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의 ‘달빛술사 쿠키’를 갖고 싶어요

2015.02.13

눈이 아파왔다. 도대체 몇 시간째인지 모르겠다. 지난 1일 새벽 [쿠키런 For Kakao](이하 [쿠키런])가 에피소드 4를 신규 업데이트하면서 신규 쿠키([쿠키런]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캐릭터) 2개가 나왔고, 그중 ‘달빛 술사 쿠키’를 받기 위해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업데이트 소식에 잠깐 둘러볼 요량으로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2013년 4월경에 출시된 [쿠키런]은 진저맨이 마녀의 오븐에서 탈출하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횡스크롤 달리기 게임이다. 달리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각각 능력이 다른 쿠키, 펫, 보물 등을 어떻게 조합해 달리느냐에 따라 점수와 코인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래서 작년에 나를 이 게임에 꼬드긴 친구는 “이렇게 쉬우면서 하드모드인 게임은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친구를 저주하며 새로 업데이트된 에피소드를 살펴보았다. ‘마법사들의 도시’라는 이름이 붙은 에피소드 4는 잃어버린 쿠키 왕국의 단서를 찾기 위해 찾아간 고대 마법사들의 도시라는 콘셉트였다. 터치하자 아련한 분위기의 실로폰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추가로 들어온 쿠키를 보며 육성으로 소리를 질러버렸다. “예쁘잖아!!”

달빛술사 쿠키는 푸른 드레스를 입고 여왕봉과 같은 큰 열쇠를 쥐고 있었다. 밤하늘 별빛처럼 반짝이는 머릿결에 희고 긴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나를 유혹했다. 다음날 벌써 리뷰가 올라왔다. 난 아직 달빛술사 쿠키를 뽑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는데, 벌써 다른 사람들은 쿠키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달빛술사는 능력이 발휘되면 초승달 위에서 잠이 들고, 꿈을 꾸면 별가루 젤리(먹으면 점수가 올라간다)가 소용돌이쳤다. 마법도시에 홀로 남겨져 과거의 꿈을 꾼다는 설정. 이건 진짜 쿠키 버전 엘사잖아!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소유욕이 용솟음쳤다. 정말로 [쿠키런]이 지루해지긴…글렀다. [쿠키런]이 아무리 쉬우면서 어려운 게임이라 해도 맵은 한정되어 있고, [드래곤 플라이트]와 같은 캐주얼 게임이 그렇듯 맵을 외우면 게임이 지겨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쿠키런]에서는 게임에서 먹어야 하는 젤리와 코인 외에 ‘별’을 모으는 이벤트나 최고점을 갱신하는 ‘나 VS 나’와 같은 게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벤트가 끝나고 지루해질 즈음이면 신규 쿠키가 나왔다. 얼마 전에 신규 쿠키로 들어온 ‘민트초코 쿠키’를 유료 결제해 지르고, ‘코코아맛 쿠키’를 얻으려 퇴근 후 매일 밤 플레이를 하면서 코인을 벌어들였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던 헨리의 ‘TRAP’을 보면서 심장 떨려 했던 나에게 하얀 정장을 입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달리는 민트초코쿠키를 사는 건 불가항력이었다. 플레이할 때마다 민트초코쿠키는 배경음악이 클래식으로 바뀌었고, 연주를 하면서 코인을 생성한다. 게다가 죽을 때마저 예의를 지켜 꾸벅 인사를 하고 죽는 그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내가! 내가! 쿠키 따위한테! 반하고! 오빠라고! 부르다니!

그리고 이번에는 달빛술사 쿠키가 나온 것이다. 머리를 찰랑거리며 달리다니. 이건 정말 너무 예쁘니까,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다. 게다가 달빛술사 쿠키는 다른 쿠키와 다르게 돈으로도 못 산다. 계속 플레이를 해서 미스터리 박스를 얻어야 했다. 박스에서 나온 유물조각을 7개를 모으면 그때가 되어서야 달빛술사 쿠키를 뽑을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겨우 먹은 미스터리 박스에서는 유물이 아니라 보물재료들이 나왔고, 유물은 나올 기미도 안 보였다. 며칠 동안 퇴근 후에 계속 [쿠키런]을 했다. 겨우 2번 달빛술사 쿠키를 뽑을 기회가 생겼다. 이게 뭐라고, 로또 당첨번호 추첨을 할 때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보상 받기’를 터치했지만 나에겐 코인 몇 푼만 주어졌다. 침대를 뒹굴며 괴로워하다가, 문득 데브시스터즈의 이지훈 공동대표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는 [쿠키런]의 차별성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뽑았고, 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게임 개발팀에서 공동으로 진행되는데, 가능하면 초기에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캐릭터들의 세계관이 캐릭터를 완성할 때까지 지켜지도록 노력했다”([앱스토리])는 기사 내용이었다. 캐주얼 게임이지만 데브시스터즈는 그 사이에도 에피소드, 캐릭터 설정 등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하고 설정에 맞는 능력을 조화롭게 만들었다. 그냥 ‘쿠키’가 될 수도 있었지만 [쿠키런]에서는 각각의 쿠키들이 캐릭터처럼 매력이 있었다. 그 결과 나는 고통 받고 있다.

침대에 W자로 앉아서 몇 시간째 있다 보니 손이 저렸다. 그 사이에 카카오톡으로 “달빛술사 쿠키 뽑음”이란 친구의 메시지가 왔고, 뒷골이 당겼다. 달빛술사로 2억 점을 넘길 수도 있다던데, 이제 저 친구는 내가 따라잡지 못할 점수를 얻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달빛술사 쿠키를 빨리 얻기 위해서는 플레이할 때 필요한 생명이 부족했다. 지금까지는 카카오톡 친구 추가로 몇백 명이 모여 있는 일명 ‘생명방’에 들어가지 않았었지만, 이젠 생명방에 들어갈 순간이 온 것이다. 친구에게 “나 생명방 추가 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전까지 보물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민트초코 쿠키로 코인을 계속 벌어댔다. 현실에서도 돈 벌어보겠다고, 방 한 칸이 다인 집에서 집-회사만 반복하는 것도 서러운데 도대체 왜, 뭐 때문에, 게임에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는 이른바 ‘덕질’을 하듯이 달빛술사 쿠키에 목매고 있다니! 마음이 점점 복잡해졌다. 하지만 내 손은 ‘게임 시작’을 누르고 있었다.

글.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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