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화 “다시 태어나면 호머 심슨처럼 살아보고 싶다”

2015.02.13
정용화는 혼자 있을 때 정말 조용히 산다. Mnet [정용화의 홀로그램](이하 [홀로그램])에서 혼자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머지, 제작진이 당황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것은 얌전하거나 무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를 내성적이라고 말하는 이 뮤지션은 단정하고 깔끔한 음악을 만들어내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자신의 감정은 고집스러울 만큼 단단하고 분명하다. 인터뷰 도중에도 친절하게 모든 질문에 답하지만,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나”를 보여준 남자의 음악과 인생, 그리고 호머 심슨.


아침부터 스케줄이 빡빡한 걸로 알고 있다. 혼자 바쁘게 활동하는 기분이 어떤가.
정용화
: 연기나 예능에서 혼자 움직이긴 했는데, 다르긴 다르다. 무엇보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요즘 후배분들이 인사를 하면 혼자 인사받는 게 막 부끄럽다. (웃음)

CNBLUE하고 함께 있을 때와는 굉장히 다른 분위기다. ‘어느 멋진 날’로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 했을 때 앵콜을 하는데, 혼자 불러서 그런지 조금 당황하는 거 같기도 했다.
정용화
: 사실 되게 뻘쭘하다. (웃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원래 학창시절부터 오래 앉아 있는 걸 잘 못 했는데, 곡 쓸 때는 진득하게 앉아 있게 되더라. 앨범 만들 때는 하루 8시간씩 앉아 있기만 하기도 하고. 그렇게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콘셉트나 전체적인 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옆에 누가 있으면 곡이 잘 안 써진다.

[홀로그램]을 보니까 정말 혼자 있는 거 좋아하더라. 정확히는 혼자 먹고 자고 하는 거. 제작진이 당황해서 콘셉트를 바꿨다. (웃음)
정용화
: 정말 당황하시더라. (웃음) 천성 자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물론 많은 걸 경험해보고 얻을 수 있는 감성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 때문에 굳이 뭔가를 하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1, 2년 전에는 취미생활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남들은 놀러 다니는데 왜 나는 취미가 없지? 그래서 한 1년 정도 취미도 찾아봤는데 없더라. 혼자 작업실에 앉아 있는 게 취미가 된 거 같다.

혼자 있으면서 안에서 감정을 끌어내는 건가.
정용화
: 내 바깥에서 큰 사건이 생겨서 곡을 쓸 수도 있지만, 그런 걸 억지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어떤 대선배님 곡을 좋아해서 그런 스타일을 따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을 거다. 지금 내가 나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지 억지로 뭔가 만들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이번 앨범의 ‘마지막 잎새’ 같은 건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끄적였다. 무슨 일이 있어서 힘을 받으면 받는 거고, 없을 때는 없는 대로 계속 쓰게 된다. 어차피 음악을 길게 할 거니까 천천히 마일리지를 쌓아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솔로 앨범은 더 무겁고 어두워진 것 같다. 밴드로 음악 할 때보다 자기감정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갔다.
정용화
: 한 해 한 해 많은 일을 겪으면서 기분이 다운될 때가 많았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까 곡 스타일도 천천히 달라지게 됐다. 곡 쓰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최대한 살리고 내 정서대로 곡을 쓰다 보니까 더 가라앉은 감정이 나온 것 같다. CNBLUE 때는 멤버들 취향도 고려해야 해서 편곡을 할 때도 멤버들 스타일로 미디로 드럼을 찍거나 기타를 만들어갔는데, 혼자 할 때는 더 마음대로 해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CNBLUE하고 억지로 다르게도 하려고 노력해봤는데, 그건 또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선지 CNBLUE에서 쓴 곡들과 다르게 펑키한 리듬이 빠졌다. ‘Tatto’, ‘I Don't Know Why’, ‘In My Head’, ‘Can’t stop’까지 늘 펑키한 리듬이 곡의 중심이었는데.
정용화
: 2~3년 전만 해도 펑키한 게 내 색깔이다, 원래 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조건 미디 켜자마자 디스코 리듬을 찍어놓고 곡을 쓰기도 했다. (웃음) 그리고 그때는 화성악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공부가 안 돼서 덤볐을 때라 그런 걸 활용하려고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공부를 하다 보니까 예전과 달라진 것도 있고, 예전의 감각하고 달라져서 배우는 게 다가 아니구나 싶은 것도 있다. 그래서 곡을 쓸 때 더 어렵고 어둡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 정도의 느낌으로 작업했다.

슈트와 셔츠 모두 김서룡옴므.

솔로 앨범인데 더 극단적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나.
정용화
: “나 이런 곡 써요” 이렇게 자랑하려고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혼자 불평하듯 노래하는 것도 싫다. 내가 불평하면 듣는 사람도 더 불평하게 되니까. 그런 게 싫어서 노래도 처음 생각보다 많이 순화시켰다. 예전에는 내 정서보다 대중이 우리를 바라봤을 때의 색깔에 맞췄다면, 지금은 내 정서를 중심에 두고 대중을 끌어당길 수 있는 중간점을 찾고 싶다. 기본적으로는 내 감정에 가장 충실한 앨범이다.

‘어느 멋진 날’, ‘추억은 잔인하게’, ‘원기옥’ 세 곡이 특히 그런 것 같다. 표현하는 감정은 같은데, 그걸 각각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서 대중적인 접근이나 음악성 양쪽을 다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았다.
정용화
: 그렇다. 대중이 들었을 때 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안으로 파고들면 꼬아놓은 것도 있고, 그래서 음악을 더 깊게 들으시는 분들도 재미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한 걸 대중과 음악 하는 분들 모두에게 만족시킬 수 있는 교집합을 찾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원래는 정규가 아니었는데 곡을 하나하나 더 넣으려다 보니까 늘어나기도 하고. 앨범을 사시는 분들은 1번부터 들을 테니까 트랙 리스트 배열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

‘추억은 잔인하게’에서 윤도현을 활용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다른 곡들과 다르게 멜로디가 단도직입적으로 후렴구로 가는데, 윤도현이 등장하면서 구성의 단조로움을 없앴다.
정용화
: 정확하다. 윤도현 선배님이 잘 부를 수 있는 멜로디를 생각해서 들려드렸고, 가사 내용은 ‘어느 멋진 날’과 비슷한데 느낌은 다르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앨범을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이 있나.
정용화
: 너무 많다. 이번 앨범은 내 앨범이라서 더 노력을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만들려고 하니까 생각이 많아지고, 나의 끝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가 솔로를 내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쓸 수 있다고. 그러니까 대중은 만족할 수 없는 음악이 나왔다. 그렇다고 대중에게 맞춰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것들을 써나갔다.

뮤지션으로서의 인정을 바랐던 건가.
정용화
: 겉으로는 신경 안 써야지 해도 그게 필요했던 거 같다. 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많았다. 그런데 앨범을 만들면서 이런 짐을 버리니까 더 좋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내가 그냥 열심히 해서라기보다는 정말 내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요즘 예전 음악 들어보면 약간 귀엽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때려 박는 스타일의 곡들이었다. ‘Can't stop’이 전환점이 된 거 같고, 그 전 곡들은 지금 보면 꼭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 모습을 보는 거 같다. 그때는 자기는 다 컸다고 생각하지 않나. 왜 날 어리다고 하지? 이러면서. (웃음)

중학생 때 쓴 ‘Easy Love’ 같은? (웃음)
정용화
: 그때는 다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그게 아닌 거다. 그렇다고 지금 내 스타일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나는 지금 다 해볼 수 있는 나이니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나한테 어울리는 걸 찾고 느끼고 싶다.

그런 태도가 앨범 전체에 배어 있는 것 같다. 보컬도 이전과는 다른 목소리로 녹음했다. 메인 보컬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는 믹싱이기도 했고.
정용화
: 전에는 그냥 듣기에 잘해 보이는 걸 했다. 보컬 뒤에 코러스를 화려하게 넣거나 하는 식이었던 거다. 잘해 보이려고 기계적으로 넣은 건데,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좋은 음악은 보컬 하나로 사운드가 꽉 차는 거다. 그래서 ‘어느 멋진 날’을 녹음할 때도 목소리 하나로 갔다. 그래서 녹음 몇 번 하다 목이 안 좋아지면 아예 안 하고. 전에는 녹음 끝내고 다른 걸로 커버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목소리 하나로 갔다. 사운드도 밴드 사운드에서 못 해봤던 것들을 해보고. CNBLUE 때는 급하게 만든 곡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천천히 작업하면서 기타 톤도 더 날것처럼 바꿔보고. 그때가 정교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듯한 소리였다면 지금은 내 목소리가 악기인 것처럼 하고 굳이 필요 없는 것들은 걷어냈다.

점점 더 하고 싶어지는 게 많아지는 건가.
정용화
: 더 해보고 싶은 게 엄청 많다. 이번 계기를 통해 더 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니트 시스템옴므, 팬츠 갈리아노, 슈즈 반스.

[어느 멋진 날]이 여러모로 분기점이 된 것 같다.
정용화
: CNBLUE로 활동하면서 처음부터 입었던 옷이 정장이었고, 그러다 보니 이미지도 정장에 어울리는 팀이 됐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우리가 주위의 시선 때문에 더 웅크려지는 것도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우릴 이렇게 생각할까” 하는 시절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 조금씩 벗고 있는 것 같다. 대중이 들었을 때는 좋다고 느끼고, 음악 하는 분들은 “이 녀석 좀 아네”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어떻게 보면 그게 가장 좋은 결과물일 텐데, 예전에 일본에서 한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해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게 생각난다.
정용화
: 지금도 똑같다. 옛날부터 어렸을 때부터 쟤는 완벽하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 공부 잘해야지 이런 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다 잘하네, 얘 ‘사기캐’다 이런. (웃음) 사실 내가 생각해도 한 가지만 파면 그걸로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많이 벌려 놨다. (웃음) 그런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하고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건 많이 다른 거 같다. 물론 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이것도 성장하고 저것도 성장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숲처럼 만들어지지 않을까.

호머 심슨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 (웃음) 호머 심슨이 막 사는 게 부러운가?
정용화
: 호머 심슨은 지구 상에 있는 모든 것 중 최고의 록스타니까. (웃음) 그렇게 막 사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 저렇게 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도 하게 되고, 록밴드 공연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오아시스 같은 경우는 공연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쳐다만 봐도 관중들이 뛰고. 그런 걸 보면 부럽다.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정용화
: 나는 내가 모범생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고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있는 거 같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생활했는데 억지로 바꾸는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롤링스톤즈나 오아시스를 동경하지만 나는 나니까.

그럼 마지막 질문. 다시 태어나면 호머 심슨과 정용화 중 어떤 쪽을 선택하고 싶나.
정용화
: 와,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한 번쯤은 호머 심슨처럼 살아보고 싶다. 도너츠를 마구 먹으면서. 다만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나야 한다. 그 동네에서는 호머 심슨이 그렇게 살아도 된다. 그런데 나 혼자 이 세상에서 호머 심슨으로 사는 건 남들 보기엔 “쟤는 무슨 생각으로 사나?” 이렇게 될 거 같다. 그렇게 살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살아보고 싶다. 그렇게 살아도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래서 집에서 혼자 있을 때는 그렇게 산다. (웃음)


글. 강명석
아트디렉터. 정명희
사진. 이진혁(KoiWorks)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헤어. 이하나 / 메이크업. 정보영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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