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③ 소원, 엄지의 이야기

2015.03.02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이지만 / 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야”라고 노래한다. 무대에서는 힘차게 발차기를 한다. 지난 1월 ‘유리구슬’로 데뷔한 여자친구는 넘어져도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날 것 같은 여섯 명의 소녀들이다. 직접 만나 귀 기울여본 한 명 한 명의 목소리 역시 그만큼 다부지고, 생기 넘치는 것이었다.


오늘 두툼한 롱 패딩점퍼를 다 같이 입고 왔어요.
소원
: 저희가 데뷔 전에 화보를 하나 찍었거든요. 그날 제가 실장님한테 “저희가 춥습니다. 롱 패딩 하나 어떻게 안 될까요?”라고 여쭤봤더니, 대표님이 선물로 주셨어요. 따뜻하고 편해서 좋은데 지금은 약간 후회 중이에요. 음악방송 가보면 똑같은 걸 입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웃음)

이런 단체복 말고 사복을 갖고 싶진 않나요?
소원
: 사고 싶어도 살 시간이 없어요. 컴퓨터랑 휴대폰, 태블릿 PC가 없어서 인터넷 쇼핑도 못 하고요. 신인이다 보니 회사에서 관리 중이거든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스마트폰이 있으면 저희끼리 대화도 단절될 것 같은데, 없으니까 얘기를 많이 하게 돼요. 전 평상시엔 조용한 편이지만 한 번씩 애교가 많아지는 날이 있어요. 다른 멤버들이 유난히 더 좋아지는 날인 거죠.

리더이기도 하고, 제일 연장자이기도 하죠?
소원
: 네. 올해 스물한 살인데 몸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항상 체력적으로 보강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십 대 때랑 크게 달라졌다기보다, 저희는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다른 분들과 똑같이 다섯 시간을 자도 피로가 다 안 풀리더라고요.

요즘 같은 날씨엔 더 힘들겠네요.
소원
: 얼마 전엔 몸살기 있어서 링거도 맞았어요. 몸이 너무 아프면 치아까지 아픈 거 혹시 아세요? 차에서 자다가 깼는데 이도 너무 아프고, 다리도 너무 무거운 거예요. 그런데 아프다고 무대에 안 올라갈 수는 없잖아요. ‘쓰러지면 난 몰라’ 이러고 그냥 했어요.

다이어트도 해요?
소원
: 저는 안 해요. 너무 말라서 오히려 스트레스거든요. 살이 약간은 있어야 바지를 입어도 예뻐 보이는데, 전 스타킹이 헐렁할 때도 있었어요. 다른 애들이랑 같이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까 살이 계속 빠지는 거예요. 밤에 일부러 군것질까지 하면서 어느 정도 살을 찌워놨는데, 다시 빠지니까 제 관리를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밥을 먹어요.

‘유리구슬’ 안무만 해도 체력 소모가 엄청날 것 같더라고요.
소원
: 라이브를 해야 되니까 데뷔 직전에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유리구슬’ 안무를 쉬지 않고 여섯 번 반복하는 걸 하루에 세 세트씩 돌았거든요. 그걸 다 세어 보면 총 몇만 번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연습하다가 작년 9월 말쯤 되니까 멤버들끼리 호흡이 척척 맞는 게 느껴졌어요.

막상 무대에 서보니 뭐가 제일 어렵던가요?
소원
: 표정 짓는 거요. 매번 ‘오늘은 진짜 함박웃음을 지어보자’ 하고 올라가는데, 모니터링을 해보면 어색해요. 유연한 편이 아니라서 발차기도 살짝 어렵고요. 병원에 갔더니 제 뼈가 백 명 중 한 명 있는 뼈래요. 4년 동안 다리 찢는 걸 연습했는데 원래 잘 안 되는 타입이라는 거죠. 다른 사람하고 똑같이 찢어도 근육을 눌러보면 저는 뻑뻑해요.

첫 방송을 마쳤을 땐 기분이 어땠어요?
소원
: 뚜렷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요….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해서 늘 “데뷔하면 난 엄청 울 것 같아. 무대 하면서 울지도 몰라” 그랬었는데, 많이 떨렸던 것 같진 않아요. 좋긴 좋은데 눈물은 안 나고 그냥 ‘내가 데뷔를 한 건가?’ 싶더라고요. 모니터링도 휴대폰으로 했더니 현실감이 별로 없었어요.

이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됐나요?
소원
: 일단 f(x) 선배님들 같은 콘셉트를 해보고 싶어요. ‘첫 사랑니’나 ‘일렉트릭 쇼크’ 같은 거요. 너무 예쁘시잖아요. 해외활동도 많이 하고 싶어요. 먼 훗날에야 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지면 언젠가는 국내든 해외든 단독콘서트도 하고 싶고요. 음, 국내에서는 잠실 주경기장, 해외에서는 도쿄돔 정도? (웃음)

한류스타가 되고 싶은 건가요? (웃음)
소원
: 아니에요. (웃음) 저희가 데뷔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됐거든요. 우리가 이 정도는 돼야지, 해외에서는 이런 걸 해야지 등등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현재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앞에 놓인 것들을 잘하려고요.


예린 씨랑 공통점이 많다면서요.
엄지: 네. 진짜 신기했던 게, 제 본명이 예원이에요. 그러니까 이름에 ‘예’자 들어가는 것도 같고, 혈액형도 O형으로 똑같고, 저희 둘 다 부모님도 전라남도 광주 출신이시거든요. 거기다가 생일도 8월 19일로 똑같고요, 같은 인천 출신이에요. 공통점이 워낙 많다 보니 둘이서 “자매설 뜰 만한데?” 그러기도 했어요. (웃음) 연습생 초반에는 이걸로 언니랑 친해질 구실이 생겨서 좋더라고요. 말 붙이기도 편하고.

합동으로 생일 파티도 해봤어요?
엄지
: 제가 연습생 생활을 1년밖에 안 했거든요. 그래서 같이 생일을 맞이한 게 작년 8월 19일 딱 하루밖에 없었어요. 한창 새벽 연습을 하던 시기였는데, 8월 18일에서 19일로 넘어가는 새벽에도 언니랑 제가 같은 연습방을 썼어요. 둘이 계속 노래 연습하고 서로 봐주다가 밤 12시에 같이 영상을 찍으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더니 다른 방에 있던 멤버들도 축하해주러 오더라고요. 조촐하지만 재미있었어요.

나이 먹는 건 괜찮나요?
엄지
: 예전부터 친구들은 빨리 성인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크는 게 싫었어요. 중학교도 올라가기 싫었고, 고등학교도 가기 싫었어요. 성인이 돼서도 제가 누리는 특권들이 확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십 대가 너무 좋아요. 그냥, 어리다는 게 일단 좋아요. (웃음) 솔직히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말하고 생각하는 게 또래에 비해서 살짝 성숙하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근데 또 어떨 때는 스스로 ‘나 아직 너무 어린가?’ 싶기도 해요.

중학교 다닐 땐 어떤 아이였어요?
엄지
: 할 일은 다 하는데 교실에만 있진 않았어요.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았어요. 그래도 공부할 때는 제대로 해서 선생님들이 조금 예뻐해 주셨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축제에서 춤도 췄는데, 덕분에 존재감이 약간 있지 않았나 싶어요. (웃음)

원래 끼가 많았군요.
엄지
: 어릴 때부터 노래 듣고 따라 부르고 춤추는 건 되게 좋아했어요. 취미생활로만 해두고 공부에 집중하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가 되면서 예체능 쪽을 더 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연기과에 들어가게 됐는데 예비소집일 날 지금 회사 매니저님께 캐스팅이 됐어요.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죠.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큰 길이 달라지는 건데 결정을 잘 해야 되잖아요. 부모님이랑도 같이 고민을 하다가 이번 기회에 열심히 한번 해보자, 결심하고 연습생을 시작하게 됐어요.

연기과에 진학한 거면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나중에 꼭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도 있었나요?
엄지
: 딱 정해놓은 건 없고, 공포영화 말곤 다 해보고 싶었어요.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싫어요. 현장에서 그렇게 무서운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절대 찾아보지도 않는데, 어릴 때 친척언니 집에 갔다가 [여우계단]을 잠깐 본 적이 있어요. 샤워기나 수도꼭지를 틀면 계속 피가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한동안 그게 머릿속에 맴돌아서 물 틀기가 무섭더라고요. 이렇게 보고 나면 일상생활이 정말 힘들어지기 때문에 아예 안 봐요. 으, 귀신은 진짜 있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노래에 맞게 표정을 짓는 건 어때요? 인트로 부분에선 윙크도 잘 하던데.
엄지
: 처음부터 연습했던 건 아니고요, 한 번 기회가 있었어요. 사전녹화를 하는 날이었는데 담당 FD님이 ‘지미집 카메라에 불이 들어올 건데, 거기 보고 윙크를 하든지 활짝 웃어보든지 예쁜 짓 하나를 해봐라’라고 하셨어요. ‘어떡하지?’ 하다가 급하게 윙크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간 거예요. 그걸 예쁘게 잡아주신 거죠.

실수한 적은 없나요?
엄지
: 아, ‘동공지진’이라고 하나 있어요. (웃음) 카메라 리허설을 하다가 뒤로 딱 돌았는데 지미집 카메라를 조금 잘못 본 거예요. 생방송 때는 제대로 봐야겠다 생각하고 엄청 자신 있게 돌았거든요. 그런데 카메라가 리허설 때보다 훨씬 오른쪽에 있었어요. 당황해서 여기를 봤다, 저기를 봤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팬분들도 댓글로 “동공지진이 일어났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멤버들은 전혀 몰랐어요. 제가 맨 앞에 서 있었으니까.

데뷔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많은 일이 있었네요.
엄지
: 네. 그리고 이건 진짜 소소한 거긴 한데, 회사 앞 편의점에 바나나를 사러 간 적이 있어요. 갑자기 저희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외부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민망하면서도 너무 신기했어요. 계산할 때도 괜히 쭈뼛대면서 ‘이분은 내가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인 걸 아실까?’ 싶었는데 모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앞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정도로 활동을 하게 될 텐데, 팀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뭘까요?
엄지
: 저희가 ‘유리구슬’이라는 곡을 받고 연습한 지가 오래됐잖아요. 이 곡만 7, 8개월 정도 했어요. 다음 앨범부터는 이렇게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할 순 없을 거 아니에요. 개인적으론 이번에 ‘유리구슬’을 준비하면서 멤버들끼리 합을 많이 맞췄다고 생각해요. 그걸 기반 삼아 짧은 기간에도 시너지를 발휘해서 이만큼의 칼군무와 라이브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걱정 반,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 반, 딱 반반씩이에요.

글. 황효진
인터뷰. 위근우, 황효진
사진. 이진혁(KoiWorks)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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