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힐미]│② 세기 오빠, 아이라인 뭐 써요?

2015.02.10

“이러다 세기 오빠 얼굴 까먹겠어요.” 다 같은 지성이 연기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3회 연속 등장하지 않던 신세기(지성)에 대해 이런 반응이 나올 만큼, 시청자들은 MBC [킬미, 힐미]의 7가지 인격을 다른 얼굴처럼 받아들인다. 전혀 다른 인격을 연기하는 지성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신세기의 아이라인, 페리 박의 하와이안 셔츠, 요섭의 안경 등 확연하게 달라지는 비주얼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17살 여고생의 인격을 가진 ‘요나’가 극 중 바르던 틴트 제품이 일주일 만에 품절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그만큼 [킬미, 힐미]가 캐릭터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스타일링에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이즈]가 5명의 스타일링을 통해 그들의 캐릭터를 파헤쳤다.


차도현,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도화지
“도현이는 밑그림이죠.” 지성의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은경 팀장의 말은 차도현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차도현은 여러 인격들 가운데 중심을 잡아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헤어나 의상에 변화를 주며 다른 인격을 연출한다. 무엇이든 더할 수 있는 도화지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인격과 충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화장은 두껍지 않게, 퍼프 대신 브러시로 파운데이션을 아주 얇게 펴 바르고, 파우더도 유분기를 잡는 정도로만 소량으로 쓴다. 의상 역시 과도하게 무언가를 더하지 않고 니트에 셔츠, 코트 정도의 기본 아이템만 걸치며 색상도 그레이나 네이비처럼 차분한 모노톤으로 매치한다. 헤어 역시 굵은 롤을 사용한 내추럴한 컬을 만든 후, 드라이를 살짝 넣은 후 털어줄 뿐 다른 제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신경 쓰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이 곧 차도현인 것이다. 


신세기, 감정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눈
“기억해. 2015년 1월 7일 밤 10시 정각.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이라는 말을 하는 남자라니.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그 뻔뻔함이 느끼하지 않다. 상대의 반응을 지레 짐작하거나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뭘 해도 폼 잡는 성격이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올 정도다. 그래서 신세기는 차도현과 달리 외모에 굉장한 공을 들여야 한다. 실버 색상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금속 액세서리에 레드, 블랙 위주의 의상을 입는 등 눈에 확 띄는 이미지를 만든다. 얼굴도 눈썹은 짙게 칠하고, 쉐딩에 신경을 써서 윤곽을 강하게 살리는 것이다. 화제가 된 신세기의 아이라인도 이런 캐릭터 성격으로부터 나왔다. 아이라인을 짙게 그렸음에도 화장이 깔끔한 이유는 블랙이 아닌 딥 브라운 색상을, 젤 타입과 펜슬 타입을 함께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특히 신세기는 감정에 따라 눈 화장이 미세하게 바뀌는데, 오리진에 대한 감정이 격양되거나 도현의 자아와 충돌하는 장면에서는 브라운 톤 섀도우의 음영을 보다 깊게 넣는다. 차분한 차도현의 이미지와 일부러 거리를 두기 위해 헤어는 깔끔하게 펴서 전체적인 볼륨감을 다운시키고 샤인 스프레이로 눈을 살짝 가렸다. 


페리 박, 자유의 골드
“신세기가 실버라면 페리 박은 골드예요.” 지성의 스타일리스트 윤슬기 실장의 말처럼 페리 박은 금장시계에 금목걸이, 금반지까지 끼는 캐릭터다. 하지만 거짓말에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사람답게 이 모든 것은 진품이 아니다. “캐릭터의 과거와 성격을 스타일 콘셉트에 직접적으로 녹여 냈”다고. 과거에 배를 탔고 지금도 배를 타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으로 인해 마도로스(외항선의 선원)풍 의상을 입혔고, 하와이안 셔츠와 백구두를 함께 착용하기도 한다. 5:5 가르마를 탄 후 바람에 휘날리는 것 같은 헤어스타일은 “자유의 상징”이다. 


안요나, 틴트로 표현하는 열일곱 소녀의 예민함
요섭과 요나는 17살 쌍둥이 남매지만, 성격은 정반대다. 때문에 쌍둥이임을 보여주기 위해 전체적인 헤어라인은 중간 크기의 롤을 이용해 둥글게 연출했다. 하지만 요나의 윗머리는 아이롱을 추가로 말아 컬을 더 강하게 만든 후 헤어핀을 꽂고, 교복과 트레이닝 바지로 발랄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이런 스타일링은 지성이 직접 낸 아이디어라고. 또한 핑크색 스쿨룩은 배우와 의상이 어울리도록 직접 제작했다. 반면 남자 배우가 17살 소녀를 연기하는 것을 과하게 표현할 경우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수 있어 메이크업은 아이섀도우나 블러셔를 쓰지 않고 입술에만 포인트를 넣었다. 단, 틴트의 경우 핑크톤의 색상이 입술 바깥부터 안으로 점점 진해지도록 그라데이션을 넣어준다. 요나가 얼마나 외모에 신경 쓰는 성격인지를 단번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


안요섭, 프레피룩으로 완성된 우울한 천재 소년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모습으로 첫 등장했다. 혼자만의 세계를 즐기기 위해 장착한 헤드폰은 사는 데 미련이 없는 자살지원자 요섭의 성격을 암시하는 아이템이었다. 여기에 좀 더 유약하고 어려보이는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헤어 라인은 동그랗게 잡아줬다. 이 헤어스타일은 볼륨무스를 먼저 사용해 말린 후 중간 크기의 롤을 이용해 동그랗게 만 후 드라이해주면 된다. 또한 우울한 분위기를 가진 아이큐 높은 천재 소년의 이미지는 프레피룩(미국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부유한 학생 느낌의 패션)을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현과 거의 비슷하게 비주얼이 연출되는 경우도 있는데, 인격이 빈번히 바뀌면서 캐릭터 간 비주얼 차이가 흐려진 결과다.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지난 9회에서는 도현의 옷을 입은 세기도 등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격들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스타일링이 아닌 지성의 연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그의 연기력은 시청자들을 설득시킨다.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배우의 연기력인 것이다.

글. 임수연
자문. 헤어: 현진, 조아름(정샘물 인스피레이션) / 메이크업: 은경, 이도영(정샘물 인스피레이션) / 의상: 윤슬기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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