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커│① ‘11’, 무서워하지 말고 즐기세요

2014.09.22


2011년 < GQ >와의 인터뷰. 히치하이커는 도착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혼자 모든 작업을 한 신카이 마코토의 이름을 언급하며 ‘애니메이션 제작’이라고 답했다. 데뷔곡으로 ‘엉뚱한 상상’을 부른 이다웠다. 그때 이후 캠코더를 들고 음악 페스티벌에서 무언가를 촬영하는 히치하이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9월 11일, ‘11’이 도착했다.

본래 히치하이커가 주로 아이돌의 곡을 쓰는 작곡가였다면, ‘11’ 이후 히치하이커는 모션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세계적인 스타 음악가다. ‘11’ 전에 공개된 훼이크 다큐멘터리 < The Trailer: The Story Of Hitchhiker >에 따르면, 그는 모든 음악가의 롤모델이며 청소년들의 우상이고 경제적 가치는 1조 원이 넘는다. 뮤직비디오에서는 3D 캐릭터가 된 히치하이커가 곳곳에서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하지만 한국에서 ‘11’의 뮤직비디오가 550만 명의 구독자가 있는 SMTOWN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됐을 때, 오빠와 소녀들을 보려고 유튜브에 접속한 청소년들은 갑자기 도착한 낯선 뮤직비디오를 보고 슈퍼스타 히치하이커의 매력에 빠져 3D 성애자가 되…는 대신 ‘싫어요’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답했다. 현재 이 뮤직비디오의 ‘싫어요’ 수는 ‘좋아요’보다 7,000개 정도 많다. 세계에서 빨간 십자가가 가장 많은 나라인 만큼 ‘일루미나티’ 설도 제기됐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머리가 어지럽고 구역질이 난다는 반응도 있고, SNS를 통해 자살을 유도해 한국의 인구를 50만 명으로 줄이려는 곡이라는 얘기도 돈다. ‘분신사바’처럼 한국 청소년들의 오컬트에 관한 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유난할 정도의 반응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11’의 곡과 영상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잠깐만, 이 곡이 어렵다고? 퀸의 ‘Bohemian Rhapsody’ 이후 가장 복잡한 구성을 자랑하는 소녀시대의 ‘I Got a Boy’보다 더? (이 곡의 유튜브 비디오 역시 ‘싫어요’의 수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히치하이커가 참여한 f(x)의 ‘피노키오’도 전형적인 구성의 곡은 아니다. ‘11’을 유통한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곡은 늘 어렵다는 평을 받으며 SMP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SM의 곡이 해외에서 K-Pop이라는 서브컬처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존의 팝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시그니처가 한몫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뭘 해도 되는 외모의 아이돌’이라는 필터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히치하이커가 내세운 세계적인 슈퍼스타라는 설정은 역설적이다.


예전에 N서울타워에서 아르바이트로 디제잉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당시 해외에서 유행하던 뭄바톤 장르의 음악을 믹스했는데,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멀뚱멀뚱 앉아 있는 가운데 4~6세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일어나 춤을 췄다. 당연하다. 댄스 음악이니까. ‘11’은 지누가 자신의 딸 입을 두드리며 장난을 치다 ‘아바바’라는 소리를 녹음하며 탄생한 곡이다. 어지럽고 구토가 날 것 같은 사운드의 정체는 우리가 한 번쯤 아이들과 해봤을 장난에서 나온 소리였다는 얘기다.

영상에 쓰인 배경과 모션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역시 각각 떨어뜨려 놓고 보면 크게 낯선 이미지는 아니다. ‘11’은 어깨를 건들거리기에 좋은 단순한 리듬의 댄스곡이며, 뮤직비디오는 수준 높은 모션 그래픽과 익숙한 배경 이미지의 조합이 낯선 쾌감을 선사한다. 이런 구성은 텀블러 사이트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베이퍼웨이브에서 흔히 쓰이던 방식이기도 하다. 멀리 갈 것 없이 디시인사이드의 합성 이미지 역시 현실 세계와 (합성필수요소라 불리는) 가상의 캐릭터- 밈이 끊임없이 세계를 확장한다. 곡과 뮤직비디오는 메이저 레이저의 ‘Pon De Floor’을 연상시킨다. 메이저 레이저는 국내에서 ‘뻑이가요’를 프로듀스한 것으로 알려진 디플로가 만든 팀이다. 메이저 레이저라는 이름은 카툰으로 창조된 한쪽 팔을 레이저로 개조한 가상의 자메이카 용병을 의미한다. 뮤직비디오는 <심즈>에 등장할 것 같은 사이키델릭한 모션 그래픽 집에서 자메이카 댄스홀 댄서들이 등장해 섹스 동작을 연상시키는 ‘대거링’이라는 춤을 추는 구성이다. 가상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내세운다는 점, 미니멀한 리듬 위에 에디팅한 중독성 있는 보컬 샘플이 반복된다는 점, 그리고 모션 그래픽과 실사를 함께 쓰는 뮤직비디오의 질감이 얼핏 닮았다. ‘11’은 악마의 음모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스타일의 연장선에 있는 음악과 뮤직비디오인 것이다.

그러니 당황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히치하이커가 2년간 혼자 만들어낸 독창적인 세계를 즐기는 건 어떨까. 곡이 발표된 지 일주일 만에 스크릴렉스와 디플로가 SNS에서 뮤직비디오를 언급했다. 그가 만든 세계의 설정이 현실 세계에서 이뤄지는 것을 보는 것 역시 놓치면 안 될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놀면 뭐하니?' 효리X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