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에네스 카야가 부러지지 않고 사는 법

2014.10.20

에네스 카야는 JTBC <비정상회담>의 뜨거운 감자다. 아내가 아이를 낳는 순간에 같이 있겠냐는 물음에 “남자가 왜 굳이!”라 말하고, 부모님의 허락 없는 결혼을 반대하며, 자신의 아들이 게이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비정상회담>에서 가장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줄리안과 늘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이유다. 그러나, 에네스는 tvN <택시>에서 줄리안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84년생 쥐띠”라고 소개하고, “내가 보수적인 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남자. 그래서 별명도 ‘터키 유생’. 하지만 자신과 정반대에 가까운 사람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고,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악플도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다”라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보수주의자.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 그는 “썸이 남녀 관계를 가볍게 한다”며 도대체 ‘썸’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던지고, SNS 전문가 김종윤과 썸에 대한 설전을 벌이며 썸의 정의와 필요성에 대한 논의까지 나오게 만든다. 그는 <비정상회담>에서 고민을 들고 온 게스트들에게 늘 ‘비정상’ 버튼을 누를 만큼 주관이 뚜렷하지만,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의 말을 막는 대신 뜨거운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에네스가 강하게 주장하는 동시에 상대의 반박을 수용하면서, <비정상회담>은 그를 축 삼아 활발한 토론을 할 수 있다.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 ‘썸’에 대한 언쟁 이후 박지윤이 “나 말 잘하는 남자의 매력을 처음 느껴봐”라고 말한 것은 그가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해서가 아니라 나와 다른 것에 대해 뜨겁게 이야기하는 자세 때문이었다.

“형, 세금 왜 내는 줄 알아? 그 일을 해결해달라고 내는 거 아냐. 월급 받고 일하는 양반들(경찰) 놔두고 왜 자꾸 형이 설치는데.” 영화 <초능력자>에서 에네스는 규남(고수)과 함께 생활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연기했다. 그는 규남보다 오히려 한국의 실리에 밝고, 동생이지만 형보다 더 논리적이다. 이것은 영화 속 캐릭터일 뿐만 아니라 <초능력자>의 김민석 감독이 “연기를 하지 말고 원래 모습대로 하라”고 말한 에네스의 모습이기도 하다. 터키에서 자라 보수적인 사고방식의 영향을 받았고, <택시>에서 그의 형이 말한 대로 “어릴 때부터 곧은 아이”였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오랜 생활은 생각도 문화도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알게 했다. 그가 NGO <조인어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은 남들을 잘 못 받아들인다. 더 넓게 보고 서로 이해하고 존경해주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완고한 보수주의자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알고, 그만큼 논리적인 설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에네스의 보수적인 부분이 가족 문제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는 평소 냉정하게 토론하지만 부인의 출산을 보겠느냐는 질문에 “부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을 토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김구라가 아들에게 무조건 잘해주려고만 하는 것에 대해 “보통 가정교육이라고 하면 ‘엄마’ 교육이 아니라 ‘가정’ 교육이에요”라고도 말했다. 터키에서 자라 한국에 온 이 ‘터키 유생’은 가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했다. 서른 살에 이미 아버지가 된 그에게 가족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일까. 이제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된 지금은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확고해졌다. 그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은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자, 그가 터키와 한국에서 살며 만들어온 삶의 방식이다. 그만큼 그의 생각은 확고하지만, 그는 그것을 강요하기보다 설득하기 위해 대화한다.

그가 혼전 동거 반대처럼 누군가는 불편해할 주장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는 <비정상회담>에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아들과 아버지의 상황극에서 “네가 좋아하는 일들을 적어 와서 이야기하자. 이런 상황에서는 사랑과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과 때론 토론을, 언쟁을, 싸움을 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그때 공존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서로 다른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타인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자세일 것이다. 에네스는 한국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행인을 붙잡고 말을 걸었다. 그가 한국에서 가장 처음 한 일이었다. 곧기만 할 것 같은 이 남자가 부러지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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