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발견│④ Awesome Love Song Mixtapes

2014.09.02

사랑은 노래와 함께 싹트고 꽃피우고 시들고 진다. 이제는 흐릿해진 흑역사와 설렘과 아픈 기억들도 그때 그 노래를 들으면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그래서일 것이다. <아이즈>는 중고등학생 시절 좋아하는 아이에게 좋아하는 노래들로 가득한 카세트테이프를 직접 만들어 선물했던 기억을 되살려 연애 단계마다 들을 수 있는 믹스테이프 트랙 리스트를 구성했다. 테이프의 시대는 갔지만, 노래는 여전히.
사랑할 때
A면
고해 (임재범)
겁쟁이 (버즈)
인형의 꿈 (일기예보)
가질 수 없는 너 (뱅크)
사랑합니다 (팀)
사랑의 바보 (더 넛츠)

B면
남자를 몰라 (버즈)
애인 있어요 (이은미)
하늘땅 별땅 (비비)
좋은 사람 (토이)
취중진담 (전람회)
Creep (라디오헤드)

짝사랑은 좋아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과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매 순간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모순적인 상태다. “감히 제가 감히 그녀를 사랑합니다”(고해)라며 괜히 땅을 파고 들어가거나, 불 끄고 문 잠근 방 안에서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인형의 꿈)를 부르짖으며 비감에 젖는 것은 날 사랑해달라는 말조차 자신 있게 못 하는 겁쟁이들의 애절한 외침인 것이다. 이때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상대를 떠볼 수 있는 공간이 노래방이다. 단둘이 노래방에 갈 만한 관계가 아니라는 게 대부분 짝사랑의 현실이지만 “내 입을 막아도 세상이 다 아는데 왜 너만 몰라 왜 널 지킬 남자를 몰라”(남자를 몰라)나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애인 있어요) 등 의미심장한 소절을 부를 때 눈치 없는 일행들의 추임새 사이로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널 사랑해 어설픈 나의 말이 촌스럽고 못 미더워도~”(취중진담)를 열창하며 힐끗 봤는데 예약 버튼 누르느라 나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면 이건, 그린라이트가 아니다. 하지만 고백한 건 아니니 거절당한 것도 아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오늘 밤도 마무리는 “늘 너의 뒤에서 늘 널 바라보는 그게 내가 가진 몫인 것만 같아.”(좋은 사람)

고백할 때
A면
I’m In Love (Ra.D)
그럴 때마다 (토이)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성시경)
고백 (뜨거운 감자)
She Is (클래지콰이)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박혜경)

B면
여름밤 탓 (슈가볼)
향수 (버스커버스커)
들었다 놨다 (데이브레이크)
조금씩 다가와줘 (야광토끼)
금요일에 만나요 (아이유)
Dash (백지영)

고백은 산뜻하게,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짝사랑할 때 ‘내 노래’라 여기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밤들을 함께했던 눈물겨운 노래들은 정작 상대에겐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퇴로를 열어준다는 의미에서 넣어두자. 그저 “혼자서 밥 먹기 싫을 땐 다른 사람 찾지 말아요”(그럴 때마다) 정도의 가벼운 제안으로 시작해 “참 망설였었지만 오늘은 꼭 얘기할래요 눈이 참 예쁘다고 좋아한다고”(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같은 수줍은 칭찬으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무난하다. 레벨을 좀 더 올리면 “한낮 열기가 식은 이 밤이 나는 두려워 오 날 들뜨게 하는 이 느낌 괜히 싫어 고백하지 않으려고 참아 온 그 많은 날들 무너질 것 같아”(여름밤 탓)나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고백)처럼 서툰 척하면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중요한 멘트는 다 넣어서 상대를 설레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잔잔하고 사랑스런 노래들로 타개할 수 없을 만큼 속 터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취한 척 목청을 높이자. “벌써 며칠 째야 애만 태우는 게-”(Dash) 단, 진짜 만취하면 망할 수 있다.

100일 됐을
A면
환생 (윤종신)
아름다운 구속 (김종서)
세 가지 소원 (이승환)
달아요 (박정현)
Love Vibration (더 콰이엇)
다행이다 (이적)

B면
기적 (김동률 feat.이소은)
하와이안 커플 (허밍 어반 스테레오)
All For You (쿨)
솜사탕 (네미시스)
낙원 (싸이 feat.이재훈)
바보에게… 바보가 (박명수)

“이 세상 많은 사람 중에 어쩌면 우리 둘이었는지 기적이었는지도 몰라요.”(기적) 그렇긴 하다. 그래서 막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그대 만난 후로 난 새 사람이 됐어요”(환생)라며 갱생과 환생 사이 어디쯤에 있게 된 삶을 예찬하고 “휴일에 해야 할 일들이 내게도 생겼어 약속하고 만나고 헤어지고”(아름다운 구속)라는 사실에 감격한다. 헤어지기 아쉬워 막차 오기까지 몇 번이나 앞차를 먼저 보내며 둘만의 이별 드라마를 연출할 만큼 불타는 커플을 위해 “이리 봐도 깜찍 oh 저리 봐도 깜찍 oh 살살 녹아 또 녹아 우짜면 좋노 어떡해야 하노 우리 커플 완벽해요”(솜사탕) 같은 솔로공노할 노래도 있다. 함께 떠나는 첫 여행의 BGM은 물론 “난 너와 같은 차를 타고 난 너와 같은 곳을 보고 난 너와 같이 같은 곳으로 그곳은 천국일 거야”(낙원), 노래방에서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같이 불러볼 노래는 “너를 위해서 너만을 위해서 난 세상 모든 걸 다 안겨주지 못하지만 난 너에게만 이제 약속할게 오직 너를 위한 내가 될게”(All For You)다. 그리고 연애가 장기화되면서 잊히곤 하는 이 노래들이 다시 필요할 때는 결혼식 축가 정할 때다.

헤어졌을 때 (눈물 편)
A면
8282 (다비치)
여자이니까 (kiss)
혼자만의 사랑 (김태영)
Tears (소찬휘)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 (서문탁)
바람이 분다 (이소라)

B면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토이)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에피톤 프로젝트 feat.타루) 
그 남자 그 여자 (바이브 feat.장혜진) 
결혼까지 생각했어 (휘성)
Endless (플라워)
First Love (우타다 히카루)

R.ef의 ‘이별공식’만큼 실연과 슬픈 노래의 관계를 간명하게 정리한 곡이 또 있을까. “흔한 이별노래들론 표현이 안 돼 너를 잃어버린 내 느낌은 그런데 들으면 왜 눈물이 날까.” 세상에 내 이별만큼 가슴 아픈 건 없다. 하지만 남의 이별 노래가 다 내 얘기 같다. “너를 욕하면서도 많이 그리울 거야~ 사랑이 전부인 나는 여자이니까~”(여자이니까)처럼 전에 없이 청승스런 노랫말을 입에 담거나 “가끔 널 거리에서 볼까 봐 초라한 날 거울에 비춰 단장하곤 해”(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라는 가사에 뜨끔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딱히 청혼한 적은 없지만 헤어지고 보니 뒤늦게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결혼까지 생각했어)라고 고지하고 싶고, 차긴 내가 찼는데 “Give me a call baby babe 매일 널 기다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문자라도 남겨줘 Oh oh oh”(8282)라며 매달리고 싶어진다면 휴대폰을 멀리하고 슬픈 노래나 따라 부르자. “내 지친 이 가슴속을 누가 위로해줄까 혼자만의 사랑으로 남은 나 추억은 이쯤에서 접어야만 하는 거야 아픔은 혼자만의 몫인걸.”(혼자만의 사랑)

헤어졌을 때 (복수 편)
A면
꺼져줄게 잘 살아 (지나 feat.용준형) 
배반의 장미 (엄정화)
파애 (자우림)
차 차 (유진)
Kill Bill (브라운 아이드 걸스)
Curse (이소라)

B면
우아하게 (아마도이자람밴드)
다신 (이정)
배신 (Q.O.Q)
Fine thank you and you? (10cm)
스토커 (매드클라운 feat.크루셜스타)
용서 못해 (차수경)

어쩌면 세상에는 슬픈 이별보다 열 받는 헤어짐이 많을지도 모른다. 사랑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라 지긋지긋하고 꼴 보기 싫어져서, 혹은 한쪽이 뒤통수치는 바람에 끝장낼 수밖에 없는 관계 말이다. 그래서 남보다 못한 구남친, 구여친을 향한 울분을 토하고 싶을 때 이 노래들을 불러보자. “내 생일은 너 하나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는데 잔다고 피곤해 잤다고 그 말 한마디에 난 죽었어”(차 차)나 “아, 그랬구나 교회 오빠랑 바빴구나 오전 두 시에 둘이 새벽기도라도 갔나 봐”(스토커) 등 네이트 판을 읽는 듯한 상세 사례들이 분노를 증폭시켜 일말의 미련마저 지워지길 도울 것이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차분하면서도 음산한 기운을 담아 “우울한 마음과 늘 불안함과 또 포기와 파멸들이 네 앞이기를 바래”(Curse)라는 저주를 읊조릴 수도, “엊그제 산 비싼 잠바 찢어져라 새로 산 스마트폰 망가져라 운전하다 타이어에 펑크 나라 지하철에서 꼰대한테 혼나라”(우아하게)처럼 사소한 불운을 기원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다음엔 다시 다음 사랑을 시작하는 거다.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놀면 뭐하니?' 효리X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