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 혁신하지 않아도 좋잖아

2014.09.24

조직의 새로운 리더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 중 하나는 전임자의 모든 업적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Mnet <슈퍼스타 K 5>의 새 연출자는 첫 회에 이전 시즌들의 ‘악마의 편집’을 디스했고, 생방송 진출자를 결정하는 슈퍼위크에 시청자 평가단을 참여시키는 등 룰을 크게 바꿨다. 또한 첫 회에 참가자 박시환의 출연 분량을 다른 참가자들보다 대폭 늘이면서 연출자의 안목이 드러나도록 했다. 그러나 박시환은 결승에서 심사위원들에게 혹평을 받았고, <슈퍼스타 K 5>는 역대 최악의 시즌이 됐다.

“(목소리가) 죽을 때 죽고 나올 때 나올 줄 안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슈퍼스타 K 6>의 심사위원 김범수가 슈퍼위크에서 벗님들(임도혁, 곽진언, 김필)의 ‘당신만이’에 대해 했던 평은 <슈퍼스타 K 6>에도 적용된다. 이번 시즌의 메인 연출을 맡은 김무현 PD는 <슈퍼스타 K 1>의 조연출로 시작해 지난 시즌까지 참여했다. 모든 시즌을 지켜 본 그는, 이 쇼를 크게 바꾸려 하지 않았다. 3차 예선은 늘 그랬던 것처럼 참가자들의 사연이 부각되고, 호기심을 끌만한 출연자들은 일단 얼굴을 가리거나 예고처럼 쇼 앞부분에 등장시킨다. 슈퍼위크는 시즌 5 이전으로 돌아가 심사위원들만 심사했다. 대신 새로운 연출자는 있었던 것들의 균형을 맞춘다. 3차 예선에서 한 출연자에게 분량을 집중시키지 않았고, 웃음을 위해 실력이 안 되는 출연자들을 부각시키지도 않았다.

전 시즌과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없는 쇼는 밋밋해 보이기 마련이다. 특정 출연자에게 ‘제2의 허각’이나 ‘제2의 존 박’ 같은 타이틀을 붙여 이슈 몰이를 하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슈퍼스타 K 6>의 3차 예선은 출연자들의 평균적인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이전 시즌만큼 화제성은 없었다. 그러나 쇼는 이미 6시즌 째고, 시청자들은 3차 예선에서 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만 보고도 생방송 출연자를 예측할 만큼 <슈퍼스타 K>의 연출 방식에 익숙해졌다. 게다가 어리고, 춤을 잘 추거나, 외모가 빼어난 가수 지망생은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 스타’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6시즌까지 오면서 윤종신이 “이제는 슈퍼위크에 어이없는 팀이 없다”고 할 만큼 출연자들의 전반적인 수준은 올라갔다. <슈퍼스타 K>의 보컬 트레이너였던 장우람처럼 실력은 좋지만 나이가 많은 출연자들에게는 <슈퍼스타 K>가 여전히 매력적이다. 쇼의 방영 전, 제작진은 영화 <명량>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았사옵니다”를 패러디한 티저를 제작했다. 그리고, <슈퍼스타 K 6>는 아직 남아있는 그들의 강점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벗님들의 ‘당신만이’는 공개 후 모든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들은 슈퍼위크의 달라진 룰로 인해 탄생했다. 제작진은 콜라보레이션 미션을 위해 조를 짜주되, 조원들이 어느 정도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자 팀을 둘로 나눠 그들이 대결하도록 지시했다. 승리팀은 모든 팀원이 올라간다. 팀원 중 일부만 합격하던 과거에는 서로 조화하면서도 돋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슈퍼스타 K 2>의 김그림처럼 마치 악역처럼 묘사되는 참가자도 생겼다. 반면 <슈퍼스타 K 6>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어울리는 팀을 만들었고, 좋은 결과물에만 집중한다. 제작진이 ‘당신만이’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당신만이’가 나올 확률을 높인 것은 분명하다. 그들이 예선부터 실력 있는 출연자들을 골고루 부각시키고, 바뀐 룰로 출연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냈다. 벗님들의 작업 과정이 매우 순탄하게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편집은 쇼에 대한 제작진의 태도처럼 보인다. 갈등이나 위기 없이도 좋은 결과물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슈퍼스타 K 2>는 그 당시에는 획기적이었고, ‘악마의 편집’ 같은 자극적인 연출은 시청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시들해졌다. 연출자 한 명이 채널의 대표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없다. 김무현 PD는 <슈퍼스타 K 6>에서 획기적인 방법을 찾는 대신 과거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쇼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부분만 수정했다. ‘당신만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슈퍼스타 K 6>는 이전 시즌처럼 눈에 확 띄는 이슈는 없었다. 하지만 실력 좋은 출연자들이 아슬아슬한 합격과 아쉬운 탈락을 반복하면서, 이 쇼는 이제 출연자들 중 누가 생방송에 진출할지 모르는 호기심을 일으킨다. 김무현 PD는 과거 <슈퍼스타 K>가 편집을 통해 쇼를 흥미진진하게 만들려고 한 것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방법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려냈다. <슈퍼스타 K 6>가 시즌 2나 3의 그 시절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전 시즌처럼 폐지론이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정확하게 바꾸고, 최선이 아닌 차선을 받아들이는 것. 남들 보기에 그리 빛나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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