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이 사는 세상│① 아역 말고 스타 되기

2015.01.13

김유정은 최근 SBS [인기가요] MC는 물론,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제공. KBS)

16살 김유정은 최근 SBS [인기가요] MC를 맡으며 에이핑크의 ‘Mr. chu’를 불렀고, 지난해 시상식에서 에픽하이 ‘헤픈엔딩’의 피처링을 했다. MBC [음악중심]을 진행하고 있는 동갑내기 김소현도 시상식에서 걸 그룹의 무대를 소화했다. KBS [하이스쿨 러브온]에서 멜로 연기를 한 15살 김새론과 김유정, 김소현의 일상 사진은 물론 이들이 시상식 때 입은 시스루 드레스는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과거라면 ‘아역’이라는 분류 안에서 단지 나이 어린 배우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박보영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어린아이처럼 보였던 18살 여진구에게 제35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멜로 상대역을 제안하는 것에 사람들이 호응을 보낸다. 청소년 배우들은 인기를 얻으면 작품 밖에서도 관심을 받는 셀러브리티, 또는 아이돌 같은 위치에 선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해외 판권 판매에 유리한 아이돌이 청소년 배우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상파 연기 신인상의 90%도 임시완과 박형식, 한선화 등 아이돌이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 활동에 주력하는 청소년 배우들은 자신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창구가 마땅치 않다. 누군가의 자식이나 아역이 아니면 청소년 배우들에게 오는 역할은 드물고 미니시리즈의 어린 캐릭터는 점점 아이돌이 도맡고 있다. 반면 음악 방송 MC부터 예능, SNS 등 청소년 배우들이 그 나이대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청소년 배우들의 활동 방식이 다양해지고, 부분적으로 아이돌처럼 소비되기도 하는 이유다. 한 중학생 여배우의 매니저는 “예전이라면 배우는 영화만 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 어린 배우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게 익숙한 세대인 것처럼 시대가 바뀌었다. 배우에게 밝은 소녀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음악 방송 MC를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김유정의 매니저도 “[인기가요] MC는 그 나이 또래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거라 장르와 상관없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진구와 김소현은 지난 2012년 MBC [보고싶다]에서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멜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제공. MBC)

어릴 때의 이미지가 강한 청소년 배우들에게 성인 연기자로의 변화는 여전히 부담이다. 하지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배우들이 커가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는 것은 팬들에게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김새론의 소속사 판타지오의 한 관계자 말처럼 “작품만 할 때보다 더 자주 배우들이 커가는 모습이 비춰지고 자연스럽게 팬들이 배우를 키운다는 정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아이돌 팬덤과 유사”한 것이다. 실제 김유정은 MBC [해를 품은 달] 이후 QTV [I'm Real 김유정 in LA]를 찍고 런웨이에 올랐으며 KBS [해피투게더 3]에 출연해 당차고 털털한 매력을 보여주며 팬층을 키우고 있다. 연기할 역할은 적고, 경쟁자는 많아지는 상황에서 청소년 배우들의 매니지먼트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청소년 배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얻게 된 셈이다.

그러나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의 말대로, “배우는 특정 취향의 타깃을 상대로 전략을 짜기 어렵고 아이돌처럼 폭발적으로 팬덤을 다지는 방법이 애매한” 게 현실이다. 몇 개 회사를 제외하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어떻게 배우 커리어라는 큰 틀로 연결시킬지 해답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예능과 광고 출연을 계획하고 있는 여학생 배우의 매니저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도전”할 생각이지만 “배우 인생의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기 외에 다른 활동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소속사도 “연기력은 물론 인지도나 영향력 모두 갖추는 게 숙제”임을 알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역할을 기다리는 것” 정도다. 이는 최근 초, 중학생 배우들이 학업과 배우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는 대형 배우 매니지먼트도 이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는 하고 있지만, 그 변화에 맞는 해답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전략은 쉽게 나올 수 없다. 청소년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을 맡은 김유정처럼 어린 배우가 업계에서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극소수다. 그 사이 아이돌은 SBS [괜찮아, 사랑이야]와 영화 [카트]에 출연한 그룹 EXO의 디오처럼 가수와 배우 양쪽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기도 한다. 또한 배우를 평생의 진로로 삼기 위해 일찍 대형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은 어린이 배우들의 부모는 “성인 연기자로도 성공할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을 원한다.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고, 연기력뿐 아니라 작품의 흥행을 확보할 만한 인지도가 어린 배우에게도 요구되며, 회사의 전략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는 상황. 이런 변화 속에서 배우 매니지먼트는 과연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언제 답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 순간에도 시장은 쉴 새 없이 변하고 있다.

글. 한여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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