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2]│① 만재도, 그 섬에 가고 싶다

2015.02.24


“벌고 벌고 벌어, 쓰고 쓰고 또 쓴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이하 [삼시세끼 2])은 이 배경음악의 가사 그대로다.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은 한국에서 교통수단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섬인 만재도에서, 일어면 아침 준비하고 아침 먹으면 점심을, 점심 먹으면 저녁을 준비한다. 잠깐의 낮잠이 그나마 가능한 휴식이다. 하지만 이 생활, 팍팍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낚시를 하러 바닷가로 가는 유해진의 발걸음, 신음 소리를 내며 재료를 다듬는 차승원의 손길,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러 가는 유해진의 표정에는 육체적 피로와는 별개로 왠지 모를 편안함이 묻어 있다. 유해진이 생선 몇 마리를 안고 집으로 돌아갈 때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린 것처럼, 바쁜 하루 중에도 여유와 아늑함이 선물처럼 찾아드는 생활. 이들의 삶은 노동의 강도로만 보면 KBS [체험 삶의 현장]이지만, 그 정서는 [인간극장]이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능숙함 때문일 수도 있다. 무슨 재료를 주든 그럴듯한 음식을 뚝딱 만드는 차승원, 불 피우는 것은 물론 낚시 실력 또한 빠르게 익힌 유해진은 늘 그렇게 살아온 어촌민 같다. 하지만 이들의 일이란 경쟁적이지 않고 정직하게 들인 시간과 노력으로 성과를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새벽녘에 부지런히 해안가로 가면 파도에 떠내려온 모자반이 있고, 물고기가 통발에 걸려들지 않는 날이면 ‘공짜 해산물 마트’인 갯바위에 가 1시간을 투자해 거북손과 김을 얻을 수 있다. 을에서 공동으로 캐는 홍합은 “두 시간을 캐면 캔 것은 자기가 먹는 게” 룰이다. 감성돔을 못 잡아도 우럭을 먹을 만큼 구하면 퇴근할 수 있는 직장에서, 미래를 위해 미리 해둬야 하는 것은 내일 먹을 홍합 미역국 솥뚜껑에 돌을 얹어두고 다음 날의 낚시 포인트를 생각하는 것 정도다. 내 필요에 맞게 하루의 계획을 세우면 되고, 내 수요를 채웠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일. 내일은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면 되는 곳. 차승원과 유해진은 능숙하게 일을 하는 것뿐 아니라 건강한 노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삼시세끼]의 노동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일은 함께 살기 위한 것이고, 서로는 칭찬과 잘 먹는 모습을 통해 그것이 가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세 끼를 마친 후 차승원과 유해진이 한 잔의 술과 함께 과거를 추억하고, 서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 만재도는 혼자 부지런히 움직이면 배를 채울 수 있는 생계의 터전에서 정서적으로도 풍요로운 안식처가 된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성과를 얻고, 내 일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과 밥을 해 먹으며 그들과 유대감을 키워간다. [삼시세끼 2] 속 만재도의 삶은 사람이 자급자족하며 영위할 수 있는 풍요로움의 최대치다.

물론 실제로 도시를 떠나 자급자족을 한다면 물질적 편리함을 금세 그리워 할지 모른다. 차승원처럼 요리에 숙련된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일을 해도 팍팍하게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왜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24시간을 쪼개가며 일하고 있는 이들, 조금이라도 더 밀려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대부분의 생활인들에게 이 정도의 삶은 현실에서 얻기 힘든 꿈이자 판타지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의문에 대한 답은 회가 거듭될수록 더 늘어나고 있는 시청자들이 이미 하고 있는 듯하다. “먹고사는 것에만 집중하며” 사는 곳, 통발에 뭐가 있을지 설레며 일터에 나갈 수 있고, 방문을 열면 하루의 노동을 칭찬해줄 누군가가 있는 그 섬에 가고 싶다고.

글. 한여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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