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힐미]│① 차도현 VS 신세기 VS 페리 박, 최고의 매력남은 누구?

2015.02.10

사람은 한 명, 인격은 일곱 개다. 그중 모든 인격들의 주인 격인 차도현(지성)과 거친 남자 신세기(지성), 전남 여수 출신의 중년남 페리 박(지성)은 각자 전혀 다른 캐릭터로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매력적인 남자는 누구이며, 결국 오리진(황정음)에게 가장 어울릴 법한 남자는 또 누구일까. 차도현처럼 한 명의 필자가 세 가지 인격의 시선으로 차도현, 신세기, 페리 박 세 남자를 각각 탐구했다.


차도현, 보호해주거나 보호받고 싶은 남자
아이구, 이 답답한 양반아. 여자 앞에서 쩔쩔매는 차도현을 보며 몇 번이고 혀를 찼던 게 사실이다. 용기 내 한밤중에 짝사랑하던 채연(김유리)을 찾아가지만, 사촌 형 기준(오민석)과 함께 있었단 걸 알게 된 후 사랑을 고백하긴커녕 “작년 크리스마스 때 전화해줘서 고마웠어. 덕분에 따뜻했어. 행복했어” 같은 매가리 없는 말만 늘어놓고 돌아선다. 오리진에게는 “아직도 저와 세기가 헷갈리십니까? 헷갈리지 않게 해드려요?”라며 폼을 잡더니 끝내는 입술이 닿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버린다. 어쩌다 해낸 오리진과의 입맞춤을 떠올리다 러닝머신에서 발을 헛디딜 만큼 순진한 남자지만, 그래서 차도현은 모성애를 더욱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고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도록 내가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랄까?

심지어 그는 지금껏 봐왔던 재벌 2세들이 그랬듯 여린 속내를 감추기 위해 굳이 위악을 떨지도 않는다. 연애에는 서툴고, 매사엔 조심스럽고, 깡패들에게조차 존댓말을 거두지 않을 정도로 정중한 남자. 한없이 심약해 보이기만 하는 이 남자는, 그러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 앞에서 비겁하게 눈을 감거나 방향을 바꾸는 법이 없다. 의외로 차도현에겐 정면돌파뿐이다. 깡패들이 오리진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알려오자 신세기의 인격을 불러내서라도 가죽점퍼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 하고, 신세기가 멱살을 잡았던 박 선생(이시언) 앞에서 기꺼이 무릎을 꿇고 술에 취해 실수했노라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때마다 차도현은 자신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런 사건들을 겪으며 얼마나 괴로웠는지 다른 이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하지도, 징징대지도, 히스테리를 부리지도 않는다. 오리진을 구해낸 후 피를 흘리면서도 티를 내지 않고 이사회에 참석해 부사장으로서의 각오를 밝히는 장면은 그런 차도현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본인의 아픔도, 본인으로 인한 다른 이들의 고통도 모두 품고 의연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차도현은 알면 알수록 보듬어주고 싶은 동시에, 결정적인 순간에도 오리진으로부터 절대 등 돌리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게 되는 진정한 의미의 ‘어른 남자’다. 이렇게 믿음직스러운데, 좀 숙맥 같은들 어떤가. 우리나라 대통령도 여자분이신데 여자가 먼저 키스하면 잡혀가는 건가?
글. 황효진


신세기, 진심을 증명하는 상남자
슈퍼히어로의 탄생 같았다. 신세기가 등장한 첫 순간은. 그는 의붓아버지에게 폭행당하는 친구 제니퍼의 집으로 거침없이 쳐들어가 의붓아버지를 실컷 패버리고, “제니퍼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댔다간 내가 다시 와서 네놈 뼈를 모조리 부숴버릴 거야”라고 싸늘하게 경고했다. 그러고는 고맙다는 제니퍼를 향해 씩 웃고 쿨하게 떠났다. 누가 봐도 멋있는 모습이지만, 신세기는 그런 행동을 하고 난 후 자신의 멋있음에 취하지 않는다. 그저 맞았으니 그대로 갚아줬고, 여자와 어린아이는 절대 때리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념에 거슬렸으니 혼내줬고, 똑같은 일이 또 벌어졌을 경우 어떻게 응징해줄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했을 뿐이다. 한다면, 한다. 그것이 신세기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가 사랑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기억해,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 “나한테 함부로 대한 여자앤 네가 처음이야.” … 순간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인터넷 소설에서 갓 튀어나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중2병적 대사를 줄줄 읊어도 결국 신세기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 건,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언제나 직접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말들이 허세가 아니라 진심임을 증명한다. 사실 “너한테 별도 달도 다 따줄게”, “세상에서 내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너뿐이야” 같은 허황된 이야기를 로맨틱한 사랑의 고백이랍시고 남발하는 남자들은 얼마나 많고 많은가. 하지만 신세기처럼 그 말을 진실로 믿게끔 만들어주는 남자는 흔하지 않다. 오리진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공표한 이후로, 신세기는 기회가 될 때마다 망설임 없이 애정을 내보인다. 오토바이를 타고 오리진이 탄 택시를 맹렬하게 쫓아가는가 하면, 오리진을 기쁘게 하기 위해 (비록 유치할지라도) 여러 가지 장난감을 준비해놓고, 함께 불꽃놀이를 보던 중 과감하게 키스까지 감행한다. 게다가 어디로 어떻게 폭주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인 그가 오리진의 말이라면 어린애처럼 순순히 따르기까지 한다. 존재의 이유가 오로지 나뿐인 것 같은 남자에게 어느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간지러운 멘트를 날려도,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거세게 손목을 잡아끌더라도 매번 기쁘게 넘어가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신세기, 너 내가 찜했다.
글. 황귀여니


페리 박, 철없어서 귀여운 아저씨
40대다. 틈만 나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장연설을 한다. 오리진을 인질로 붙잡아뒀던 깡패들에게는 “내가 기계공으로 원양어선을 탔을 때-”로 시작하는 자기자랑과 과시를, 전기밥솥으로 폭탄을 만들지 못하게 말리는 오리진에겐 “‘안 돼’가 아니라 ‘안 됩니다잉~’! 자고로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아야 새 나라의 어린이가 되는 것이여. 알겄어?”라는 훈계를 늘어놓는다. 생각해보라. 길거리에서 다짜고짜 저렇게 말하는 아저씨들과 마주친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지. 소위 그냥 그런 ‘꼰대’처럼 보일 수 있는 아저씨지만, 희한하게도 페리 박은 부담스럽거나 짜증 난다기보단 마냥 귀엽게 느껴지는 중년 남성이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뽀얀 피부 때문만은 아니다. 짐짓 다 큰 어르신인 척해도, 아직 철들지 않은 남자아이 같은 페리 박의 진가는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이사회에 참석해주면 이름이 박힌 배를 선물하겠단 안국(최원영)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바로 “오케이! 콜이여!”를 외치던 페리 박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병원 가기 싫다고 발을 동동 구르다 장난감 사준단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그는 산전수전 다 겪어봤음에도 일말의 순수함과 단순한 행복을 잃지 않았을 것 같은 남자다. 다시 차도현의 인격으로 돌아가야 할 때도 더 놀지 못해 아쉬워하고, 자신이 즐겨 입는 하와이안 셔츠를 찾을 때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맥주 냄새를 맡으면서 “으미~ 곡주 익은 냄시. 벌써부터 가슴이 둥게둥게 해샀누만!”이라고 설레기도 한다. 노래와 술만 있으면 흥이 오르고, 덕분에 함께 있으면 눈앞의 걱정 따윈 깨끗이 잊어버린 채 언제까지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남자인 것이다. 나이를 먹더라도 거실 소파에 떨어져 앉아 각자 TV만 멀뚱멀뚱 보는 사이가 되는 대신,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고 한바탕 어울려 놀며 늙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페리 박이라면, 좋아하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 파”라고 빙빙 돌리기보단 이렇게 말해버리지 않을까. “나 지금 여수 밤바단디! 같이 회 한 사라에 소주 일잔 허게 당장 나오랑께!” 화끈하고 명쾌한 고백이야말로 누군가의 마음을 여는 확실한 열쇠란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글. 카멜리아 황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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