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 3> 남휘종 “‘숲들숲들’은 나도 보면서 웃었다”

2014.10.22
우리 ‘숲들갓’이 달라졌어요.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이하 <더 지니어스 3>)에 소제목을 단다면 이렇게 쓸 수 있지 않을까. <더 지니어스: 룰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2>) 1회부터 “숲-들-숲-들”, “얻다 대고 화를 내시는 거예요?” 등 다소 거만해 보이는 태도와 함께 광속 탈락했던 수학강사 남휘종이 다시 돌아왔다. 시작부터 눈을 내리깐 채 조용히 게임에 집중하는 그는 건방진 사자보단 한 마리의 순한 양 같았고, 다행히도 3회가 종료된 현재까지 무사히 살아남았다. 여러모로 지난 시즌과는 달라진 상황. 그래서 <더 지니어스 3>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는 남휘종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더 지니어스>는 놀이터에서 노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웃는 그는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발톱을 드러낼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이번 시즌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남휘종
: <더 지니어스 2>는 나가기 전부터 기대를 굉장히 많이 했었다. 운동이랑 식이조절을 하면서 살도 많이 뺐을 정도로. 그런데 이건 뭐, 발만 잠깐 붙이고 끝났던 거지. 탈락하고 ‘뭘 위해서 난 이렇게 못 먹었나’ 하는 생각에 정신줄을 놓고 막 먹다가 12kg이 쪘다. <더 지니어스>에 정말 정말 다시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제작진 쪽에서 전화가 왔다. 처음엔 응원 메시지 촬영 때문인 줄 알고 “당연히 해드려야죠.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그게 아니고 출연…”이라고 하시더라. 바로 “네! 해야죠! 하겠습니다!” 이랬다. 다만 이번엔 ‘에이, 시즌 2 결승전에도 망가진 몸으로 나갔던 거, 하고 싶은 대로 하자’라고 마음을 먹었더니 살은 덜 빠졌다.

어쩐지 ‘돌아온 탕아’ 같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휘종
: 그렇더라. 시즌 2 때와는 반응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사인 요청을 받을 때 가장 크게 느낀다. 지난 시즌엔 사인해달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랬다간 “얻다 대고 사인해달라고 하는 거야?” 이럴 수도 있으니까. (웃음) 이번 시즌에선 보시는 분들이 나를 좀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지난번엔 가족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분이 사인 요청을 하셨다. 사인도 딱히 없고, 어떤 문구를 써야 될지도 모르겠더라.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 이런 것도 좀 그렇고 ‘숲들숲들 뭐 이런 걸 써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 이제는 ‘<더 지니어스 3> 재미있게 봐주세요’라고 쓴다.

귀엽게 봐주는 사람들도 많아지지 않았나.
남휘종
: 그건 역설적인 거다. 내가 만약 여자 아이돌이거나, (오)현민이처럼 어리고 잘생겼다면 그런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이도 많고 이렇게 수염도 기르지 않았나. 거칠어 보이는 외몬데 외로 허술한 모습을 보이니까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다. “아유, 쟤 너무 귀여워” 이런 거랑은 거리가 있는 귀여움이다. 그래서 ‘아, 의외성이란 점에선 귀엽다고 볼 수도 있겠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첫 회를 보니 상당히 유순해졌던데, 몸을 사리고 있는 건가.
남휘종
: 출연 전까진 원래 하던 대로 해야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니 무섭더라.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1회 데스매치에서 (권)주리가 지목을 당했을 때 난… 좋았다. (웃음) 아, 난 살았구나. 다음 회에도 진출하는 거구나. 2회에선 처음으로 생명의 징표를 받았는데, 촬영해주시는 분들한테 나 보라고, 이거 달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한 번 탈락해본 만큼 확실히 생존에 대한 애착이 남들보다 더 깊은 것 같다. 그리고 시즌 2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으로 나오니까 부모님께서도 엄청 좋아하신다. 지난번엔 결과를 보고 좀 충격받으셨거든. 심지어 주변에 ‘우리 아들 나온다’고 얘기도 다 해놓으셨는데 첫 회에서 떨어져 버렸으니.


본인한텐 어느 정도의 충격이었을까.
남휘종
: 찍으러 가면서 탈락할 거란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다. ‘설마 내가? 에이~ 누구를 떨어뜨릴까?’ 이런 쪽이었다. 방송 전까진 내가 게임을 못했다는 것도, 다른 사람들한테 비호감을 살 만큼 강한 언행을 보여줬다는 것도 몰랐다. 미화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와중에 사자를 뽑아서 약간 흥분했겠구나 정도? 그런데 방송을 보고 나니 다 알겠더라. 영상에 담긴 거니까 그게 정확한 내 모습이지 않나. 그 표정과 말, 뉘앙스 전부. 내가 임윤선 변호사님이라도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뭐였나.
남휘종
: “얻다 대고”. 그걸 통해서 내 평소 태도를 많이 돌이켜봤다. 학생들을 만날 때도, 연구실에서 조교들과 일을 할 때도 내가 위에 있다고 생각해왔던 거지. 그래서 변호사님 앞에서도 단지 내가 사자를 뽑았다는 이유만으로 진짜 사자가 쥐의 목숨을 쥐고 있는 양 “얻다 대고” 이런 말이 나온 거다. 게임에 몰입한 거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명히 내 원래 태도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덕분에 시즌 2 출연 이후 일상 자체도 많이 달라졌다. 옛날 같으면 조교가 실수했을 때 미쳤냐, 왜 이렇게밖에 못하냐, 하면서 바로 버럭 했을 텐데 이젠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고마운 기회지. <더 지니어스 2>가 아니었다면 평생 그렇게 살았을 거 아닌가. 대신 나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껴야 했지만.

주로 혼자 일을 하는 학원 강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타인과의 관계 조정엔 서툴 수도 있겠다.
남휘종
: 강사는 있는 대로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하는 직업이다. 특히 내 상대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걔들은 항상 모든 것을 불안해한다. 그래서 수학문제를 풀 때도 ‘이게 정답이다’보다는 ‘내가 연구를 많이 했는데 이게 제일 좋다. 이렇게 풀면 너희는 무조건 맞을 수 있을 거야’라고 하는 게 그들 입장에서도 믿고 가기 좋다. 그렇게 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몸에 배었고, <더 지니어스 2>에서 그게 드러난 것 같다. 이걸 아예 고치는 것보단, 상황에 따라 정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의외로 비판이나 놀림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나 보다. 페이스북에 ‘숲들숲들’ 그림 같은 걸 퍼가기도 했더라. (웃음)
남휘종
: 나는 일반인이지만 학원 강사고, 인터넷 강사다. 리플로 좋지 않은 반응들을 받은 적도 많다. 당연히 처음엔 일희일비하게 되지만, 몇 년 동안 그런 일을 겪으면서 화내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물론 <더 지니어스 2> 때는 공포심도 좀 느꼈다. 학생들은 강의에 대한 불만을 써도 내가 선생님이기 때문에 정도를 지키는데, 네티즌들은 그런 게 없더라. 평소 즐겨 가던 커뮤니티에 내 이름이 계속 올라오는데 다 욕이었다. 처음엔 ‘멘붕’이 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끝까지 화를 내는 게 더 바보 같은 반응일 것 같았다. 게다가 <더 지니어스 2> 속 나를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나조차도 웃기더라. 쟤는 뭔데 저렇게 까불다가 불쌍하게 떨어지나 싶고. 나도 나를 조롱하는 걸 보면서 웃었다.

수학은 언제부터 잘했던 건가. 과학고와 카이스트에 들어갈 정도면 웬만큼 열심히 해선 안 됐을 텐데.
남휘종
: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나 스스로 감히 노력형이라고 얘기할 순 없다.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수학을 가르쳐주신 덕분인 것 같다. 어머니가 수학선생님이셨거든. 집에 가면 싫고 좋고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당연히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잘한다는 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 더 잘해야만 했고, 과학고에선 수학경시반 친구들과 있으면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또 경쟁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학창시절이 끝났다. 대학생 때도 다양한 전공 중에서 뭘 고르는 게 아니라 ‘당연히 수학과를 가야 하는 거 아냐?’ 그런 거였다. 부전공으로 전산학을 했는데, 그때 잠깐 처음으로 일탈한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 나한테 수학 말고 다른 선택권이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럼 스트레스가 쌓일 때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하나.
남휘종
: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수학만 너무 많이 해야 되기 때문에 놀 때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 완전히 정신을 놓고 즐길 수 있는 게 좋다. 영화도 단순한 코미디가 더 재밌고, 예능도 (장)동민이 형이 분장하고 나오는 것 같은 게 재밌다. 스포츠에선 당구를 좋아하냔 질문도 자주 받는데, 그것보단 농구나 축구 같은 게 더 좋다. 그냥 공을 넣으면 되니까. <더 지니어스>도 내가 시즌 1부터 출연 제안을 받으면서 연이 닿았으니 봤던 거지, 과연 평범한 시청자였다면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절반은 대인관계로 푸는 거라 해도, 나머지 절반은 머리를 써야 하지 않나.

하긴, 메인매치 게임 룰을 파악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다.
남휘종
: 보통 게임 룰 설명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내가 그중 한 명이라고 가정하면서 들으면 빨리 이해할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한 명을 고른 다음, 그 입장에 몰입해서 듣는 거다. 이건 동민이 형이랑 같이 공유하는 팁이다.

장동민과 같이 게임을 하는 건 어떤가.
남휘종: 우연히 형과 계속 연합을 하게 됐는데, 든든한 면이 많다. 일단 대인관계에 관한 문제들을 잘 해결해주기 때문에 나는 머릿속으로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또한 리더십이 강하고, 두뇌 회전도 굉장히 빠르며, 상황 판단과 게임 이해도 빠르다. 게임 경험이 많다는 느낌도 들더라. 2회에서 ‘배심원 게임’을 할 때는 ‘나 이거 정말 많이 했으니까, 나만 믿고 따라오면 이긴다’고 하길래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는데 (웃음) 행동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그래서 동민이 형은 이번 시즌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하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같이 가면 좋겠다 싶지만, 그 전에 이 무서운 사람을 먼저 탈락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가장 신경 쓰이는 사람이자 가장 믿고 있는 사람이다. 정말 지니어스다.


본인은 ‘지니어스’인 것 같나.
남휘종
: 중학교 때는 수학경시대회에서 전국 1등을 해본 적이 있다. 장학금을 받고 인터뷰하고 신문에도 기사가 나는 걸 보면서, 그땐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완전히 깨진 건 서울과학고 입학 후였다. 계속 밟히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들을 겪으면서 난 천재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카이스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학 공부를 하다 보면 너무 기가 막힌 천재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스물한 살에 학위를 딴 인도 학생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음엔 스물네 살에 MIT 수학과 교수가 된 사람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학원 강사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난 천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 지니어스> 게임에서 원하는 건 한쪽에 특화된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뛰어난 천재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천재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 의미의 천재에 가장 가까운 출연자는 누굴까.
남휘종
: 단연코 이종범이다. 드러머 출신인데 만화가고, 그러면서도 만화에 심리학 주제를 녹일 수 있을 정도로 공부도 많이 했다. 게다가 라디오 진행도, 게임도 잘한다. <더 지니어스 3>에서도 종범이의 천재성을 볼 수 있는 장면이 꽤 있다. 1회 인트로에서 “제가 말씀 하나 드리면요”라는 내 말이 나오는데, 그때 출연자들 중 종범이 혼자 팍 웃는다. 짧은 순간이지만 강사로서의 내 말버릇을 캐치한 거다. 그리고 데스매치에 누굴 내보내느냐 하는 논의 도중 내 이야기가 나오자, 종범이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가 있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선도 정확히 알고 있는 거지. 이건 다른 얘기지만 종범이가 키도 크고 몸도 좋아서, 내가 농담 삼아 “넌 얼굴 빼고 다 가졌어”라고 한다. 아이, 솔직히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 않나. (웃음) 아무튼 드라마틱한 천재들을 많이 봤지만, 얘는 희한할 만큼 밸런스가 잘 맞는 것 같다.

살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단시간에 만나는 건 처음이지 않나.
남휘종
: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할 일이다. 내가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게, 공부를 잘해서 강사가 되긴 했지만 내재된 끼도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수학만 좋아하는 카이스트 수학과 학생이었으면 학원 강사를 못했을 수도 있었겠지. 강단에 서야 하는 일이니까. 그런데 <더 지니어스>에서 나와 비슷한 기질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김)정훈이 형은 공부를 잘했지만 노래, 춤, 연기를 다 하고, (최)연승이도 한의사지만 헤어스타일을 보면 끼가 충만하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만 싹싹 모아놨는지, 귀중한 인연을 만난 것 같아 너무 고맙고 좋다.

시즌 2에 함께 출연했던 홍진호도 소중한 인연 아닌가.
남휘종
: 맞다. 요즘엔 많이 못 하지만, 대학생 땐 스타크래프트를 어디 가서 밀리지 않을 정도론 했다. 변화무쌍해서 손이 약간 느려도 잘할 수 있는 저그로. 그때 진호나 (임)요환이 형은 거의 신이었다. 그래서 사실, 시즌 2 결승전 날엔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나한텐 엄청 영광스러운 일인 거다. 지금도 진호랑은 말을 하면서 나 혼자 들뜨고, 요환이 형이 명절이라고 문자를 보내면 ‘우와, 이 형이 나한테 문자를 보냈어!’ 이런 느낌이 좀 있다.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우승과 상금일 거다. (웃음) 혹시 이번 시즌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면, 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남휘종
: 지난 시즌엔 수강생들한테 장학금을 주겠다고 말했는데, 이번엔 민망해서 말을 못 했다. 우승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만약 상금을 받게 되면, 일단 출연자들과 회식을 할 예정이다. 뭘 어떻게 먹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어지간한 건 다 사드리고 싶을 것 같다. 물론 학생들한테 줄 장학금은 딱 잘라놓고. 그런데 지금 고3 학생들이랑은 <더 지니어스 3>에 대해서 아예 말을 안 하고 있다. 수능이 한 달밖에 안 남았거든. 물어봐도 상대 안 해줄 거라고, 수능 끝나면 실컷 이야기하자고 했다. (웃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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