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간], MB처럼 자기소개서 쓰는 법

2015.02.12
시련과 희생, 도전과 성공으로 점철된 삶! 최근 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주관적으로 아름답게 재구성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놀라운 저서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MB를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이 책은 자신을 완벽히 속인 사람만이 타인도 속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래서 [아이즈]는 MB처럼 효과적으로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을 연구했다. 오늘도 ‘자소설’ 빈 문서 창만 띄워놓고 진실과 거짓, 절실함과 민망함, 객관화와 정당화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을 전국 수십만 취업준비생의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1. 시선을 장악하는 Copy로 승부하라!
수많은 자기소개서 사이에서 인사담당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첫인상(first impression)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의 시간]의 각 장 제목과 소제목을 참고하면서, 각 문단의 첫머리에 자신만만하고 강렬한 Copy를 배치해 느낌 있는 자기소개서를 만들어보자.

사례
- 멋진 대사로 감동 유발: ‘나는 미국에 빚진 게 없습니다’, ‘모든 문제는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 사연 요약으로 흥미 유발: ‘헌 바지를 얻어 입고 싶었던 소년’, ‘목숨 걸고 금고를 지킨 말단사원’
- 적극적인 태도로 호감 유발: ‘선제적이며 과감하며 충분하게’,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
- 후한 자기평가로 착각 유발: ‘외교의 새 지평을 열다’, ‘5년 대통령이 100년을 보다’

응용
일반형: 어려서부터 저희 집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남들 다 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일터에 나가시고 집에 안 계시면 어린 저는 혼자서 라면을 끓여 먹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철없던 저는 라면이 너무 지겨운 나머지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큰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MB형: ‘외식업계의 별이 되기 위해 태어난 아이’, ‘자장면 한 그릇을 탕수육 대(大) 자로 바꾸다’,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를 키운 네 글자’

2. 인간드라마의 주인공이 돼라!
요즘 기업에서는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자기소개서를 원하지 않는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단순히 정보만을 나열한다면 경쟁력이 뒤떨어지기 십상, 스토리텔링이 필수인 시대다. 그러나 스무 살 전에는 대입, 그 후에는 취업 준비에 인생을 바쳐온 청년들이 다 특별하고 비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면 왜 여기서 이러고 있겠는가.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MB처럼 자신의 개인사를 사회적 사건, 현상과 연결해 의미를 부여해보자.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기에는 충분하다.

사례
- 기념일로 의미 찾기: 태어난 날이 1941년 12월 19일, 김윤옥 여사와 결혼한 날이 1970년 12월 19일, 거기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역사적인 날 역시 2007년 12월 19일이다.
- 우연에서 필연 찾기 1: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즈음 내 병도 완치됐다.
- 우연에서 필연 찾기 2: 내 임기 중 한류는 크게 꽃을 피웠다.

응용
반형: 저는 1988년 9월 7일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MB형: 제가 태어난 것은 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온 나라가 기대로 가득 차 있던 1988년 9월 7일, 1세대 한류의 물꼬를 튼 그룹 H.O.T.가 데뷔한 것도 1996년 9월 7일, 그리고 제가 운명적으로 귀사의 공개채용 필기시험에 응시한 날 역시 2014년 9월 7일이었습니다.

3. 남이 해준 칭찬이 더 아름답다!
자기소개서의 궁극적 목적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고 해당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임을 강조함으로써 채용이라는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입으로 잘났다고 노골적으로 떠들어봐야 인사담당자가 거부감을 느낄 뿐이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시간]은 남의 입을 빌려 얼마나 다채롭게 자신을 자랑할 수 있는지를 집대성(集大成)한 교재라고 할 수 있다.

사례
- 수상 사실을 통한 자랑: 세계적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7년 나를 ‘환경 영웅’(Heroes of the environment)으로 선정했다.
- 언론 보도를 통한 자랑: 언론은 미국 민주·공화 양당 출신 대통령과 모두 친했던 것은 내가 유일하다고 평했다.
- 유명인의 입을 빌어 자랑 1: 부시는 나를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라 소개했다. 그리고 “커다란 도전을 안고 장애물이 있다 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 유명인의 입을 빌어 자랑 2: 반기문 총장은 “대통령을 처음 만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한국이 이렇게 빨리 국가적 이니셔티브를 잡고 나올지 몰랐다. 경제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하고 그린 뉴딜을 비롯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을 성공적으로 견인하고 있어 저에게도 큰 자랑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응용
일반형: 저는 기숙사에서 주차 관리 및 택배 하차 등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높은 상점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다수의 팀 프로젝트에서 조장을 맡아, 책임을 다하지 않는 조원들의 몫까지 솔선수범함으로써 타 학우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MB형: 저의 모교인 기안대에서는 공동체 생활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 저를 21세기 영 글로벌 봉사리더 100인으로 선정했고 이는 [기안대학보](2014년 11월 13일자)에 대서특필된 바 있습니다. 또한 저의 은사님이시자 [경제탕탕] 진행자로 유명하신 김상식 교수님께서는 저에 대해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책임감 없이 무임승차하는 학생들과 달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는 모습이 교육자로서 대단히 자랑스럽다”라는 것이었습니다.

4. 자화자찬을 두려워하지 마라!
앞서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자신을 자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간]에서 가장 탁월하면서도 유려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당시 정주영 사장은 공사의 적자를 파악한 안목도 안목이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정직함을 높이 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추측을 통한 자찬) 정직은 내 삶의 큰 자산이었다. (선언을 통한 자찬) 때로는 곧이곧대로 하는 바람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결국 그로 인해 신뢰를 쌓고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시련 극복을 통한 성장에 이어 자연스러운 자찬으로 마무리)” 일종의 ‘깔때기’라 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타인의 의중이나 어떤 상황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신을 어필하는 능력이다. 비결은 팩트보다 임팩트, 뉴스보다 드라마다.

사례
- 우정의 재구성: 부시는 나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각국 정상들에게 일일이 나를 소개했다. “내 친구(my friend)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부시의 파격적인 소개에 각국 정상들은 깜짝 놀란 눈치였다.
- 감동의 재구성: 나는 어린 시절의 일화를 각국 대표들에게 들려줬다. 많은 국가 대표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고, 연설이 끝난 후 나와 악수를 청했다. 한 아프리카 대표는 “마치 우리나라, 내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응용
일반형: 저는 3학기 동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용돈을 벌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사회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MB형: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당시 저의 시급은 3,800원이었지만 3학기가 지나 그만둘 무렵 최저시급에 가까운 액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저의 성실함과 서비스 정신을 높이 사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번은 컵라면을 사고 나무젓가락을 챙겨가지 않으신 손님께 제가 달려 나가 젓가락을 쥐어드리자, 손님께서 감격한 얼굴로 “우리 아들도 이렇게 훌륭한 학생을 본받길 바란다”며 제 손을 꼭 잡아주신 적도 있습니다.

5.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라!
그러나 장점으로만 가득한 자기소개서는 2% 부족하다. 지루할 뿐 아니라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는 지원자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학점이나 어학 등에서 구멍이 발견되어 이를 수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저는 지나친 꼼꼼함 때문에 융통성이 없다, 완벽주의자다, 라는 평가를 듣곤 합니다”처럼 작은 단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큰 장점을 은근히 어필하는 기술이다. 본래 무릎을 꿇는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 아니던가.

사례
- 영어 실력 부족을 임기응변으로: 나는 베를루스코니에게 다가가 말했다. “오늘 EU 장관회의에서 한·EU FTA에 사인을 못 했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미팅을 한다는데 이탈리아가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음악 소리가 매우 커 베를루스코니의 귀에다 대고 쉬운 말로 “EU·코리아 FTA, OK?” 하면서 여러 번 강조했다.
- 자원 외교 실패를 선견지명으로: 자원 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 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

응용
일반형: 대학 시절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도 있듯, 저는 학업에만 몰두하기보다 세상과 부딪히며 청춘을 불살랐습니다.
MB형: 100세 시대, 평생의 3분의 1도 살지 않은 이 시점에 고작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산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격’이라 생각합니다. [LOL], 프로야구, K-POP… 학점이나 영어에 매달리느라 도서관과 학원에만 처박혀 있던 반대론자들이 보기에는 한가한 취미였겠지만 이것은 저 나름대로의 치밀한 준비였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여가 생활과 삶의 질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미래형 인재’입니다.

글. 최지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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