숏커트 시절만큼 멋있는 모습을 어서 보여주길 기다릴 뿐이다.

[무미랑전기]의 판빙빙.

판빙빙, 우주를 지배할 것 같은 여신
너무 완벽한 아름다움 앞에서는 질투고 뭐고 그냥 반하게 된다. 만약 판빙빙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면, 저절로 그 발밑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게 되지 않을까. 갸름한 얼굴과 까맣고 매끈한 긴 생머리, 흠 하나 없는 뽀얀 피부와 늘씬한 콧날, 또렷한 눈매와 붉은 입술을 가진 판빙빙은 공주나 여왕의 운명을 타고난 것 같은 여자다.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시녀 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의 아름다움이란 도무지 숨겨지지 않는 종류의 것이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블링크는 적은 분량과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해 방송된 [무미랑전기]에서 판빙빙은 열네 살 소녀부터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여 황제 역까지 전부 소화했는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뿐더러 하나같이 우아하고 찬연한 것이었다. 특히,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묶고 뽀얀 분홍색 의상 차림으로 나타난 첫 등장 신은 가까이 다가가면 복숭아 향기가 날 것만 같은 인상을 주었다.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도 다 가려지지 않는 판빙빙의 아름다움은 슈트로도 감춰지지 않고, 그래서 남장을 하고 촬영한 그의 화보는 또 한 번 여자들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러니 몸무게가 60kg을 넘어간들, 나이가 서른다섯을 넘긴들,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판빙빙 자신의 말처럼 “예쁘니까 숫자는 의미 없다.”

글. 황효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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