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페리가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선 이유

2015.02.03

작년 8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재미있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가 2015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출연할 아티스트 후보군으로 케이티 페리, 리한나, 콜드플레이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화제가 된 것은 NFL이 아티스트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사를 물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프타임 쇼’ 이후 투어 수익에서 일정 지분을 보장 받는 방식이었던 모양이다. 출연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내고 무대에 서라고? 아티스트들이 당연히 거절했다는 풍문만 남았고, NFL은 이런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정했다. 최종적으로 케이티 페리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지만, 그가 향후의 공연 수익을 NFL과 나눈다는 말은 없다. 하지만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생기는 의문. ‘슈퍼볼 하프타임 쇼’가 대체 뭐길래?

슈퍼볼은 NFL의 결승전으로, 이 경기가 열리는 ‘슈퍼볼 선데이’는 미국에서 ‘사실상의’ 국경일이다. 미국에서만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TV를 통해 경기를 본다. ‘하프타임 쇼’는 말 그대로 경기 중간에 펼쳐지는 공연이다. 그것도 현장에 모인 수만 명의 관중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수 억 명이 라이브로 보는 공연이다. 최근 이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는 마돈나, 비욘세, 그리고 브루노 마스다. 작년 브루노 마스의 ‘하프타임 쇼’는 실제 경기보다 약간이나마 시청률이 높았고, 다음 주 앨범 판매량은 2배로 뛰었다. 비욘세가 쇼 직후 자신의 투어 계획을 발표하고, 브루노 마스가 월요일이 되자마자 공연 티켓을 팔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이쯤되면, 애초에 별도의 출연료가 없던 것을 넘어 돈을 받자는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중요한 순간의 주인공이 케이티 페리다. 테일러 스위프트, 레이다 가가, 마일리 사이러스가 아니라 케이티 페리다. 물론 케이티 페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성공한 뮤지션이다. 2010년 앨범 [Teenage Dream]은 빌보드 1위 싱글 5개를 남겼다. 이 기록은 여성 아티스트 중 최초이고, 마이클 잭슨의 [Bad] 이후 두 번째다. 2013년의 [Prism]도 2곡의 넘버원 히트곡과 함께, 당시 치열했던 여성 팝스타 경쟁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케이티 페리인지, 그리고 그녀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묻는 것은 의미 있다. 브루노 마스라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브루노 마스는 표면적으로 ‘하프타임 쇼’에 동시대의 스타를 세워 젊은 시청자 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의 결과다. 하지만 그 안에는 좀 더 복잡한 고민이 담긴다. 슈퍼볼은 하프타임 동안 다른 방송에 시청자를 뺏겨서는 안 된다. 막대한 광고료를 지불한 회사들이 실망할 테니까. 그러나 2010년대는 온 가족이 모인 ‘슈퍼볼 선데이’에 경기가 멈춘 순간 채널을 고정하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스타는 나타나기 어려운 시대다.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마돈나 같은 아티스트가 흔하지 않다는 말이다. 동시에 저스틴 팀버레이크처럼 노출 사고 같은 쓸데없는 일은 없어야 한다. 브루노 마스는 쉽게 떠오르는 안전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여성 아티스트로 선택의 폭을 넓히는 수순이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아티스트는 배제된다. 레이디 가가와 마일리 사이러스는 곤란하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의 연애 파동으로 제약이 생겼다. (펩시가 ‘하프타임 쇼’의 스폰서고, 그는 다이어트 코크 모델이라는 점도 있다.) 케이티 페리는 건강하고 자주적인 여성 롤모델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를 모르는 부모 세대는 있어도 굳이 나쁘게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음악적으로 단조롭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중적 선택에서 큰 약점은 아니다. 가능한 선택지 중 최선이다. 


게다가 케이티 페리의 [Prism] 앨범 투어는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하프타임 쇼’에 공연 일부를 그대로 옮겨와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하고, 케이티페리는 여기에 영리하게 부응했다. 오프닝에서 초대형 호랑이 모형을 타고 들어와 스케일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키는가 하면 레니 크레비츠와 미시 엘리엇 등 록과 힙합의 레전드와 함께 하며 장르적 폭을 보여줬으며, 누구나 알 법한 히트곡  ‘firework’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누구나 쉽게 공연에 빠져들게 했다. 여기에 카리스마적인 모습부터 발랄한 여성, 로커, 래퍼 등의 캐릭터를 선보이며 자신의 다양한 매력을 어필했다. 미국에 있는 모든 연령대와 모든 인종의 사람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물론 브루노 마스가 비슷한 연령의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차별화되는 상업적 위력을 갖게 된 것이 오로지 ‘하프타임 쇼’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케이티 페리는 이미 1993년 마이클 잭슨 이후 슈퍼볼에 걸맞는 대형 아티스트들의 계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비욘세 이후 ‘여왕’이 누구냐는 질문에 누구도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몇 년이 흘렀다. 케이티 페리가 답을 낼 수 있을까? 그의 다음 앨범과 투어를 주목할 때가 되었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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