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아이돌의 필수 과목이 되다

2014.09.03
사진제공. Mnet

요즘 데뷔하는 아이돌그룹에게 힙합은 선택보다 필수 과목에 더 가까워 보인다. EXO는 뉴 잭 스윙 기반의 음악에 얼반 힙합 춤을 곁들인 ‘으르렁’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방탄소년단은 데뷔 당시부터 아이돌+힙합을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두 슈퍼 연습생, B.I와 바비는 데뷔 전부터 래퍼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쇼 미 더 머니 3> 출연을 통해 자신들의 장르적 정체성을 다졌고, 블락비의 지코나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처럼 언더그라운드 출신 래퍼들을 리더로 삼는 것은 아이돌그룹을 제작할 때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보이프렌드가 ‘너란 여자’로 컴백하면서 힙합 스타일의 비트, 패션, 춤을 선보인 것은 아이돌 시장의 현재를 보여준다. 해맑게 웃던 아이돌그룹이 힙합을 콘셉트로 삼아 보다 강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

빅뱅의 태양은 ‘Where U At’을 통해 자신과 댄서들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춤을 보여줬다. 그것은 힙합, 또는 얼반 힙합 춤에 필요한 모든 테크닉을 갖춘 동시에 아이돌그룹의 군무와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G-드래곤은 ‘One Of A Kind’를 통해 정상의 아이돌이 가진 자신감을 힙합의 ‘스웨그’와 결합시켰다. 때로는 아크로바트에 가까운 동작도 보여주는 힙합 스타일의 춤은 아이돌그룹의 군무가 될 수 있었고, 힙합 뮤지션의 자신감은 아이돌의 ‘센 캐릭터’나 ‘카리스마’로도 적용 가능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제는 한국에서도 대중성을 확보해 나가는 장르가 아이돌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아이돌그룹의 군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태양의 춤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다.

EXO, 블락비, 방탄소년단은 빅뱅 이후 아이돌그룹에게 힙합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준다. EXO가 뮤지컬적인 구성을 보여준 ‘늑대와 미녀’에서 열렬한 팬덤을 모았다면, 얼반 힙합을 춘 ‘으르렁’은 팬덤에 더해 대중적으로도 퍼포먼스가 화제가 됐다. ‘늑대와 미녀’부터 강조한 늑대, 또는 거친 소년의 캐릭터는 ‘으르렁’에서 교복을 입은 채 역동적으로 춤을 추며 100% 완성됐다. 블락비의 음악은 힙합과 점점 멀어졌지만, 그들의 배드보이 캐릭터는 리더이자 프로듀서 지코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래퍼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방탄소년단은 아이돌그룹에 필요한 요소들을 힙합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앨범마다 수록된 ‘Intro’는 사실상 랩몬스터의 랩으로 채운 솔로 곡이고, 멤버들의 캐릭터는 역시 고정적으로 배치된 ‘Cypher’에서 멤버들이 번갈아 랩을 하며 드러난다. 신곡 ‘Danger’의 퍼포먼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힙합 댄스의 동작들로 이뤄진다. 공중으로 뛰어오르거나 하는 동작은 없지만, 힙합 댄스의 복잡한 테크닉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은 군무의 효과를 낸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EXO에 얼반 힙합을 더해 그들 특유의 퍼포먼스에 지금의 트렌드를 더했다. 반면 SM 소속이 아닌 아이돌그룹은 힙합을 통해 SM, 또는 SM의 영향을 받은 아이돌그룹과 차별화되는 길을 찾는다.

사진제공. AOMG

<쇼 미 더 머니 3>에서 바비는 무대에서 욕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신의 이야기를 랩으로 쏟아낸다. 아이돌이 욕을 하거나 데뷔도 전에 과거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과거에는 금기시 되는 일이었다. 회사가 기획한 그룹의 일원이자, 팬들에게 판타지의 대상이 되는 아이돌의 상품성을 흔들리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돌이 힙합신의 래퍼들 사이로 들어가 그들의 룰 안에서 경쟁하자, 아이돌이 산업의 보이지 않는 룰을 넘어서는 것이 가능해졌다. 박재범이 힙합 레이블 AOMG를 만들면서 아이돌의 스타성을 가진 채 힙합 뮤지션의 거칠고 자유로운 이미지를 가진 것도 마찬가지다. 판타지의 세계에 있던 아이돌이 음악, 춤, 패션, 태도에서 힙합적인 것들을 얻으면서, 또는 힙합신에 있던 래퍼가 아이돌이 되면서 기존 아이돌은 쉽게 가질 수 없었던 아우라를 얻는다.

이것은 결국 한국 아이돌 산업의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는다. 아이돌 산업은 어떻게 그들의 판타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또한 힙합을 통해 음악적 진정성을 획득하거나 획득하려는 아이돌이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면 아이돌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토크쇼 Mnet <4가지 쇼>에는 박재범, 랩몬스터, 지코 등이 각각 출연했다. 그들의 삶은 각각 달랐지만, 힙합과 아이돌 사이에 있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고민은 동일했다. 어느 순간에는 아이돌이면서 힙합적이기 때문에 멋있고, 어느 순간에는 아이돌답지 않다며 비난 받으며, 진정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 따라다닌다. 아이돌 산업이 전혀 다른 만큼 매력적인 속성을 가진 신에 다가서면서 양 쪽의 경계는 조금씩 흐릿해진다. 산업이 영향력이 커지는 사이 오히려 산업을 움직이는 이들의 정체성은 스스로도 답 내리기 어려운 아이러니. 또는 새로운 영역이 탄생하는 과정. 이 현상의 결말은 어느 쪽이 될까. 일단은, 아이돌이라면 힙합은 배우고 볼 일이다. 그렇다고 정말 수업 받아서 공부하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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