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터 시청주의보: [오늘 뭐 먹지]부터 [삼시세끼]까지 폭식 유발 프로그램

2015.02.12
다이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먹고 싶은 욕망을 한 번 누르면 백 가지를 먹고 싶어진다. 두 번 참으면 깨어 있는 시간 내내 먹는 것만 떠올린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처럼, 러닝머신 너머 창밖으로 보이는 맥도날드 간판에도 번뇌하는 존재가 다이어터다. 특히 채널을 돌릴 때마다 쏟아지는 요리 프로그램과 각종 ‘먹방’은 여린 다이어터들의 이성을 빼앗아 폭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악마의 유혹과도 같다. [아이즈]에서는 특히 강렬한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들을 선정하고 그 악의 실체와 피해야 할 시간대를 공개함으로써 다이어터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밥도둑이 다 여기 있네, [오늘 뭐 먹지]
폭식 위험지대: 올리브 월, 목 낮 12시
일찍이 위대한 다이어터 옥주현은 “먹어봤자 내가 아는 그 맛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문제는 아는 맛이니까 또 먹고 싶다는 데 있다. 푸아그라나 캐비어를 먹고 싶은 날은 거의 없어도 떡볶이나 비빔국수는 그 천 배 정도로 자주 먹고 싶은 이유 역시 그 칼칼한 맛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신동엽과 성시경이 직접 요리하며 진행하는 [오늘 뭐 먹지]는 그렇게 익숙한 맛의 음식들이 주로 등장한다는 면에서 더욱 경계해야 할 프로그램이다. 새우젓과 깨를 함께 빻아서 기름기가 적당히 있는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양념해 끓인 김치찌개, 달콤짭짤한 간장양념에 졸인 뒤 맨 위에 달걀을 깨뜨려 만드는 두부조림, 갖은 야채와 얇게 썬 차돌박이를 층층이 겹쳐 보글보글 끓는 육수에 익힌 다음 폰즈 소스에 찍어 먹는 밀푀유 나베 등 메뉴도 메뉴지만 먹는 것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두 남자의 파괴력 있는 ‘먹방’이야말로 제맛… 아니, 문제다. 특히 첫 회 때만 해도 살아 있던 성시경의 턱 선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증명한다.
폭식 경계경보: 흑돼지 2호 (일단 배를 채우고 봐야 하는 상태)


채움보다 비움을, [냉장고를 부탁해]
폭식 위험지대: JTBC 월 밤 9시 40분

무릇 자취방 냉장고는 물, 맥주, 시든 사과 몇 알, 말라붙은 김치 통으로 휑하고 가정집 냉장고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밀폐용기와 비닐봉지로 가득한 법이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8명의 셰프들이 초대 손님의 냉장고 속 재료만으로 15분간 요리 대결을 펼친다.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가 다수인 강남의 냉장고도, 어란에서 송로버섯까지 없는 게 없는 소유진의 냉장고도 조건은 같다. 잘게 썬 삼겹살과 물에 씻은 새우젓을 기름에 튀기고 고추장과 딸기잼을 섞어 만든 소스로 비빈 칼국수, 토마토 페이스트 대신 즉석 밥에 쌈장을 넣고 잘게 썬 야채와 함께 볶아 오징어 몸통을 채워 굽는 순대 등 보기엔 미심쩍지만 맛있다는 찬사를 받는 메뉴가 등장할 때마다 덩달아 냉장고를 뒤져 창의적인 요리를 해보고 싶어진다는 면에서 경계해야 할 프로그램이다. 그러지 말고 그냥 치킨을… 아, 아니다.
폭식 경계경보: 흑돼지 3호 (냉장고를 한 번 뒤져볼 정도의 상태) 


셰프들의 유혹, [올리브쇼 2015]
폭식 위험지대: 올리브 화 밤 9시

스테이크, 편의점 음식 등 매회 한 가지 아이템을 정해 셰프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요리하고 능숙한 솜씨로 금방 만든 음식을 그 자리에서 다 같이 나눠 먹으며 품평하는 프로그램이다. 숭덩숭덩 썰어 소금을 뿌린 안심과 양파를 달군 프라이팬에 던져 넣어 볶고, 튀일 반죽을 살짝 부어 노릇하게 지진 군만두에는 ‘맛다시’를 첨가한 매운 양념을 더한다. 양파, 마늘과 함께 다져서 볶은 레토르트 미트볼을 바삭바삭한 후렌치 파이 위에 올려 한 번 구울 때는 매콤한 청양고추를 다져 넣어 느끼함을 잡아주기도 한다. 프라이팬 위에서 재료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 커트러리가 부딪히는 소리, 입맛 다시는 소리가 유독 귀에 쏙쏙 들어와 다이어트 의지를 흐리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특히 [냉장고를 부탁해]와 [올리브쇼 2015]에 동시 출연 중인 최현석 셰프는 특급경계대상이니 일단 눈에 띄면 피하는 것이 좋다.
폭식 경계경보: 흑돼지 3호 (냉장고를 한 번 뒤져볼 정도의 상태)


칼로리라는 것이 폭발한다! [푸드 트럭]
폭식 위험지대: FOXlife 월~금 밤 9시(3월 2일부터)

‘빈속으로 절대 보지 말 것’,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고 홀린 듯 몇 천 칼로리의 단 음식과 튀긴 음식을 위장에 쓸어 넣은 뒤 후회만을 토해냈다면? 올리브와 냇지오 피플에서도 방영되며 다이어터들의 사랑과 원망을 동시에 받았던 [푸드 트럭](원제: Eat Street)은 [아메리칸 셰프]의 더블 콤보다. 미국 전역의 인기 있는 푸드 트럭을 탐방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패티 속에 체다 치즈를 두 장 넣어 베어 물면 육즙과 치즈 소스가 함께 흘러나오는 햄버거, 지글지글 끓는 버터갈릭치즈 소스에 혀를 데지 않게 호호 불어가며 먹는 굴 구이, 뜨거운 철판 위에 빵을 굽고 토마토소스를 듬뿍 발라 양념한 고기와 야채를 끼워 먹는 샌드위치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길거리 음식들이 줄줄이 등장해 당장이라도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게 만든다. 심지어 아무리 배가 빵빵한 상태로 보기 시작하더라도 정신을 차려보면 작년 추석 때 남은 깻잎 전까지 뒤져 입에 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만큼 폭발적인 식욕을 불러일으키니, 보는 동안 가족에게 잠시 손발을 묶어놔 달라고 부탁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폭식 경계경보: 흑돼지 1호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상태) 


‘차줌마’의 한식대첩, [삼시세끼 어촌 편]
폭식 위험지대: tvN 금 밤 9시 45분

‘생김치 오겹살 전문’ 식당에서 4:6 비율로 김치와 오겹살을 불판에 깔고 지글지글 구우며 미팅을 시작했을 때부터 문제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머나먼 만재도에 뚝 떨어뜨려 놓아도 밭에서 배추 뽑아 멸치육수에 된장 풀어 뚝딱 배춧국을 끓여내고 고춧가루, 까나리 액젓, 참기름, 갖은 양념으로 매콤새콤한 겉절이를 금세 차려내는 차승원은, 다이어트하는데 자꾸 밥 먹으라고 하는 엄마처럼 감량 의지를 꺾어놓는다. 김이 펄펄 나는 하얀 쌀밥을 냄비에서 퍼낸 뒤 남은 누룽지를 자작하게 끓여 먹고, 맨밥에 고추장 한 숟갈 떠서 쓱쓱 비벼 먹는 유해진 역시 입맛 돌게 하는 재주가 남다르다. 게다가 레몬즙을 살짝 뿌린 야들야들한 회, 석쇠에 노릇노릇 구워 불 맛이 살아 있는 보들보들한 장어구이, 포근포근한 계란찜, 바글바글 끓어오른 소스를 고소하게 구워진 우럭에 부어 먹는 우럭탕수까지, 고기 한 점 없이도 떡 벌어지게 차린 상을 보면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 사이에서 1초의 고민 없이 배부른 돼지가 되고 싶다. 돼지… 돼지갈비, 돼지막창, 돼지국밥…
폭식 경계경보: 흑돼지 1호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상태)

글. 최지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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