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김준수와 대극장 뮤지컬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14.09.04
소극장 창작뮤지컬에 ‘망하지 않는 법칙’이 다섯 가지라면, 대극장 뮤지컬에는 그 제곱수 이상의 고려 조건이 있다. 더 넓은 범위의 타깃, 더 다양한 볼거리와 음악, 더 유명한 배우 그리고 더 많은 돈. 그렇게 불어난 스케일을 감당하지 못했을 때는 <두도시 이야기> 사태처럼 제작사 하나가 주저앉기 십상이다. 지난 7월 15일에 개막한 <드라큘라>는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 등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에서 더욱 유명해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김준수의 만남, 불멸의 존재라는 원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분위기는 잠잠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번 월간뮤지컬은 폐막을 앞둔 <드라큘라>를 바탕으로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의 현재를 고민해보았다.

사진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라이선스 뮤지컬, 로컬라이징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
지혜원
: 라이선스 뮤지컬은 크게 두 부류다. 핫한 히트작 또는 신작이거나 시일이 조금 지난 작품 중 국내 정서를 고려해 선택된 작품이거나. 최근 라이선스 뮤지컬은 오래됐거나 다소 주춤한 성적의 작품을 비교적 낮은 로열티를 지불하고 들여와 시장에 맞게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 원작과 거의 똑같은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가져온다고 해도 번역 등 국내 정서에 맞춰 크고, 작은 로컬라이징 작업은 필수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 작품의 주제와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경우 지난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던 <지킬앤하이드>을 한국화전략으로 제작해 큰 성공을 경험했다. 동일한 작곡가(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 10년 전 공연 당시 흥행에 참패했던 <드라큘라>를 선택한 것은 ‘제2의 <지킬앤하이드>’에 대한 열망이 작용한 듯 하다. 그런데 <드라큘라>는 주연 배우의 나이부터 주변 인물의 캐릭터, 성적 수위, 연출, 무대, 의상, 분장 등 다양한 부분에 수정을 가했고, 그 과정에서 드라큘라는 세상을 향한 복수심에 가득찬 ‘흡혈귀’이기 보다 ‘사랑에 빠진 한 남자’라는 점이 부각되었다. 인물의 밀도와 극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부족했고, 미나와의 치명적인 끌림도 명확히 보여지지 않았다. <지킬앤하이드>가 명확한 주제와 대결구도로 지킬의 고뇌와 러브스토리를 적절히 버무린 것에 비해, <드라큘라>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놓치면서 원작이 가진 힘을 잃었다.

장경진: 드라큘라는 창백한 얼굴에 빨간 머리를 하고 가죽 바지를 입는다. 사랑에 포효하고 눈물짓기도 한다. 외형적 변화와 감정표현으로 좀 더 젊고 섹시한 남자를 만들려 했지만, 그 매력이 극명하게 보이는데는 실패했다. <드라큘라>의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요조숙녀였던 미나가 드라큘라를 만나 욕망에 눈 뜨는 과정에 있다. <지킬앤하이드>로 따지자면 엠마가 루시가 되는 과정이거나 그 둘을 합친 캐릭터인 셈인데, 다양한 타깃층을 염두에 두어서 그런지 성적코드 수위가 굉장히 낮아지면서 드라큘라만큼 극을 지탱해야 하는 미나의 캐릭터가 죽어버렸다. 미나의 약혼자인 조나단 역시 기능적으로만 움직일 뿐 그의 감정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미나를 사이에 둔 드라큘라와 조나단의 삼각관계는 물론, 드라큘라에게 연인을 잃은 반헬싱의 추격전까지 빛을 잃었다.

사진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김준수는 과연 치트키인가
지혜원:
 안타깝게도 뮤지컬배우로서의 한계가 <드라큘라>를 통해 드러났다. 작품 안에서 드라큘라의 비중과 대사가 상대적으로 너무 많았고, 드라큘라의 고뇌를 표현하기에 아직은 딕션과 연기, 보이스 측면에서 단점이 눈에 띤다. 만약 그가 뮤지컬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면 자기에게 맞는 옷부터 입는 것이 먼저다. 작품 또는 캐릭터와 접점이 많거나 혹은 그가 지닌 음악적인 장점이 강조되는 작품부터 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장경진: 김준수에게는 김준수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 <모차르트!> 때는 뮤지컬 작업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대 이상’이라는 부분이 있었고, 당시 상황과도 굉장히 잘 어울렸다. <엘리자벳>의 토드는 실체가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김준수가 가진 쇳소리나 에너지가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었고, 비중도 적었기 때문에 임팩트를 강하게 남기기에 탁월했다. 김준수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비일상적인 캐릭터다. 일상적이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연기로 표현해야 했던 <디셈버>는 그런 지점에서 김준수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들이 모두 모인 작품이었다. <드라큘라>는 캐릭터적인 면에서 그 중간지점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드라큘라의 너무 많은 비중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극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인물로 보이기에는 ‘김준수’가 너무 강하다. 드라큘라가 아닌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김준수’로 보인다. 1년에 2작품씩은 꼭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보다는 그가 가진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김준수라는 카드의 효용성을 높이려면 더더욱.


투자, 대관, 배우의 트라이앵글
지혜원
: 국내에는 뮤지컬을 할 수 있는 대극장이 많지 않고 투자자도 제한되어 있지만, 공연을 기다리는 대형 뮤지컬은 넘친다. 그러다보니 투자와 대관 모두에 캐스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유명 작곡가나 토니상 수상경력 등의 크레딧이 중요해진다. 결국 대극장 뮤지컬은 대중성과 흥행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관객이든 투자자든 모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으니까. <모차르트!>와 <엘리자벳>을 통해 김준수의 영향력을 확인한 제작사들은 그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로 인한 개런티 논란이 일자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이하 씨제스)는 투자개념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드라큘라>는 씨제스가 아예 메인투자사로 전면에 나섰다. 스타 캐스팅이 투자와 대관, 티켓판매를 위한 장치로 보이지만, 대중성과 흥행성이 중요한 대극장 뮤지컬에서 이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문제는 스타 캐스팅이 프로듀서나 창작진에게 보이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작품의 퀄리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캐스팅을 떠나 작품과 캐릭터 자체에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스타에 맞춰 가다보면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대극장 뮤지컬의 미덕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위키드> 같은 걸 보면 꼭 만들지 못한다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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