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만드는 ‘K-부심’ 예능

2015.02.11

‘K-부심’이라는 말이 있다. 이를테면 한·미 미사일 협정 관련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한국 기자가 미국 관계자에게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이라 말했을 때 쓴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인기에 기뻐 외국인에게 질문을 던질 수야 있겠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법.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꼴불견이 될 때, 네티즌들은 ‘K-POP’을 패러디한 ‘K-부심’을 붙였다. ‘강남스타일’이 3년 전 노래가 된 지금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KBS는 뉴스에서 얼마 전 아이돌이 리포터가 돼 인도인들에게 “두 유 노우 케이팝?”을 묻게 했다. 그들이 인도에 있었던 이유도 인도에서 K-POP에 대해 알아보는 [두근두근 인도] 촬영 때문이었다.

아이돌 가수가 해외 현지인들이 자신의 노래를 아는지 궁금해 할 수는 있다. 다만 인도에서 K-POP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퍼져 있었다. 일본과 중국 등에 비교하면 소수라 해도 인도에는 K-POP 팬들이 있고, [두근두근 인도]에 출연하는 아이돌 가수들을 보기 위해 공항에 모였다. 제작진은 당시 공항에서의 취재 허가 등을 이유로 가수들을 아는 척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전했고, 당시 생긴 마찰은 SNS를 통해 한국에까지 퍼졌다. 인도에도 소수지만 K-POP의 팬들이 있고, 그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사건이 불거진 후 [두근두근 인도]의 제작진도 취재 예능의 형식으로 K-POP을 알리는데만 초점을 맞추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BS 뉴스는 그 중 출연자들이 “두 유 노우 케이팝?”을 묻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편집해서 내보내고, 홍보를 할 때는 인도에 대해 ‘K-POP의 불모지’라는 표현을 썼다. 그것이 지금 KBS가 인도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단지 [두근두근 인도]를 둘러싼 일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KBS [용감한 가족] 출연자들은 캄보디아의 수상 가옥 마을에서 가상의 가족으로 1주일을 보낸다. 깨끗한 식수는 얻기조차 어렵고, 달걀 하나에도 감정이 상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 출연자들이 살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도움이 필수다. 그러나 출연자인 이문식이 마을 이장의 도움으로 물고기를 낚을 때도, 심혜진이 상점 주인에게 덤을 얻어낼 때도, 제작진이 주목하는 것은 그 곳에서 고생하는 출연자들의 모습뿐이다. 이장이나 상점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덤을 얻어가는 심혜진에게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다. 대신 출연자들이 고생 끝에 박명수의 말처럼 “이만하면 살만하다”고 말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힘든 곳에서 역경을 뚫고 터를 잡았고,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하지만 [용감한 가족]에서 캄보디아는 출연자들을 고생시킬 장소일 뿐이다. 그 곳에 대한 이해는 없다. 

[용감한 가족]의 제작진은 출연진들이 서로를 엄마, 아빠, 아들, 딸, 삼촌으로 부르도록 한다. 쉴 새 없이 먹을 것을 획득하고 집안일을 해야 생존 가능한 환경에서 남자와 여자의 일이 명확하게 나뉘고, 일의 결정권은 부모가 갖는다. 캄보디아는 지금의 한국인이 경험하기 어려운 고생을 대신 할 수 있는 곳이고, 출연자들은 고생과 함께 가족의 필요성을 느낀다. 현재의 살만한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와보니 가족의 가치를 다시 일깨울 수 있다. [용감한 가족]에서 캄보디아는 교류할 나라가 아니라 한국인의 소중한 가치를 되찾게 되는 장소다. 그것은 KBS [뮤직뱅크]가 아이돌의 해외 공연을 추진하고, 뉴스에서 [두근두근 인도]처럼 가수들의 활약상을 보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KBS는 연예인들을 바깥으로 내보내지만, 이를 통해 찾으려는 것은 한국인의 자부심이나 가족의 정 같은 내부의 가치관이다. 제작진은 각각 다르지만, KBS는 그 콘텐츠를 부정적인 의미로 일관적인 관점으로 내보내고, 홍보한다. 그만큼 결정권자들이 2015년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KBS가 최근 [시간여행자 K]를 통해 한국 현대사 속의 직업, 살림, 연애 등을 되짚어 보는 것은 이런 관점의 연장선상이다. [시간여행자 K]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힘들었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은 방송사의 역할이기도 하다. 다만 KBS 예능은 그 과거와 비교해 성장한 현재를 끊임없이 과시하고, 다른 나라로부터 인정받으려 한다. 인도 팬들이 SNS로 제작 상황의 문제점을 알리고, 그것을 한국의 팬들이 번역해서 다시 알린다. 이런 시대에 아직 ‘K-부심’이 퍼지지 않은 것 같은 나라에 직접 가서 “두 유 노우 케이팝?”을 묻는 것. 인터넷은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나라 사람들도 다른 시대에 살게 만들었다. 최소한 인터넷 잘못은 아닐 것이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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