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치리스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강한 포켓몬이 되었나

2014.09.01

“강한 포켓몬, 약한 포켓몬. 그런 건 사람이 멋대로 정하는 것.”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포켓몬스터>의 게임버전 <포켓몬스터: 금>의 한 대사다. 지난 18일(한국 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포켓몬 월드챔피언십(이하 WCS)에 참여한 박세준(18)은 이 말을 현실에서 이루었다. 이 대회의 ‘비디오 게임 마스터 부문’에서 약한 캐릭터로 알려졌던 ‘파치리스’로 우승을 한 것이다.

WCS는 닌텐도 게임 <포켓몬스터 X∙Y>를 기반으로, 2마리의 포켓몬을 내보내는 2:2 배틀이다. 포켓몬은 HP, 공격, 방어, 특수공격, 특수방어 등 게임에 필요한 능력이 수치로 표현되는데, 박세준의 파치리스는 특수방어를 제외하면 이 수치가 다른 포켓몬의 평균치를 밑돈다. 때문에 파치리스는 그동안 게임 이용자들에게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고, 박세준의 활약은 세계 <포켓몬스터> 관련 게임 팬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파치리스와 박세준에게 헌정하는 수많은 팬아트가 만들어졌고, 이 중 일부는 미국의 텀블러에서 5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일본의 UCC 사이트 니코니코동화에 올라온 결승전 영상에는 현재까지 6,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포켓몬 월드챔피언십의 우승자 박세준은 약한 캐릭터로 알려졌던 ‘파치리스’로 우승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세준은 약한 포켓몬을 선택해 승리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파치리스는 자신의 전략에 가장 적합한 포켓몬이었다. 각 포켓몬들은 고유의 특성이 있고, 게임 참가자는 선택한 캐릭터에 총 4개의 기술을 배치시킬 수 있다. 파치리스의 특성은 축전(蓄電)으로, 전기 공격을 받으면 데미지의 절반만큼 체력을 회복한다. 그는 이런 파치리스에 모든 공격이 그 캐릭터에게 향하게 하는 ‘날따름’ 기술을 배치시켰다. 예를 들어 박세준은 준결승에서 파치리스와 갸라도스를 함께 골랐는데, 갸라도스는 공격력은 좋지만 전기에 약하다. 하지만 파치리스의 ‘날따름’ 기술을 쓰면 적의 전기 공격으로부터 갸라도스를 지켜줄 수 있다. 또한 파치리스가 상대의 공격을 받는 동안 갸라도스는 공격력과 스피드를 50%씩 키우는 ‘용의춤’ 기술을 써서 힘을 축적시켜 한 번에 적에게 큰 타격을 주는 공격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따르면 박세준이 원래 쓰던 캐릭터는 ‘뽀록나’였다. 하지만 뽀록나를 활용한 전략이 이미 세간에 많이 알려지면서 파치리스를 대신 내세웠다. 그는 약한 포켓몬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대비하기 어려운 전략에 가장 어울리는 포켓몬을 찾던 중 파치리스를 생각했다.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은 파치리스의 특성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수치만으로 캐릭터를 선택했다. 반면 박세준의 포켓몬 선택 기준은 눈에 보이는 수치가 아니었다. 그는 포켓몬의 수치 대신 상대방이 예상할 수 없는 전략을 세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선택의 이유가 달라지자 수치 너머에 있는 것의 가치가 드러난 것이다. 그는 <포켓몬스터 X∙Y>가 단순히 캐릭터의 능력치 대결이 아니라 참가자의 전략 대결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웠다.

파치리스가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박세준의 전략이 공개되면서 그에 대한 대처법이 나올 것이고, 파치리스가 관심을 받은 만큼 분석도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포켓몬스터>와 관련된 많은 게임들은 더 이상 포켓몬의 수치만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포켓몬의 캐릭터는 강함과 약함 대신 이용자들의 전략에 따라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개성을 펼치게 됐다. 그것은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서 포켓몬과 주인이 함께 이뤄내는 것을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박세준이 보여준 것은 단지 기발한 전략이 아니라,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강조하던 그 메시지가 진실이었다는 증명이다. 지금부터 <포켓몬스터>에는, 정말로 “강한 포켓몬, 약한 포켓몬” 같은 건 없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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