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한국의 마블을 꿈꾸다

2015.02.09
레진코믹스는 tvN [일리 있는 사랑]의 스페셜 웹툰을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 1월 30일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 엔터테인먼트가 tvN과 함께 콘텐츠 및 웹툰 서비스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레진코믹스는 tvN이 이용을 허락한 콘텐츠의 웹툰 제작 우선 검토권과 라이선스 활용권을 갖게 되고, 그들이 선별한 웹툰의 영상 제작 우선 검토권을 tvN에게 제공한다. 이번 계약으로 tvN [SNL KOREA]가 갖고 있는 포맷을 형식으로 삼아 [마음의 소리]처럼 장기연재하는 웹툰이 나올 수 있고, 레진코믹스의 [먹는 존재]에서 착안한 tvN 음식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언어로 변환하는 OSMU(One Source Multi Using)에 그치지 않고, 트랜스미디어 전략(여러 개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하나’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펼치고 있다.” 레진 엔터테인먼트의 김창민 본부장의 말은 그들의 비전이 그저 원전의 보고(寶庫)로 우뚝 서는 것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전에도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나 tvN [일리 있는 사랑]의 기획 초기 단계부터 함께 하면서 “본편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는” 웹툰을 제작했다. 작품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 즉 CJ E&M은 영상을 만들고 레진 엔터테인먼트는 웹툰을 제작하는 것이다. 영상물에는 시간적 제약이 있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는데다가, 제작비 문제 혹은 영상 언어의 법칙상 생략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신 웹툰은 창작 환경에 대한 제약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상상력의 결과물을 콘텐츠로 옮기기 수월하다. 웹툰 혹은 영상이라는 형식을 택해야만 하는 이유에 답을 내린 후 동시에 프로젝트를 진행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마블 코믹스에서 시작된 세계관이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변형되고 [어벤저스]는 다시 게임이나 그래픽노블의 스토리에 영향을 준다. 각각의 매체만으로도 소비될 수 있지만 둘 다 소비했을 때에는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넓은 타깃 층을 공략하게 위해 [어벤저스]만 소비해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지만, 모든 플랫폼의 콘텐츠를 섭렵하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 포인트도 심어놓는다. 대중과 마니아 양쪽을 모두 공략하는 모험은 성공할 경우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다. “미국의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롤모델로 삼은” 레진 엔터테인먼트가 각각의 매체에 적합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지향하는 이유다. 그들은 CJ E&M과의 제휴를 통해 영화계로, 엔씨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해 게임계로 진출했고, 앞으로 tvN과의 MOU를 통해 방송계까지 사업을 확장할 전망이다.

레진 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다음이 양분하던 웹툰 시장에서 살아남은, 1500만 원의 자본으로 업계 3위까지 성장한 벤처 기업이다. 초창기 그들은 대중성이 없는 대신 분명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작가들을 발굴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했고, 완성도 높은 만화를 유료로 먼저 서비스한다는 전략으로 이익을 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자본으로 사업 확장을 위한 인프라를 직접 만들어낼 수는 없고, 그들은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매개로 다른 기업의 플랫폼과 공생하는 것을 선택했다. 레진 엔터테인먼트가 한국의 마블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섣불리 단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들이 던진 두 번째 수가 가져올 결과는, 다른 스타트업 기업의 참고 사례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글.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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