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KIA 타이거즈 프런트의 일독을 권합니다

2014.10.24

0.389 - 0.469 - 0.571 - 0.619. 프로야구 넥 히어로즈의 최근 네 시즌 동안 승률 변화다. 3할대 승률이라는 건 심하게 말해서 리그의 질을 떨어뜨리는 팀이고, 6할대면 리그를 지배하는 팀이다. 히어로즈가 천덕꾸러기에서 지배자로(삼성 라이온즈는 논외로 하자. 그 팀은 몇 년째 다른 레벨에 있다) 환골탈태하는 데 불과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 리그는 “30홈런 타자보다 40도루 주자가 더 값질 수도 있다”와 같은 해괴한 말이 잠언처럼 통하는 동네다. 타자의 파워에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붙이는 리그다. 가격이 왜곡되면 명민한 트레이더가 활약할 공간이 열린다. 히어로즈의 대표인 이장석은 저평가된 파워를 집요하게 수집했다. 이 팀이 트레이드로 데려온 타자는 하나같이 파워는 탁월하지만 정교함이든 발이든 물음표가 붙었던 선수다. 원 소속팀은 ‘힘만 좋은 공갈포’를 헐값에 내주었다. 반면 히어로즈는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도 파워히터만큼은 철저히 지켜냈다. 그 결과? 2014년 히어로즈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뽑아낸 팀이다.

이장석 대표의 별명이 ‘빌리 장석’이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은 가격 왜곡을 파고드는 전략의 원조다. 그는 낮은 가격표가 붙어 있던 타자의 출루 능력과 투수의 제구력을 쓸어 담아 팀을 만들었다. 출루율은 타율보다 점수를 내는데 더 유용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타율보다 싸게 살 수 있었다. 애슬레틱스는 부자 팀들이 쓰는 연봉의 1/3로 연달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논픽션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은 빌리 빈 신화를, 어느 정도 과장과 왜곡을 섞어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흔히 오해되지만, 빌리 빈의 혁신은 그저 출루율의 가치를 발견한 게 아니다. 핵심은 ‘시장에서 저평가되는 가치’를 잡아내는 것이다. 그게 출루율이든 수비력이든 리더십이든 뭐든. 리그의 생태계는 늘 역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빈이 철저히 무시했던 도루능력이 가치 대비 저렴해지는 순간도 얼마든지 올 수 있다. 그러면 빈은 기꺼이 60도루 쌕쌕이를 수집할 테고. 근본적으로 이 책은 업계의 통념으로 저평가된 가치를 이성과 과학으로 발굴해 시세차익을 올리는 이야기다. 야구를 다룬 책에 엉뚱하게도 월스트리트가 열광했다는 이유다.

여러 팀이 빌리 빈의 혁신을 순식간에 모방했다. 출루율의 가격은 더 이상 싸지 않다. 추신수의 어마어마한 몸값이 확실한 증거다. 제대로 된 시장은 이렇게 작동한다. 혁신을 독점하는 기간은 아주 짧고, 경쟁압력은 혁신을 리그 전체로 퍼뜨린다. 이장석은 빌리 빈보다 운이 좋다. 회장님의 호사스러운 취미생활인 이 리그에서는 통념이 혁신을 뭉갠다. 통념의 대변자는 여전히 다수파다(흥미롭게도 소수파는 모두 리그 테이블 위쪽에 있다). 그 대표주자라 할 만한 어느 팀 감독은 두 시즌 연속 8위를 하고도 2년 재계약을 받아 리그의 문화를 생생히 증언했다. 아무래도 몇 시즌은 소수파들의 승승장구를 더 보아야 할 모양이다.

천관율
<시사IN> 기자. 6년째 정치 기사를 쓰고 있다. 경제팀에 보내자니 산수가 안 되고, 국제팀을 시키려니 영어가 젬병이고, 문화면을 맡기에는 감수성이 메말랐고, 사건기자를 만들기엔 치명적으로 게으르다고 조직이 판단했다. 내막 모르는 어른들은 인정받아서 오래 있는 줄 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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