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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왓썹 쭌이형! 롱 타임 노 씨!

2014.09.22

스물여섯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당시 실제 나이는 서른하나였다. 어떤 팬들은 그를 “영감탱이”라고 불렀다. 랩과 댄스, 노래 중 가장 잘하는 건 영어 랩 “Like this yall” 정도로, 같은 팀 멤버인 김태우는 “이것만큼은 형이 투팍보다 잘한다”고 말했다. 영화 <드래곤볼>과 <스피드 레이서> 등에 출연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진 않았다. 무엇보다 god가 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시절, 여자친구와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며 팀에서 퇴출될 뻔했다. 한국 아이돌 역사상 최고령자에, 개인 연예활동으로 아주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고, 국민그룹이라 일컬어지던 팀을 순식간에 논란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그를 미워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god의 팬이든 아니든, 여자든 남자든 모두가 그를 보면 웃음을 터뜨리며 ‘쭌이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약 10년 만에 방송에 등장한 그는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요 와썹 매앤~.

박준형 a.k.a 쭌이형. 최근 빠른 속도로 해동 중인 냉동인간이자 10년 전과 비교해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사람.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던 1969년 7월 20일 태어난 마흔여섯의 그는 여전히 한국말에 서툴고, 여전히 솔직하며, 여전히 예측불가능 할 정도로 엉뚱하다. MBC <무한도전>에 함께 출연한 홍진영은 “예능에 없던 캐릭터”라며 그를 신기하게 여겼지만, 데니안의 말처럼 그가 변한 게 아니라 방송의 트렌드가 변했을 뿐이다. 덕분에 박준형은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tvN <오늘부터 출근>과 SBS <일요일이 좋다> ‘룸메이트 2’ 등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카메라에 갑자기 콧구멍을 들이대며 “Yo 매봉터널! 뭔지 알지?”라고 유치한 장난을 치거나, “MBC, <무한도전>, <목표달성! 토요일> 다 M으로 시작하는 거 아니냐”며 너스레를 떤다. “똥둑간(화장실)”, “테레비(TV)”, “메루치(멸치)” 등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배운 구수한 단어 선택으로 예전과 다름없이 사람들을 웃기기도 한다. 한 토크쇼에서 “아기의 몸은 몇 등신일까요”라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갸우뚱거리거나, MBC <놀러와>와의 전화연결 도중 다짜고짜 멕시코 화장실에서의 에피소드를 털어놓던 쭌이형을 2014년의 TV에서는 더욱 자주 보게 된 것이다.


“옛날엔 한 덩어리 돼지였어”(정준하에게), “얼굴이 되게 쉣이었어요”(지상렬에게)처럼 직설적인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근육질의 몸, 치켜 올라간 눈썹, 각진 얼굴형 등 입을 다물고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센 터프가이처럼 보이는 외모도 거기에 한 몫을 더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무서워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건, 박준형이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을 수 없을 것 같은 순수하고 천진하며 여린 남자이기 때문이다. 마흔을 훌쩍 넘기고도 부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거나 모기와 매미가 싫다고 앙탈 부리는 모습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는 “호동아, 아 예뻐”라며 강호동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고, god 재결합 콘서트에서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멤버들 때문이라고 찡얼거리기도 한다. 심지어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삐뚤빼뚤한 글씨로 써 내려간 그의 편지는 어린아이가 처음 쓴 편지를 보는 듯한 뭉클함마저 준다. 놀랍게도, 마흔여섯의 박준형은… 귀엽다.

좋고 싫고 기쁘고 슬픈 감정을 아이처럼 숨기지 못하는 남자. 그러니 2001년 스캔들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가 죄가 있다면 그저 사랑하는 사람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나 서른두 살, 오케이? 나도 이제 내 말을 하고 싶다”며 울먹이던 박준형의 마음이 얼마나 다쳤던 건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god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인 올리브 <윤계상의 원테이블>에서 그는 말했다. “돈이나 이런 거는 금방 사라져 버려. 끝에 남는 거는 상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머릿속에 있고 마음속에 있는 메모리거든.” 사람과 사랑의 소중함을 알고, 그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냉동인간의 귀환이 더욱 반가운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금껏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일 뿐 아니라 아마 실제로도 희귀할 종류의 사람이므로. 이쯤이면 데니안의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쭌이형이 팔십 먹어도 이럴 것 같아요.” 원래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박준형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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