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뮤지컬의 시작이자 끝 ★★★☆

2015.02.12
프랑스,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까지, 한국을 뒤덮은 ‘유럽 뮤지컬’은 [노트르담 드 파리]([노담])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당시 성장세에 있던 시장은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을 원했고, 관객은 빅토르 위고의 문학성을 바탕으로 전위적인 연출을 선보인 [노담]에 열광했다. 이후 [노담]은 세 차례의 한국어 프로덕션과 영어 버전의 내한공연으로 이어지며 꾸준한 스테디셀러가 됐다. 올해로 내한 10주년을 맞이한 [노담]이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를 거쳐 2016년 프랑스 현지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극장전에서는 [노담]에서 번진 ‘유럽 뮤지컬’의 장·단점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투어 공연│2015.01.15. ~ 02.27.│세종문화회관
극본, 가사: 뤽 플라몽동│음악: 리카르도 코치안테│연출: 질 마으│주요 배우: 스테파니 베다·미리암 브루소(에스메랄다), 맷 로랑·안젤로 델 베키오(콰지모도), 로베르 마리엥·제롬 콜렛(프롤로), 리샤르 샤레스트·존 아이젠(그랭구아르), 이반 페노·존 아이젠(페뷔스)
줄거리: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프롤로 주교는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를 충직한 종으로 삼고 있다. 성당 앞 광장에 모여 사는 집시 무리에는 클로팽과 아름다운 여인 에스메랄다가 있다. 에스메랄다의 춤추는 모습을 우연히 본 후 프롤로 주교는 그녀를 향한 욕망에 휩싸이고, 근위대장 페뷔스는 약혼녀인 플뢰르 드 리스를 두고 에스메랄다와 사랑에 빠진다. 이후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는 한 여자에 대한 엇갈린 감정으로 숙명적인 비극에 치닫게 되는데….

사진.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한눈에 본 뮤지컬]
장경진: ★★★☆ 프랑스 뮤지컬의 시작이자 끝

프랑스에서 제작하는 엔터테인먼트 작품들은 상징이 많다. 따라서 이를 어떤 관점과 형식으로 풀어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다른 프랑스 뮤지컬들을 봤을 때, [노담]은 프랑스 정서가 풀어낼 수 있는 베스트를 다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작을 ‘꼽추’ 콰지모도의 시각에서만이 아닌, 성직자의 고뇌와 욕망의 군인, 밑바닥 집시의 슬픔까지 담은 이야기로 확장시켜 인간의 본성을 넓은 시선으로 다룬다. 각자의 롤이 뚜렷한 많은 등장인물은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십상이다. 하지만 [노담]은 대담한 무대활용과 안무, 조명으로 ‘사랑’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더 극적으로 표현한다. 무대 상하좌우와 거대한 종에 매달린 댄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학적 성취를 거둔다. 날것 그대로 와일드한 집시의 춤과 현대무용으로 풀어낸 고뇌의 안무 역시 서사를 돕는 데 탁월하다. 태양을 가운데 둔 두 여자의 실루엣은 간단하지만 페뷔스를 향한 에스메랄다와 플뢰르 드 니스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역동적인 데다 철학적이고, 화려하지만 절제미가 있다.

지혜원: ★★★☆ 맷 로랑만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쫀쫀한 ‘케미’의 아쉬움
[노담]은 ‘사랑’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얘기하는 작품이고 그 중심에는 에스메랄다가 있다. 집시 여인인 만큼 자유롭고 야성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하고, 성직자를 움직일 정도이니 치명적인 매력도 있어야 한다. 그녀에게 몸은 삶의 무기이고 방패일 만큼 중요한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번 투어 공연에서 에스메랄다를 맡은 스테파니 베다는 무대에서 몸을 어떻게 가눠야 할지를 모르는 듯 어색하게만 보였다. 모두가 공감해야 할 그녀의 매력과 주인공들을 넘나드는 강렬한 ‘케미’를 충분히 느낄 수 없으니 그로 인해 삶의 항로가 달라지는 남자들의 서사도 애매해졌다. 특히 [노담]은 구성원이 싱어와 댄서로 분리되어 있고, 대사 없이 음악으로만 진행되는 송스루 뮤지컬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월드투어의 시작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무대 위 에너지가 한 곳으로 모이는 느낌이 약하다. 세 차례 공연된 한국어 프로덕션은 레플리카(대본과 음악을 포함해 연출, 디자인까지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그대로 재현하는 버전)인 데다 많은 공을 들여 제작해 브랜드를 구축했다. 솔직히 말해 이번 버전이 콰지모도의 대표성을 띠는 맷 로랑 캐스팅 외에 한국어 프로덕션과 다른 어떤 미덕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진. SMG

[더 넓은 눈으로 본 뮤지컬]
지혜원: [노담]이 국내 뮤지컬시장에 끼친 ‘긍정적’ 영향

2008년 [노담] 한국어 프로덕션의 초연은 여러모로 화제였다. 당시 국내에 소개된 유럽 뮤지컬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이미 라이선스 투어 공연으로 인지도와 팬층을 확보한 후였기 때문이다. 제작사도 신생이었던 터라 캐스팅부터 홍보까지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배우들의 합은 서울 공연에서 완성형이 되었고, 불어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단순 번역 대신 박창학 작사가의 개사를 선택했다. 특히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온전히 캐릭터에 맞는 인물을 찾고자 했던 오디션은 정석적이었다. 당시 발견한 윤형렬과 박은태, 이정열과 문종원의 현재 활약상을 봤을 때 [노담]이 시장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윤형렬·문종원·김성민·최수형으로 구성된 ‘4ONE’은 [노담]과 [돈 주앙]의 넘버로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고, 윤형렬과 전동석, 바다는 그들의 필모그래피 중 [노담]이 단연 베스트다. 프로덕션의 힘에도 불구하고 제작사가 주저앉아 꾸준히 이어지지 못했던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라이선스 공연 중 제작사가 달라지면서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흔치 않은 경우에서도 [노담]이 국내 뮤지컬계에서 지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장경진: [노담]이 국내 뮤지컬시장에 끼친 ‘부정적’ 영향
[노담]의 성공 이후 M뮤지컬아트와 EMK 뮤지컬컴퍼니는 체코와 오스트리아 등 상대적으로 국내에 덜 알려진 유럽 뮤지컬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재창작이 가능한 이 유럽 뮤지컬은 시장 내 대안으로 떠올랐고, 김준수나 유명 아이돌 멤버들을 캐스팅해 상업적으로도 나름의 성과를 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장에도 일정한 패턴이 생겼고, 유럽 내 많은 뮤지컬시장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활발하지 않아 더 이상 가져올 작품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프랑스 뮤지컬은 5,000석 이상의 경기장에서 공연되는 아레나 버전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같은 방식으로의 제작이 어렵고 이는 프랑스 뮤지컬의 정서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최근 음악과 대본만을 가져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시 그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서현과 바다, 주진모 등 인지도 있는 스타를 무대에 세웠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연출의 주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불분명한 연출 의도는 통일성 없는 안무와 조명 등으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작품은 각기 다른 톤의 신을 짜깁기한 것처럼 보였다. 타이틀만 가져온 이 같은 작품을 과연 ‘라이선스 뮤지컬’이라 부를 수 있을까? 비슷비슷한 작품들의 홍수에 관객의 피로도만 높아질 뿐이다.

글. 장경진,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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