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가장 보통의 학교와 가장 특별한 학생의 발견

2014.10.22

뉴스 속의 학교는 폭력의 온상이거나 대학 입시를 위해 죽음의 서바이벌을 거치는 감옥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학교는 실제 있었더라면 흥미로웠을 상상력의 결과물로 채워진다. 어른들이 만들고 보는 학교란 그렇게 이미 학교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각자의 거름망을 거친 후 특정 부분을 확대해서 바라본 것이다. 어른들은 이것을 보며 요즘 교실의 모습을 상상하거나,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던 일들도 마치 직접 겪었던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영화 <써니>에 나오는 칠공주의 패싸움을 겪지 못했다. <비트>처럼 17:1로 싸우며 동네를 주름잡은 경험도 없다. 불치병에 걸린 이성 친구와 눈물의 이별을 해본 일은 더더욱 없다.

대신 이런 일들은 해봤다.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처럼 ‘컵라면 파티’를 벌이거나 후미진 곳에서 조용히 자장면을 먹는 것.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는 연예인들이 실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지만, 그들을 위해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들은 학생처럼 시험을 치르고,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가고, 수업시간에 몰래 과자를 나눠 먹고, 늦은 시간까지 야자도 함께 한다. 제작진이 학교에 억지로 어떤 사건을 개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평소처럼 일상이 흘러가게 놔두면서, 너무 당연해서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학교의 소소한 일들이 담기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 소소한 학창 시절이 왜 특수성을 갖는지 비로소 조명된다.

학교는 거대한 집단이 통제된 시스템 안에서 공통된 경험을 하는 곳이고, 동시에 학생들은 이런 경험들을 ‘처음’ 하는 것이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매일 똑같은 시간에 등교를 하며 종종 비합리적인 규율을 지켜야 하는 시스템은 옳을 수도, 부당할 수도, 최선일 수도, 최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처음 겪는 일이 많을 나이에 남녀를 떼어놓다 보니, 남자와 여자가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호들갑 떨 사건이 될 수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교내 방송의 특별 게스트로 나선 허지웅의 연애 상담이 끝난 후, 사연의 주인공인 남녀 학생이 계단 앞에서 대화를 나누자 반 친구들이 난리가 난다. 자신을 반장으로 뽑아달라며 어설프게 랩을 하는 학생이 예능적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은, 원래 학교가 소소한 것으로도 폭소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곳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처음인 학생들은 상처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해 미숙하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과 공존하기에 보다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평범한 학교의 일상을 쫓아가면서 오직 그때만이 가능한 감정의 격한 진폭을 담아낸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남주혁과 강남은 인천외고에서 5일 동안 수업을 받은 것은 물론 기숙사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들이 떠나기 전 마지막 밤, 이미 곯아떨어진 두 사람을 보며 학생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나 안경 좀 줘봐. (형들) 얼굴 조금만 더 보게”, “안녕히 주무세요. 저희 꼭 잊지 마세요”, “진짜 나가고 나면 우리 잊을까?”, “원래 사람은 잊으면서 살아야 돼.” 불과 5일이었지만, 아이들은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상실감,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는 인생에 대해 배우게 된다. 예능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교생들을 떠나보내며 얼굴이 벌게지도록 울었던 경험이 있다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출연자들이 떠날 때 아이들이 왜 그렇게 눈물을 흘렸는지 이해할 수밖에 없다. 짜인 스케줄에 따라 흘러가던 일상에 변수를 줄 사건이 발생하면, 더 크게 받아들이고 마음도 쉽게 준다. 그것이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이자, 그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학생의 중요한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증명한 것은, 공간 해석에 관한 방법론이다. 어떤 장소, 어떤 시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은 울퉁불퉁 돌출된 곳이 아니라 주변을 이루는 평지에서 발견된다는 것. 뉴스거리가 되는 성적 비관이나 교권 하락이 아니라 공기처럼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증명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유별나게 보이는 사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거쳐왔던 경험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의 공명(共鳴)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 있다. 그리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가장 평범한 학교의 모습으로 가장 특별한 시절을 TV에 담아냈다.

사진제공. JTBC│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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