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오스카를 기다리며

2015.02.12
올해로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이 87회를 맞았다. 눈부신 드레스와 눈물의 수상소감, 영광의 환호와 이변의 충격이 가득한 시상식은 그 자체로도 좋은 볼거리. 하지만 시상식이 호명한 영화의 이름들을 돌아보는 나만의 시상식은 그 이상의 즐거운 경험이다. 더불어 2월 23일 오전 10시에는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채널CGV에서 생중계 될 예정이다.


여배우라는 드라마
[블루 재스민], [헬프]
[블루 재스민] 2/17(화) AM 09:00 채널CGV
[헬프] 2/22(일) AM 08:30 채널CGV

언젠가부터 아카데미의 여배우 수상 부문은 메릴 스트립의 등장 혹은 부재로 정리되고는 한다. 평단의 찬사를 받은 마리옹 꼬띠아르와 대중의 지지를 받은 로자먼드 파이크, 골든 글로브 수상으로 기선을 제압한 줄리안 무어가 여우주연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메릴 스트립은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으로 후보 지명된 메릴 스트립을 꺾고 86회(2014)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은 드물게 아카데미의 스포트라이트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여배우였다. 그해 대부분의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그녀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변주로도 알려진 이 작품에서, 사회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속물성을 버리지 못하는 여인의 신경증적인 반응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표현하며 우아한 자신의 이미지를 영악하게 활용하기까지 했다. 대조적인 자매의 이야기인 만큼 지나치게 현실에 순응하는 동생을 연기한 샐리 호킨스 역시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여배우들이 유난히 빛난 작품으로는 [헬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1960년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젊은 작가 지망생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84회(2012) 아카데미 연기상 부문에 무려 3명의 여배우 후보를 배출해내며 뛰어난 연기 앙상블을 입증한 바 있다. 그중 같은 작품의 제시카 차스테인과 경합을 벌인 옥타비아 스펜서가 여우조연상의 영광을 차지했으며,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비올라 데이비스는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에게 트로피를 내어주어야 했다.

애니메이션의 마법
[메리다와 마법의 숲]
[메리다와 마법의 숲] 2/21(토) AM 09:00 채널CGV

아카데미는 오랫동안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만 수상작을 선정해왔으며,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이 만들어진 것은 불과 2001년의 일이다. 부문 신설 후 초반에는 드림웍스의 [슈렉], 스튜디오 지브리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다양한 성격의 수상작들이 배출되었으나, 이후 디즈니-픽사가 전성기를 맞이하며 13번의 시상식 중에 무려 8번의 트로피가 디즈니사에 돌아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85회(2013)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메리다와 마법의 숲] 역시 디즈니-픽사의 작품으로, 스코틀랜드의 공주가 곰으로 변한 엄마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모험에 대한 이야기다. 개봉 당시 디즈니와 픽사의 성격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뒤섞여 기술력과 흥행이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겨울왕국]의 대성공 후 작품의 의의가 재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천방지축이지만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의 등장과 화려한 기술력보다는 동화적인 화법과 캐릭터를 중심에 두는 기획의 방향 등, 전통적인 디즈니의 부활에 대한 전초전으로 새롭게 이해될 여지가 많은 작품이었던 것이다.

기술자들의 징크스
[휴고], [라이프 오브 파이]
[휴고] 2/18(수) AM 08:30 채널CGV
[라이프 오브 파이] 2/19(목) AM 09:00 채널CGV

보기 좋은 떡이 아카데미에서는 실속을 차리기 힘든 법. 기술 부문을 독식한 작품들이 주요 부문에서는 유난히 약세를 보인다는 것은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의 한 경향이다. 그리고 [아바타], [인셉션], [그래비티]와 같은 SF 영화들이 끝내 돌파하지 못했던 시상식의 보수적인 성격은 묵직한 거장 감독들에게도 예외 없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소설을 원작으로, 망망대해를 떠도는 작은 배 위에 호랑이와 함께 남겨진 소년의 이야기다. 삶과 진실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구현하는 동시에 3D 기술을 영화적으로 가장 수려하게 활용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85회 감독상을 거머쥐는 데 그쳐, 작품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가 받은 평가는 좀 더 가혹했다. 역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로봇 인형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를 향한 감독의 절절한 사랑 고백으로 읽히기도 한다. 동화적인 환상을 시각화할 뿐 아니라 초기 영화들을 3D 기술로 복원하는 등 아름다운 장면으로 충만한 영화였으나 84회 아카데미 기술상에서 5개의 트로피를 독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과연 기술의 날개를 접고 안방에서 만나는 영화들의 민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울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법이다.

불멸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사운드 오브 뮤직] 2/20(금) AM 08:30 채널CGV

뮤지컬/코미디 파트의 시상이 분리된 골든 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에서 최고의 영광을 차지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들이다. 작품상을 수상한 [시카고]를 제외하면 [드림걸스], [물랑루즈], [레미제라블] 등 주목받았던 뮤지컬 영화들이 정작 시상식에서는 소박한 성과를 얻는 것이 다반사. 그러나 1960년대 아카데미는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에 부응하는 수상 결과를 낳기도 했다. 주요 10개 부문을 수상한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가 34회(1962) 시상식의 주인공을 차지한 뒤, 37회(1965) 시상식에서는 [마이 페어 레이디]와 [메리 포핀스]가 대부분의 부문에서 경합을 벌였다. 그리고 38회(1966) 시상식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작품상과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휩쓸며 뮤지컬 영화 부흥기의 정점을 알렸다. 풍광과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지만, 사실 전쟁을 배경으로 휴머니즘과 희망에 대한 주제를 전달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은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가리고 보면 시상식의 주인공에 더할 나위 없이 걸맞은 작품이기도 하다. ‘도레미 송’을 함께 부르며, 감동과 물아일체가 될 좋은 기회다.

논란을 딛고
[아르고], [장고: 분노의 추적자]
[아르고] 2/16(월) AM 09:00 채널CGV
[장고: 분노의 추적자] 2/16(월) AM 12:00 채널CGV

[아르고]는 감독이자 주인공인 벤 에플렉에게 수치와 영광을 동시에 안겨준 작품이었다.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미셸 오바마가 직접 발표한 85회 작품상을 차지하며 결국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테헤란에 억류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아르고’라는 가상의 영화 제작을 핑계로 탈출에 성공한다는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CIA의 실제 사건으로 알려지며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란 정부에서는 영화가 국가 이미지를 왜곡한다는 이유로 자국 내 상영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반발 의사를 표한 바 있다. 같은 해 각본상을 수상한 [장고: 분노의 추적자] 역시 개봉 전부터 논란에 휩쓸린 바 있다. 명사수인 흑인 노예가 독일인 현상금 사냥꾼을 만나 자유를 찾고 아내를 구하는 모험담을 서부극 형식으로 풀어내는 이 영화에는 흑인 노예를 학대하는 잔인한 장면들이 다수 포함된 것은 물론,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가 100차례 이상 등장한다. 이에 대해 흑인 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불쾌함을 드러냈는데, 문제는 그가 영화를 보지도 않은 채 항의했다는 점이었다. 뜨거운 논란보다 더 뜨거운 재미로 영화들은 시상식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쯤 되면 논란까지도 재미있는 이야기의 일부인 셈이다.

[아이즈]와 채널 CGV가 함께합니다.

글. 윤희성(객원기자)
디자인. 정명희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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