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차승원, 앞치마를 두른 완벽주의자

2015.02.09

“(오늘이) 연예계 생활 20년 중에 손꼽아 힘든 게 아니라 제일 힘들어, 정점이야.” MBC [무한도전]의 ‘극한 알바’에서 강제로 알바 취업을 하게 된 날, 차승원의 얼굴은 석탄 가루로 검게 변해 있었다. 큰 키는 낮은 천장으로 더욱 쭈그러졌다. 공교롭게도 홍콩에서 중국 배우 공리와 파티를 즐긴 다음 날이었다. 41세에 로맨틱 코미디 MBC [최고의 사랑]을 찍었고, KBS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나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처럼 액션까지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 하지만 몇 해 전 [무한도전], 그리고 다시 ‘극한 알바’에서의 [무한도전]처럼 석탄 가루를 묻힌 채 죽도록 일하는 것도 어울리는 남자. 지금 차승원이라는 사람은, 이 두 가지 모습의 합이다. 그는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모델다운 멋진 모습으로 식사를 했지만, 추성훈의 딸 사랑이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엘사’ 인형을 선물하며 능숙하게 인형 집을 함께 조립한다. 그리고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는 위아래를 올 블랙으로 맞춰 입기만 해도 눈에 확 띄는 ‘간지’로 ‘차줌마’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잔소리를 하며 조물조물 톳나물을 무쳐낸다.

연예인으로서 늘 정극인 듯 희극인 듯한 줄타기는 그의 삶의 방식이었다. 애초에 모델에서 토크쇼의 보조 MC(SBS [세이세이세이], [김혜수 플러스 유])로 이름을 알렸고, 그때의 경력을 바탕 삼아 [해가 서쪽으로 뜬다면]과 [자귀모] 등 영화계에 진출했다. “(영화판에서는) 그 당시 이슈가 될 만한 남자들을 끌어다가 잘못된 용도로 쓰고는, 얘는 별로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중의 하나였다”([씨네21])고 스스로 말할 만큼 외모만 주목받는 시선을 깬 것 역시 [신라의 달밤], [라이타를 켜라],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등 코믹 연기를 선보이면서였다. “멋있는 남자는 값어치가 있는 남자”([아레나 옴므])라는 말처럼, 그는 언제나 자신의 값어치를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필요하다면 타고난 외모를 일정 부분 망가뜨렸고, [귀신이 산다] 이후 코미디 연기가 비슷하다는 반응이 많아지자 [혈의 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시크릿], [포화 속으로] 등 긴장감 넘치는 인물을 연기하며 캐릭터의 지평을 넓혔다. 코미디와 누아르를 모두 오갈 수 있는 것은 연기의 폭이 다양하기 이전에, 그 모두가 자신의 현실에서 값어치를 찾아내려는 노력이었다.


“키가 170cm가 좀 넘으면 살을 찌우거나 빼는 것으로 리얼리즘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내 키엔 불가능하다”([보그])고 말할 만큼 자신에 대해 잘 아는 현실주의자. 그래서 그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대본을 외울 때는 모든 대사가 어느 장, 어느 위치에 있는지까지도 암기해버렸고, 데뷔 20년째인 지금도 하루에 1시간 이상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한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라야 만나고 일할 이유가 있다”([보그])고 말할 만큼 냉정하기도 하다. 지나치게 갑갑한 삶이라고 할 수도, 날카로워 보인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어린 나이에 아내와 아들을 가졌고, IMF로 모델 일이 줄면서 반지하 단칸방에 살았다. 그래서 “좋은 일, 좋은 작품을 해서 아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얘기를 듣게 해주는 것”을 위해 노력하고, “나와 오랜 기간 함께한 사람한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보그])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그가 [무한도전]의 ‘극한 알바’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것도 친한 사이인 출연자의 권유 때문이기도 했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시작 자체가 “유해진, 장근석과 함께 하루를 보내며 한 끼 한 끼 해 먹는 재미가 좋아 보여서”라는 이유였다. 현실에서 버텨내려면 완벽에 가까운 자기 관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의 철저함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하기 위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무한도전]에서 “잔소리 들을 짓을 안 하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성격이지만, 그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앞치마를 둘러매고 고무장갑을 낀다.

[최고의 사랑]의 까칠하지만 자기 사람은 챙기는 톱스타 독고진, 후임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지만 은근히 챙기는 SBS [너희들은 포위 됐다]의 서판석 형사 등 최근 차승원의 작품들은 그의 인생이 축적된 결과물처럼 보인다. 설령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게 전부인 사람. 또는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는 사람을 챙기는 것. 그래서 화제가 된 그의 가정사나 무혐의 처리된 그의 아들 문제에서 보인 그의 책임감 있는 태도는 자연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얼굴에 긴장감이 배어 있을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남자가 자신의 팔뚝에는 딸의 세례명을 세기고, 직접 운전해 딸을 등교시킨다. 그런 사람에게 행복은 지금보다 더 톱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하루 세끼 밥을 해 먹이기 위해 종일 일하고, 고단할 때마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기운을 얻는 것 아닐까. 어느 날은 공리와 파티를 하는 셀러브리티일 수도 있고, 어느 날은 총을 든 액션 스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탄광에서 고생을 하는 예능인일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옆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고 시원한 콜라 한 잔에 눈가가 촉촉해지고 검은 먼지로 범벅된 얼굴로 함께 알사탕을 먹을 친구가 있다. 그리고, 차승원은 ‘극한 알바’에서 일을 끝낸 후 이렇게 말했다. “행복이 별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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